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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날의 초상

by 곰탱구리

그리웁다
아침에 잠이 깨어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대가 참 그리웁다
따스한 감촉이 아직 손끝에 남아 있는데
내 옆에 그대는 없다
함께 누웠던 침대보는 여전히 물결쳐 구겨져 있는데
그리운 그대는 내게 체취만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이불주름 쓸어내리던 손끝은 가는 떨림으로
애꿎은 보푸라기만 쥐어뜯는다

그리웁다
정글 속 일상에 갇혀 살다 문득 하늘을 보면
그대가 참 그리웁다
같이 맞은 빗방울에 젖은 어깨 아직 차가운데
내 옆에 그대는 없다
수줍게 끼어주었던 왼팔엔 그대 온기 그대로인데
그리운 그대는 내게 따스함만 남기고 굳이 떠나가버렸다

남아있지 않은 그대의 체취를 애써
가슴에 기억하려 한다

그리웁다
땅거미 지기 시작하고 텅 빈 유리창에 내 모습이 비치어지면
그대가 참 그리웁다
밀리듯 세월에 쫓겨 그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혼자 남은 지금
내 옆에 그대는 없다
오로지 나만 비추는 외등 불빛 아래 그대가 서있던 그 자리에
그리운 그대는 애닮은 나를 뒤로한 채 먼 곳으로 걸어갔다
언뜻 보이는 머리카락 사이에 숨은 백발과
초췌함이 배어있는 나의 눈가 주름이 그대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다시 오지 않겠지만 애타게 불러보고 싶은
나의 청춘 나의 열정 나의 추억
그대 나의 젊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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