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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불면증

by 곰탱구리

비웃음만 남은 밤이 지났다
어둠이 허겁지겁 도망친 자리
사방에 불투명한 여명 만
시체처럼 흐트려져 널려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난 것일까?
사실 그런 건 아무 의미 없다
내 안에 흐르는 시간이 중요할 뿐
타인의 시간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다

지독히도 길고 지루한 밤
무엇을 때문에 그렇게도

치열하고 격정적인 싸움을 했을까
전리품도 승리도 하나 없는 전쟁터


퀭하게 변해버린 얼굴
많은 고통과 번민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죽이고
또 많은 죽임을 반복했을까

마음 한구석에 숨죽여 숨었다가
밤이면 되살아나 공격하는
좀비 같은 망상과 허상들
그리고 이루지 못한 슬픔들

내 삶을 되짚어 가장 아픈 곳을 찾는다
그리고 가장 잔인한 상상력을 동원하여
가장 추악한 내 모습의 가면을 쓰고
숨조차 쉴 수 없게 가열차게 공격한다


때론 강력한 대항으로 물리치고
때론 무참하게 도륙되어 처참히 뒹굴고
끝을 알 수 없는 아마겟돈의 전투
영혼과 육신을 하얗게 소모해 버린다

어디로 가야 평안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언제쯤이면 마음이 편해질까?
답도 없는 질문의 무한궤도를 헤메인다

그래도 밤은 물러간다
지독히도 길었던 밤은 그렇게 스러져간다
그러나 오늘 같은 밤은 또 찾아온다

너라는 안식이 사라진 불멸의 불면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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