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에 낚이고
강화 바닷가 바위산 끝자락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가족은 낚시를 하러 갔었다.
아이들과 엄마는 바닷가 낮은 바위에 자리를 잡았고
아빠는 높은 바위 낭떠러지 근처에서 낚시를 시작하셨다.
엄마는 음식을 준비하셨고, 지렁이가 무서운 우리 남매들은 빈낚싯대로 낚시를 했다.
얼마나 했을까 지루함에 동생들은 음식 준비 하는 엄마 쪽으로 가서
낚시 대신 먹는 재미를 택한 지 오래였고
오빠는 시시한 낚시를 던져 버리고 아빠가 낚시하는 쪽으로 장소를 변경했다.
난 가끔 지루함을 느낄 때쯤 한 마리씩 잡히는 새우로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정해준 장소에 혼자가 된 나는 빈낚싯대가 한참 소식이 없을 때면
바다에 눈길을 담그며 나름 즐기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낚싯대가 요란하게 흔들리며 잡아당기는 것을 느꼈다.
우왕좌왕하며 곧 빠질 것 같은 나를 보고 아빠가 달려와 낚싯대를 잡아주셨다.
난 엄청나게 큰 고기를 잡았을 것이라고 잔뜩 기대하고 아빠를 쳐다봤다
“우리 딸 엄청 큰 놈을 잡았네” 하시며 웃으셨다.
그리고는 바늘조차도 없이 줄만 덜렁거리는 낚싯대를 올리셨다
바다에 낚였다.
마음이 상한 나는 낚싯대를 내려놓고 아빠가 낚시하는 장소로 옮겼다.
아빠는 낚싯대가 없는 줄만 던지는 낚시를 하고 계셨다.
던진 줄을 당겼다 놓았다를 반복하시며 줄 끝을 보고 계셨다.
그리고 무슨 신호가 온 것인지 줄을 끌어올리셨다.
줄 끝에는 물고기 한 마리가 온 힘을 다해 빠져 나가려고 요동치듯 흔들며 딸려 오고 있었다.
끌어올린 물고기를 하늘 높이 들어 올리시며 활짝 웃으시는 아빠의 얼굴은
물고기가 아닌 바다를 낚은듯한 환한 웃음을 짓고 계셨다.
"숭어다! 엄청나게 크지? 우리 이거 구워서 맛나게 먹어보자"
거친 파도를 대하며 험하게 깎인 바위가 높고 푸른 하늘을 만나 절경을 이룬 곳에서
행복을 고이고이 새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