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의 기록, 나를 식각(Etch)한 벨기에 도시들
벨기에에서 보낸 2년은
여러 도시를 방문한 시간이 아니라,
여덟 개의 저녁을 배우고 익힌 시간이었다.
각 도시의 하늘 아래에서
나는 매번 다른 속도로 숨을 쉬었고,
매번 다른 나를 한 겹씩 벗겨냈다(Etch).
그리고 그 빈자리에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작은 본질들이 조용히 새겨졌다.
숲길에 스민 노을빛,
퇴근 후 30분의 산책이 하루 전체를 다시 정렬해 주던 시간.
삶의 균형은 거대한 선택에서가 아니라
이런 작은 반복에서 시작된다는 걸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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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y Joo - 타지 생활의 위로의 떡볶이,
벨기에 예술의 정점인 ‘신비로운 어린양’을 마주했던 날.
삶의 아름다움은 계획이 아니라
‘우연’의 얼굴로 다가온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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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화처럼 고요한 도시에서,
너무 빠르게 살아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았다.
속도가 인생을 완성시키지 않음을,
멈춤이 때론 더 멀리 데려간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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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 대성당 시계 아래 서 있을 때,
나는 한 사람의 미세한 패턴일 뿐이라는 사실을
묘하게도 위로처럼 느꼈다.
크게 보면 작아지고, 작아지면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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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그랑플라스와 혼잡한 도로
마음의 흔들림까지 모두 포함한 도시.
완벽하지 않기에 더 현실적이었고,
그 현실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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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과 강물 사이의 넓은 침묵.
비어 있음의 충만함.
‘멈춰 있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강은 언제나 흐르면서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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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개의 계단을 오르며 깨달았다.
답을 찾지 못해도
올라야 하는 순간들이 삶에는 존재한다는 것을.
정상에서 본 풍경은 성과가 아니라
나를 밀어 올린 시간에 대한 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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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EC 타워와 KU Leuven의 고딕 건축물.
미래와 과거가 손을 맞잡은 도시에서
성장은 요란하지 않지만
분명히 쌓인다는 걸 배웠다.
루벤은 내 일상이 가장 깊고 편안하게 숨 쉬던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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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기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저녁이 있는 삶은 시간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느끼는 삶이다.”
나는 그곳에서 알게 되었다.
바쁜 곳에서 벗어나야 여유가 생기는 게 아니라,
여유를 선택하는 마음이
나를 살게 한다는 걸.
도시는 배경일뿐이었다.
결국 나를 바꾼 건
나의 속도, 나의 시선, 나의 마음이었다.
벨기에의 8개 도시는 끝이 아니다.
그곳에서 배운 저녁들은
한국에서의 나를 다시 살게 하는
새로운 시작점이 되었다.
나는 오늘도
내 속도를 다듬고, 마음을 식각 하고,
삶의 본질만을 남기려 한다.
Etch the Life 유럽 — 벨기에
JP 정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