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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계선 Jan 15. 2016

겨울



나무가 지난 한 해 동안 어느 정도의 성장을 보여왔는지 평가받는 계절이 겨울이 아닐까.

잔 가지를 얼마나 펼쳤는지,

새들을 얼마나 불러들였는지,

나무는 조용히 인사고과의 시절을 묵묵히 지난다.


겨울은 새로운 시작의 출발이다. 앙상하기에 근본이 드러나고, 근본이 드러나니 풍성했던 시절보다 더 깨끗하고 거짓이 없다. 청량한 공기를 폐부 깊숙이 받아들여본다. 일 년의 시작이 다가오려면 좀 더 웅크려야 한다. 지난 일 년간의 생활을 나목(裸木)처럼 앙상한 채로 날카롭게 뒤돌아보아야 한다. 나목이 되어보면 알 수 있다. 내게 남았던 사람 누구인가, 내가 품었던 마음 무엇인가, 내가 가려했던 길이 맞는가.


부리를 파묻고 나뭇가지 위에 웅크린 멧비둘기 몇 마리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한 해 부지런히 살았구나. 가장 추운 시절에 네게 남은 녀석들이 제법 많은 걸 보니.'




* 장소 : 경북 경산시 팔공산 갓바위
* 사진, 글 : 나빌레라(navill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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