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가정 둘레길과 아차산
주말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으신 분
새로운 취미를 만들고 싶으신 분
운동은 하고 싶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읽으면 좋습니다.
1. 주말에도 일찍 기상하는 습관
올해 2월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에게 연락이 왔다.
"형님 얼굴 한 번 봐야죠! 언제가 좋으세요?"
"주말 아침시간 6시~9시 사이"
"네? 아침이요? 저 새벽에 자는데..."
"그때밖에 시간이 안돼! 애들 깨면 놀아줘야 해!"
후배는 나와의 만남을 포기할 줄 알았다. 하지만 며칠 후 연락이 왔다.
"형님 내일 아침 6시에 공원 입구에서 뵙겠습니다."
"진짜? 알았어"
다음 날 후배는 공원 입구에 서 있었다. 공원을 한 시간 돌고 콩나물 국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뒤로 몇 번을 더 만났고 후배는 어느새 아침형 인간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연락이 왔다.
"형님 내일은 둘레길도 걷고 등산하는 거 어때요? 기가 막힌 코스를 발견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토요일 아침 6시마다 만나서 2시간 코스 등산을 오르게 되었다. 첫날 등산 후에는 3일 동안 허리가 아팠다. 안 쓰던 근육을 사용한 부작용이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힘들게 올라가고 나서 본 풍경 때문이다. 이제는 인원이 늘어 4명~5명이 함께 등산을 즐기고 있다. 덕분에 주말에도 일찍 기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되었다.
2. 나에게 주는 선물
위에 보이는 절경이 말해주듯 등산은 한 주를 수고한 나에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면 새소리가 청각을 자극한다.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의 향이 후각을 자극한다. 30분 정도 산을 오르면 아름다운 풍경들이 시각을 자극한다. 등산을 마치고 나서 마시는 약수는 미각을 자극한다. 그야말로 오감 종합 선물세트다. 1주일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100% 사라짐을 느낄 수 있었다. 등산을 하면 왜 스트레스가 풀릴까? 과학적인 이유가 있었다.
Zeki 교수와 그의 동료인 Tomohiro Ishizu 박사는 사람들이 음악을 듣거나 아름다운 그림을 볼 때, 두뇌의 내측 안와 전두피질 (medial orbito-frontal cortex)로 알려진 두뇌 영역이 보다 활성화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출처 : 최낙언의 자료 보관소>
안와전두엽은 후각의 2차 피질이고, 미각, 시각, 촉각이 만나는 곳이라고 한다. 등산을 할 때 이 모든 감각들이 유쾌해지니 마치, 아름다운 음악과 그림을 볼 때의 느낌과 동일하게 안와전두엽이 활성화되는 것이다. 거기다가 몸까지 움직이니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3. 의미 있는 대화
후배와 등산을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대화다. 1주일 동안 어떤 생각을 하고 지냈으며, 새롭게 알게 되거나 깨달은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신체의 피로는 잊은 채 목적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아쉬워하게 된다. 그래서 등산은 수단이고 대화가 목적이 되었다.
4. 다양한 코스
내가 가는 등산로는 사가정공원부터 아차산역 입구다. 이 코스는 둘레길, 숲길, 계단, 암벽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고 역동적으로 산행을 즐길 수 있다.
5. 등산 후 꿀 같은 수면
새벽 6시부터 등산을 하다 보니 아무래도 잠이 부족하고 피곤하다. 그래도 등산을 하고 나면 정신은 맑아지는데 아무래도 몸은 피로한 상태다. 샤워를 하고 낮잠을 자는데 그 어떤 때보다 맛있고 달콤하다. 1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풀리고 몸은 늦게까지 잘 때보다 훨씬 더 가볍다. 그래서 주말 아침 산행에 중독되었다.
6. 성취감
어렸을 때는 등산을 왜 하는지 몰랐다. 그런데 이제는 알 것 같다. 저비용 고효율이다. 반나절만에 높은 성취감을 경험할 수 있다. 늦잠을 자고 싶은 욕구를 뿌리치고 산행을 하고 집에 오면 큰 일을 해낸 것 같은 쾌감이 든다. 변연계의 도파민이 아닌 전전두엽의 도파민이 뇌를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바로 실행하고 성취감을 얻게 될 것을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