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활용한 CS/CX 개선 실무 사례 3선
한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CS/CX에 대한 최근 동향을 묻는 질문에 다음과 같은 답글이 달렸다.
"좋게 말해 CX 지 CS 하고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뜨는 직무인지는 모르겠어요."
"저평가받고 있던 포지션이 관심받고 있는 건 동의하지만, 해당 직무 전문가에 대한 연봉 및 처우,
그리고 회사 내에서의 직무 중요도로 보았을 땐 관심을 가졌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CX를 강조했고, 미국에서도 관련 학과 및 연구가 있고, 토스를 필두로 한 빅 테크 일부 기업들이 이 직무를 고객 경험 개선 관점에서 집중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CX의 비즈니스 임팩트를 증명할 수 있나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어떤 점에서 보면 전적으로 동의하는 부분이다.
CX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부터 서비스 기획자들이나 테크 기업들의 힙한 단어로 자리매김했는지는 모르지만, 이 단어를 쓰지 않으면 마치 고객지향적인 자세를 갖추지 못한 인상을 받지 않을까라는 FOMO (두려움) 때문에 활용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이다.
이 단어만 있으면 뭔가 잘 팔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고나 할까.
고객의 생애 주기를 관리한다고 했지만 CX는 고객 경험 주기 내 발생한 문제를 발견하는 경호원, 감찰관, 경비원 정도의 영역으로 국한되었을 뿐 실제 개선은 기획자와 개발자, 해당 업무 담당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아파트 공동 구역에서 불이 났는데 경비 업체 직원이 순찰 중 화재를 발견했고, 신속한 신고 덕에 119 대원들이 불을 잘 끌 수 있었다. 그럼 경비 업체 직원의 공로는 몇 퍼센트나 인정받을 수 있는 걸까?
이 직원은 이듬해 연봉 협상 시, 이러한 가치 기여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걸까?
걸음마 수준인 국내 CS/CX 직무 시장에서 종사자들은 서론에서 언급한 비즈니스 임팩트의 유무의
논란을 종식시키고자 적극적인 고객 효용 증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VOC 분석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서비스의 운영을 함께 담당하는 관점에서 CS/CX가 서비스 리텐션의 브릿지 역할이 될 수 있음을 데이터를 통한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작업들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업의 CS/CX 개선 사례 및 어떤 데이터와 지표가 활용되고 있는지 초차 구글링이나 여러 콘텐츠에서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때문에 이번 본문에선 CS기획자로 일하며 데이터에 기반해 직접 개선했던 실제 사례들을 함께 공유하고, 어떤 지표들을 설정해 고객 경험 개선의 영향도를 파악했는지 기술해보고자 한다.
1) 상황 - 확인 지표 : 응대율
회사에서 론칭한 실시간 채팅 상담 서비스는 오픈 초기부터 문제가 많았다.
서비스 오류가 많은 것도 문제였지만, '실시간'이라는 단어가 부끄러울 만큼 느린 답변과 응대율 조차 떨어졌다. 실시간 채팅 상담은 본래 적은 비용으로 고객의 문의를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어 적은 인원을 가지고도 많은 문의 건을 처리하는데 적합한 스타트업에서 주로 활용되고 있다. 대게 '채널 톡'과 같은 채팅 상담 서비스를 Saas 기반으로 도입하고 있으며 대기업의 경우엔 인앱 모델로 구축하고 있다. 회사는 이런 트렌드에 뒤늦게라도 따라가기 위해 론칭일을 앞당겨 서비스를 오픈했지만, n명 안팎의 상담 인력으로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문의 건들을 처리하기란 쉽지 않았다.
2) 문제 해결 - 확인 지표 : 시간대별 응대 현황
문제는 고객센터의 핵심지표는 '콜 응대율'에 있었다. 아무리 신규 서비스가 론칭된다 하더라도 고객 문의 인입 비중의 n%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콜 (ARS+상담원) 채널의 우선순위를 깨기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객센터 직원들은 직무에 관계없이 전화 응대 업무가 기본이 되었다.
채팅 상담 전담 상담사에게도 예외는 없었다. 실시간 채팅 상담을 하는 와중에도 콜 지원 업무는 빠질 수 없었고 평가 또한 본 업무 n, 콜 응대 n+1의 비중을 토대로 업무가 진행되었고 이에 맞춰 평가도 진행되고 있었다.
물론 해결 방법은 아주 간단해 보인다. 그저 실시간 채팅 상담사의 콜 지원 업무만 삭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의 첫 번째 목표는 '콜' 응대율이었다. 원청사가 도급사의 업무 방식에 대해 개입할 여지는 없지만 월 실적 평가에서 협의해놓은 KPI를 맞추지 못한 부분에 대해 도급사는 적절한 자구책과 대안을 마련해야 했다. 그 목표가 합리적이라 하더라도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하지 못한 근시안적이라는 평가도 받을 수 있던 것이다. 때문에 콜 지원 업무를 무작정 삭제할 수는 없던 노릇이었다.
딜레마의 빠진 상황에서 우연히 발견한 데이터는 '시간대 별 채팅 상담 응대율'이었다. 데이터를 볼 때 잘게 쪼개라는 문장이 머릿속을 스쳤고, 일단위의 응대율이 아닌 시간대별 응대율을 확인해 가장 취약한 시간대를 추려낸 것이다. 이후 가장 채팅이 몰리는 특정 2개 시간대만 우선 선발해 지원 인력을 추가 투입하였고 근무인원의 업무 시간 편성 또한 그에 맞춰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3월 신규 채용한 인원을 투입하기까지 응대율은 기존 대비 n% 가까이 올릴 수 있었고 여전히 콜 응대율에 비해 부족한 실적이었지만 구색은 갖출 수 있었다.
3) 배운 것
기존에 운영 이력이 없던 신규 채널이 탄생했을 경우 가장 어려운 것은 인당 시간당 평균 처리 건수 산정이 어렵다는 것이다. 당연히 상담사들의 처리 역량과 노하우를 믿지만, 이상적인 응대 수준이란 과연 몇 건인가는 지금도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하물며 한 명의 상담사가 하나의 채널만 전담하는 것이 아닌 여러 채널의 상담을 담당하는 종합몰 고객센터의 경우라면 '적정성'에 대한 정의 자체가 저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때문에 고객센터에서는 대게 평균 응대건수에서 약 n%를 초과하는 실적을 달성할 경우 목표 건수를 조정한다. 연차와 숙련도에 따라 달성해야 하는 목표 건수는 다르지만 평균 처리 건수가 설정한 목표 대비 n%에 근접하다면 이는 '쉬운 목표'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 채팅 상담의 경우 참조할 수 있을만한 기존 히스토리가 없었던 상황에서 데이터의 조회 주기를 '시간'단위로 쪼개 병목이 발생하는 구간의 인당 처리율을 확인했고, 응대율이 적정 수준으로 올라오기 전까지는 인원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는 판단 아래 지원 인력을 더 투입함으로써 문제를 종식시킬 수 있었다. 이번 계기를 통해 데이터를 쪼개서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더 체감할 수 있었다.
1) 상황 - 확인 지표 : 지역별 콜센터의 응대율을 확인하라
일 평균 2만 건 이상의 고객 문의 전화를 받는 고객센터의 경우, 고객센터 운영의 전문화 및 위험 발생에 따른 비상 상황 대비(EX. 특정 상황으로 1개 센터가 폐쇄될 경우)를 위해 지역을 2곳 이상으로 분리하는 곳이 많다. 내가 속한 회사 또한 A와 B지역으로 나눠 고객센터를 관리하고 있었다. 두 센터의 생산성, 즉 응대율 차이가 제법 있었다.
당사에서 설정한 목표는 n% 수준이었지만 메인 지역에 해당하는 지역 A의 고객센터 응대율이 월등히 높았다. 그것도 꽤 오랜 시간 동안. 당시 지역 A와 지역 B의 고객센터 규모는 상담원 규모로 보았을 때 대략 1.5배 정도 차이가 있었다. 그만큼 지역 A센터의 인원 또한 많았기 때문에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전체 지역 A와 지역 B로 들어가는 콜 분배량도 인원수에 맞게 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조건을 이해한다 치더라도 지역 B의 고객센터의 생산성이 다소 떨어져 보였다. 실무자들이 내린 결론은 단 하나. '지역 B의 상담사 및 관리자들이 일을 안이하게 하는 군. 더 타이트하게 관리하라고 압박해야겠어!'
2) 문제 해결 - 확인 지표 : 지역별 콜의 유형별 인입 비중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고객의 '문의 콜'이라는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아주 복잡하게 이뤄져 있다.
본론으로 다시 돌아와 보면, 지역 B의 고객센터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은 주문 전화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인지 아니면 기타 문의에 대한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것인지 한 번 더 구분해볼 필요가 있다는 말이었다.
어떤 채널을 통해 전화를 건 것 까지는 통제할 순 없더라도 주문과 기타 문의는 충분히 전화 유입량의 분배 정책만으로도 조정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3) 배운 것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이 얼마나 쓸모없는 일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가끔 팀장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있다. 고객센터의 관리자가 작성한 보고서의 데이터를 가지고 최종 보고를 드릴 때마다 '이거 더블 체킹 한 것 맞니'라고 말이다. 여태껏 A라고 믿어왔기 때문에 보고서에 적힌 데이터도 그러한 방향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거나, B라는 결론을 도출하게 된 데이터의 내용이 자세히 보면 맞지 않는 것들이 꽤 있었기에 무비판적인 수용이 얼마나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는지 늘 조심하라고 하셨던 내용이다. 막상 그걸 내가 발견하고 20년 가까이 그대로 정책을 고수해온 우리 팀 입장에서 나름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단계적 가설을 세워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것이 처음이었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팀 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구조를 더욱 강하게 확립할 수 있었다.
5년간 일하면서 느낀 점은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은 조직의 노력 없이는 현실적으로 많은 걸림돌이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관련 데이터가 설계되지 않아 DB 구축 프로젝트를 다시 띄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부터 있다고 하더라도 데이터를 다운로드하기 까지 여러 유관부서를 거치고 결재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도 자체를 포기하거나, 관련 데이터가 있다 하더라도 이것을 항시 관리 지표로 만들기 위해선 많은 사람들의 수기 작업이 필요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위에 나열한 3가지의 난관을 거쳐 실무자가 설정한 가설과 결과가 맞아떨어지고 그것이 실제 비즈니스 가치로까지 이어진다고 했을 땐 사뭇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진다.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되고 숫자가 부여되고 나니 그제야 현실을 깨닫게 됨으로써 본인들이 어떤 행동을 결정해야 할지 스스로의 액션 플랜들을 세우기 마련이다. 하물며 늘 기업에서 소외되었던 CS/CX 부서라면 이러한 지표에 더 외진 곳에 위치해 있거나, 데이터를 추출하기 위한 관련 설루션조차 도입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CS/CX가 글 콜센터의 상위 버전이라는 말을 듣지 않고 끊임없이 기업 내 중요 부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어느 일정 수준 전까지는 현업자들의 이러한 데이터 증거주의에 기반한 수기 작업이 일부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무척이나 귀찮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초기 단계에 해당하는 CS/CX 직무의 가치를 아는 담당자들의 노고가 분명 꽃 피울 날이 올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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