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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나무를 좋아합니다. 뿜어져 나오는 그 향도, 나뭇결의 그 느낌도 좋습니다. 때문에 제가 사는 가구는 모두 나무고, 봄이 오면 나뭇가지에 피어나는 파릇한 새싹의 색도 좋아합니다. 저희 엄마는 그러셨습니다. "꽃보다 나무"라고. 그 말씀이 제 안에서 씨앗이 되어 자란 것일까요.
나는 허수아비입니다, 나무사람. 그렇게 서서 널 지켜내는 의무를 가진 존재입니다. 흔들리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내 옆에서 당연하게도 묵묵히 지키는 일을 합니다.
나는 오두막입니다, 통나무로 된. 그렇게 앉아서 너의 쉼을 기다리는 존재입니다. 나무에게 기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제가 줄 수 있는 위안입니다.
나는 뗏목입니다. 그렇게 널 데려다줄 수 있는 존재입니다. 물 위를 떠다니며 당신을 안전한 곳으로 인도하는 것이 제 역할입니다.
10여 년 전, 보성에 갔습니다. 보성 녹차밭을 가기 위함이었는데, 그 녹차밭보다도 좋았던 것이 그곳으로 올라가는 나무가 가득한 길이었습니다. 숲이라고 하기보다는 울창한 가로수의 느낌이었습니다. 좀 더 올라갔을 때에서야 숲 속의 비밀정원에 들어온 기분이었어요. 그 길에서 저는 나무들과 대화를 나눈 것 같았습니다. 그들의 그림자 속에서, 그들이 만들어주는 시원한 바람 속에서.
현재 제 마음은 흔들리는 나뭇가지의 이파리 같습니다. 이파리처럼 가벼운 듯 흔들리지만 아직은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차라리 어떤 새가 따간다면 그만, 시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흔들림 속에서도 저는 나무처럼 뿌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흔들려도 넘어지지 않는 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어쩌면 나무 그 자체보다도 초록색을 좋아하는지도 모릅니다. 봄의 연초록, 여름의 짙은 초록, 그리고 가을이 오기 전 마지막 초록빛까지. 그 색 속에는 생명이 있고, 희망이 있고, 계속해서 살아가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초록은 제게 위로입니다. 힘든 날에도 창밖의 초록을 바라보면 마음이 조금씩 평온해집니다. 나무의 초록은 변하지 않는 약속 같습니다. 계절이 바뀌어도, 세월이 흘러도, 다시 돌아올 거라는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