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기간 설레는 맘으로 준비하는 것이 있다.
붉은색의 아이템에 눈길이 가고, 폭닥폭닥한 소재의 목도리나 장갑에 눈길을 준다. 어떻게 공간을 꾸밀지, 어떤 파티 음식을 해 먹을지 생각하지는 않지만 즐거운 크리스마스캐롤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무슨 영화를 볼지 찬찬히 목록을 살펴본다.
'나 홀로 집에'는 어느새 영화 제목이 아니게 되었다.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하나의 대명사가 되었다.
크리스마스에 뭐 할 거냐는 질문에 마땅히 대답할 만한 것이 없다면
"나 홀로 집에 볼 거야"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다.
크리스마스에 혼자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유용한 수식어가 되어주었다.
물론 다른 영화들도 많지만 이상하게 크리스마스시즌만 되면 나 홀로 집에를 찾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난다.
한때 해피엔딩의 결말을 찾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아마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 나의 중학교 학창 시절.
인터넷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문학이 탄생했다. 키보드 자판으로 입력하는 -_- ㅇ0ㅇ -ㅇ-^ 와 같은 다양한 표정들이 난무했다. 주인공들은 대다수 고등학생들이었으며 미성년자 주제에 언제나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했다. 입에는 욕을 달고 살며 소위 '일진'이라 하는 4대 천왕이 존재했다. 도대체 당시 우리는 고등학생에 무슨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꼭 그 결말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주인공들이 서로 희생하는 새드엔딩의 소설이 많았다. 그때 새벽감성에 취해 밤바다 소설을 읽으며 눈물콧물 다 쏟았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를 먹으니 감정을 표출하는 모든 것이 사치로 느껴졌다.
영화나 소설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는 것은 왠지 부끄러워졌고 애써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으려 부단히도 애썼다. 티 나지 않게 손가락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영화가 끝나고 관이 밝아졌을 때 괜히 퉁퉁 부은 눈을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갤 땅으로 떨구고 짐을 챙기는 척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제는 감정에 에너지를 소모하기가 힘들어졌다. 슬픈 감정에 매몰되어 나의 일상에서도 불쑥 튀어나오는 감정이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크리스마스는 행복한 분위기에 걸맞게 추천 영화는 해피엔딩이 압도적이다. 아무리 새드라 하더라도 누군가 죽거나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요즘은 해피엔딩이 좋다. 조용히 영화 속 인물을 응원하게 된다. 그들의 삶에 공감하고 감탄하고 응원을 보내주고 싶다.
마치 우리네 인생 같아서. 나의 인생도 누군가에게 응원을 받고 위로를 얻고 싶어서. 그래서 크리스마스엔 해피엔딩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