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오랫동안 중국어 공부를 하지 않았다. 확인해 보니 무려 한 달 하고도 5일 만이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그 이유는 세 가지 정도였다.
( 1 ) 소오생이 친구들이랑 통영 먼바다에 있는 매물도/소매물도로 놀러 가느라고.
( 2 ) 소오생이 중국어 매거진을 시작하게끔 동기를 유발해 주신 몇몇 글벗 작가님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호응해주지 못하고 계셔서. 따라오시길 기다렸는데... ㅠㅜ
( 3 ) 요새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엄청 성능이 좋은 번역 어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뉴스를 들어서. 근데 난 지금 무슨 뻘짓을 하고 있나... 갑자기 회의감이 들어서.
고민했지만... 결론은 그래도 일 단계까지는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비게이션도 길을 어느 정도 알아야 잘 이용할 수 있듯, 번역 어플도 제대로 활용하려면 중국어에 대한 기본 상식이 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다.
갑자기 옛날에 어떤 영문과 여자 교수님이 한 말이 생각난다. 외국어를 왜 대학교수가 가르쳐요? 그런 건 학원 같은 데 가서 배우는 거 아녜요? 정말 서구적 발상이다. 요새 같으면 이러겠군. 외국어를 왜 사람이 가르쳐요? 그런 건 A.I. 번역기한테 맡기면 되는 거 아녜요? 앞으로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르겠다. 언어를 왜 사람이 해요? 그런 건 A.I. 로봇끼리 하면 되는 거 아녜요?
언어의 역할은 무엇일까? 의사소통? 물론 그렇다. 하지만 그건 30~40% 밖에 안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소오생은 전임교수가 책임 지고 외국어 교육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바람직한 학풍이 형성되고 전수된다고 생각한다. 언어의 궁극적인 목표는 감정의 전달에 있다. 영혼의 공유에 있다. 이 매거진을 시작한 이유이며, 굳이 마무리 짓고 싶은 이유다.
자, 이제 물건을 사자. 쇼핑은 언제 어디서나 참으로 즐거운 일. 돈만 있다면 말이다. 이미 말한 바 있지만 ‘쇼핑 중국어'를 익히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자세히 말하자면 한이 없으니까 여기선 우선 중점 사항 몇 가지만 이야기해 보자.
약자에게 너그럽고 강자에겐 당당하자
첫째, 마음가짐부터 제대로 배우자. 약자弱者에게 너그럽고 강자强者에겐 당당하자! 그게 무슨 소리? 중국에 가면 우리가 잘 살면 얼마나 더 잘 산다고, 거들먹대며 중국 사람들을 우습게 아는 Ugly Korean들을 너무나 많이 본다. 천민자본주의다. 그런 분들의 공통적인 특징: 거리에서 파는 싸구려 물건들은 악착같이 깎는다. 하지만 정작 비싸게 바가지 씌울 때는 깎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니, 하지 못한다.
잠깐! 중국이 못 산다구요?
2024년 현재 상황으로 보면... 우리가 꼭 더 잘 사는 것 같지도 않다. 물론 1인당 평균 소득은 아직은 우리가 훨씬 높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시라. 중국 인구는 어림잡아 대충 15억. 그중엔 못 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몇 년 전 통계 자료를 보았더니, 수도권 대학에서 왕고참 교수 월급을 받았을 때의 소오생보다 더 소득이 높은 사람도 최소한 2~3억 명 이상이었다. 우리나라 인구의 다섯 배 이상의 중국인들 소득이 소오생보다 더 높다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fact임을 알아야 한다.
얘기 하나 해드릴까? 소오생이 교린이(교수 어린이^^)였을 때 일이다. 안기부에서 꽁짜로 보내주는 대한민국 교수 대표단 틈에 끼여 중국에 간 적이 있었다. 여행 내내 나는 너무 우울했다. 내가 교수라는 게 너무 창피했다. 그중 제일 우울했던 일 중의 하나. 호화판 쇼핑센터에서 있었던 일. 버스가 그곳에 우리를 데려다 놓은지라 나는 그저 하릴없이 구경만 하고 있었다.
엇, 근데 어떤 교수님 한 분이 최고급 벼루를 사고 계시네? 저분, 기억난다. 만리장성 아래서 기념 T셔츠를 사시던 그 양반, 한국 돈 500원짜리를 200원에 사고서 의기양양, 너무나 즐거워하시던 바로 그 양반이다. 거의 울먹거리며 물건을 팔던 꾀죄죄한 소년의 얼굴이 잊히지가 않는다. 아무튼, How much? 물어보는 그 양반에게 너무나도 어여쁜 판매원 아가씨가 대답을 한다. 계산기에 금액을 적어 보여주면서.
량(↓)완(↘)!
뭬라? 兩萬, 两万? 중국 돈 2만 원? 그럼… 우리나라 돈 200만 원?(2024년에는 거의 400만 원!) 믿을 수가 없었다. 벼루 하나에 이백만 원이라니.
그런데 더 믿을 수 없는 일이 생기고 있었다. 지독하게 악착같던 그 양반이 두말 않고 그 돈을 지불하려는 게 아닌가! 자, 잠깐만요! 분기탱천한 오지랖 소오생, 도저히 더 이상 못 참고 끼어들었다.
결과만 말하자. 우리나라 돈 30만 원으로 깎아드렸다. 하하, 이 정도면 저 양반이 술 한 잔 사겠지… 싶었는데, 웬걸? 나를 쳐다보는 그 양반의 눈빛,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너무너무 기분 나쁘다는 표정... 입뿐(!) 아가씨 앞에서 똥폼 한 번 잡으면서 돈자랑 좀 해보려고 했는데, 그래서 어찌어찌해보려 했는데, 니 따위가 뭐라고 건방지게 훼방을 놓느냐, 그런 표정이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문제는 그런 분이 한두 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사랑하고 존경하고픈 여러분은 제발 그러지 마시라.
ㄹ쩌(↘)거 뚜오(→)ㄹ싸오 치엔(↗)?
这个多少钱? 이거 얼마예요?
넝(↗)부넝 piányi diǎnr?
能不能便宜点儿? 싸게 해 주실 수 없나요?
단어 공부
▶ 多少 [duōshǎo; 뚜오(→)ㄹ싸오] 얼마? How much? 의문사다. 즉 이 단어가 있는 문장은 그 자체로 바로 의문문이 된다는 이야기. ▶ 錢, 钱 [qián; 치엔(↗)] 돈. money ▶ 能 [néng; 넝(↗)] 동사 앞에서 능력을 알려주는 조동사. 뒤에 동사가 따라 나오지 않을 경우에는 본동사가 되어버린다. ▶ 能不能 [néng buneng; 넝(↗)부넝] "~을 해줄 수 있나요?" (긍정+부정)의 형태를 만들어주면 의문문이 된다. 이때 뒷부분(不能; 부넝)은 아주 가볍게 경성처럼 읽어주는 게 요령! ▶ 便宜 [piányi; 피엔(↗)이] (형) 싸다. 여기서는 동사. "싸게 해 주다" '피엔'에서 'ㄴ'발음은 비음이니까 코로 발음해야 한다. 즉 '피엔'과 '피엥' 사이의 발음이다.
그런데 이런 말은 길거리의 가난한 상인들에게는 그냥 회화 연습삼아 해보는 정도로 넘어가자. 깎아주면 좋고, 아님 말고,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말이다. 그래봤자 한국돈 일이백 원 차이 아닌가!
네, 뭐라고요? 그 말을 비싼 물건 살 때 쓰면 되지 않겠느냐고요? 하하, 그럴 땐 아마 그 정도 말 가지고는 잘 안 통할 걸요? 그럴 때 사용하는 말은 나중에 중국말을 좀 더 배우고 난 다음, 다시 얘기하기로 하자. 오케이?
열 꼬마 인디언
둘째, 쇼핑 중국어의 핵심은 역시 숫자다. 숫자를 모르면 아무것도 안 된다. 다른 얘긴 다음 기회에 차차 하도록 하고, 이번엔 우선 숫자부터 철저히 입에 익히자.
자, 내가 먼저 1부터 4까지 천천히 읽어드릴 테니 손으로 지휘하며 성조를 몸에 익혀두시라. 큰 동작으로 지휘하세요. 그래야만 소리의 높낮이가 몸에 밸 수 있답니다. 알았죠?
이(→) 얼(↘) 싼(→) 쓰(↘)
세 번 천천히 또박또박 시이~작!
오케이! 성조가 익숙해졌으면 이번엔 열 번 점점 빠르게 시이~작!
예, 좋아요! 그다음은 5부터 8까지.
우(↓) (을)리우(↘)! 치(→) 빠(→)
그다음은 9부터 10. 그리고 백, 천... 갑니다?
지우(↓) ㄹ스(↗) 바이(↓) 치엔(→) 완(↘)!
그런데 실제로 말을 할 때는 숫자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중국어에서 수사數詞는 늘 양사量詞와 붙어 다닌다. 그런데 중국어의 양사는 무지무지 다양하지만, 어떤 양사를 사용해야 할지 잘 모를 때는 [ 거 ge: 個, 个 ]를 쓰면 절반은 맞는다. 설령 틀린다 해도 상대방이 다 알아듣는다.
그러니까 어쩌자고? 처음부터 수사와 양사 [ 거 ge ]를 붙여서 연습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무슨 말인지 아셨죠? 자, 그런 의미에서 1부터 10까지 [ 거 ge ]를 붙여서 연습, 들어갑니다~~?
잠깐, 잠깐! 먼저 꼭 설명을 해야 할 게 있다. 서수와 기수다. 그게 무슨 말이냐고? 어허, 초등학교를 다시 가셔야 하나? 하지만 그러실 필요는 없다. 친절한 소오생이 다시 쉽게 설명해 드리겠다.
▷ 기수基數: 개수나 양量을 나타내는 수.
▷ 서수序數: 사물의 순서를 나타내는 수.
어느 나라 말이나 기수와 서수는 상당히 다르다. 영어는?
▷기수: one, two, three...
▷서수: first, second, third...그쵸?
한국어는? 좀 더 복잡하다.
▷기수: 일, 이, 삼... 또는 하나, 둘, 셋... 또는 한 (개), 두 (개), 세 (개)...
▷서수: 첫째, 둘째, 셋째...
중국어는? 무지 쉽다. 전혀 복잡하지 않다. 서수와 기수가 기본적으로 똑같기 때문이다.
히야, 이렇게 좋을 수가! 근데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두 가지만 기억하자!
▷서수: 이(→) 얼(↘) 싼(→) 쓰(↘)... 똑같다! 딱 하나, 앞에 띠(↘)만 붙여주면 된다.
第一, 第二, 第三, 第四...
정말 쉽죠?
우리도 제일, 제이, 제삼... 자주 사용하니까 한국 사람에겐 정말 너무 쉽다. 발음만 내 것으로 만들면 된다.
▷기수 : 이(→) 얼(↘) 싼(→) 쓰(↘)... 똑같다! 딱 하나, [ 얼(↘) ]만 다르다.
[ 얼(↘) ]이 아니라 [ 량(↓)兩 ]이라고 할 때가 있다.
어느 경우에 [ 량(↓) ]이라고 읽을까?
[ 답: 2個(个), 200, 2000, 20000, 2百萬, 2千萬일 때만! ]
※ 십 단위에서는 그냥 얼(↘)로 발음한다.
▶ 응용문제 : 그럼 아래 경우의 숫자 [ 2 ]는 '얼(↘)'이라고 할까, '량(↓)'이라고 읽을까?
( 1 ) 12, 20 : 방금 말했잖아욧! 위의 경우에 해당 없으니깐 정답은 '얼(↘)'! 오케이? ( 2 ) 220: 앞의 2는 '량(↓)', 뒤의 2는 '얼(↘)'. 량(↗)바이(↓)얼(↘). 이때 맨 뒤의 단위 'ㄹ스(↗)'는 생략이 가능하다. ( 3 ) 2220: 첫 번째, 두 번째 2는 '량(↓)', 세 번째는 '얼(↘)'. 량(↓)치엔(→) 량(↗)바이(↓)얼(↘).
자, 이런 건 왜냐고 묻는 게 아니다. 수사 뒤에 양사 [ 거 ge ]를 붙여서 백 번 천 번 읽고 또 읽어보자.
이때 중국어 숫자 [ 이 ]를 발음할 때는 두 가지 사항에 유념하자.
① 중국어 숫자 [ 이 ]는 '둘'이 아니라 '하나'다. 착각하지 말자.
② 중국말 숫자 [ 이(→) ]는 원래는 1 성인데, 뒤에 경성이 붙으면 2성으로 바뀐다.
어휴, 뭐 이렇게 복잡해요? 외우려면 골치 아프겠어요... ㅠㅜ
아니다. 그냥 그 두 가지에 유념해야 한다는 걸 한 번만 기억하고, 그다음부터는 그냥 올바른 발음으로 백 번만 따라 읽으면 저절로 내 입에서 전 자동으로 튀어나오게 되어 있다. 어? 이게 되네? 여러분 자신도 깜짝 놀랄 것이다. 자, 그런 의미에서 우선 열 번 시~작! ^^ 천천히, 그러다가 점점 빠르게! 오케이?
이번에는 [ 수사 ] + [ 양사 ] 뒤에 명사까지 붙여서 연습해 보자. 어떤 명사를 붙여볼까요? [ 런(↗), 人 ] '사람'이란 명사를 붙여보자. 한 사람, 두 사람. [ 이(↗)거런(↗) ], [ 량(↓)거런(↗) ] 오케이?
[ 人 ]의 발음은 원래 권설음 [ 렌 ]이다. 그러나 한어병음 표기법으로는 [ 렌 ]이라고 표기하는 게 불가능하다. 제일 유사한 표기법이 [ ren, 런 ]이다. 많은 중국 사람들이 아직도 [ 렌 ]이라고 발음하지만 점차 [ 런 ]으로 발음이 변화하고 있다. 표준 표기법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거는 재밌는 동요를 배우면서 익혀보자. 이때 손가락으로 숫자를 표현하는 방법도 눈에 익혀두자. 요새는 중국도 정찰제이지만 아직도 전통 시장에 가면 討價還價, 讨价还价[tǎojià huánjià], 흥정을 한다. 이런 곳에 가서 물건을 사려면 입으로 말하는 숫자와 손가락 숫자를 꼭 배워두셔야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