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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Nov 18. 2022

마감이라는 정글

직장인 글쓰기(8)

철탐 매거진에 보낼 마지막 글을 다듬고 있다. 글이 완성되면 마감에 늦지 않게 브런치와 매거진에 동시 발행해야 한다. 문장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비울 것과 덜어낼 것을 결정해야 한다. 오전 내내 문장을 반복해서 읽고 수정했더니 진이 빠진다. 사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서 가족의 도움을 받는다. 처음에는 쑥스러웠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글을 읽고 평을 해달라고 부탁한다. 남편과 딸은 처음에는 귀를 기울이더니 점점 귀찮아한다. 그럼에도 낭독을 고집하는 것은 문장을 읽을 때 글이 입에 착착 달라붙는지 리듬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글 좀 썼다고 자랑하는 남편이지만 아내의 글에 토를 달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비평하지 않고 칭찬해 주는 것으로 남편은 점수를 딴다.


'초고란 뭐가 됐든 쓰레기'라는 말을 남길 정도로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와 <노인과 바다>를 비롯한 다른 작품들에서도 적게는 수십 번에서 많게는 200번까지 고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이는 '백 번 퇴고하면 누구나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라고 말하지만, 글쓰기 초보자에게 퇴고는 쉬운 과정이 아니다. 그래서 글쓰기 모임을 통해 서로 합평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나름대로 글을 잘 다듬어 제출했음에도 합평 시간에 문우들 의견을 듣다 보면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이 보인다. 비문 사용, 반복되는 단어 그리고 문장과 문장의 모호한 연결성까지 지적받게 되면 얼굴이 화끈거린다. 수술대에서 내려온 글을 받아 최종 원고가 되기까지 퇴고를 반복한다. 문장의 성질은 고치면 고칠수록 더욱 좋아진다. 그렇다고 무한정 고칠 수만 없기에, 글의 결과물에 대한 적당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 마감시간은 맞춰야 하니까..


철탐반 문우들의 글을 합평하려면 매의 눈으로 여러 번 읽고 행간의 의미까지 살펴야 한다. 글 속에서 문우들의 마음이 보인다. 사유의 글을 쓰다 보면 자신의 내면 아이를 만나게 된다. 현재 자신의 고통이 전혀 이해되지 않을지라도 자신의 내면 아이를 직면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기고, 치유할 수 있는 힘을 얻는다. 고통은 언젠가는 사라지고 사랑은 끝내 살아남는다.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다 보면 조금씩 내 안에 공감할 수 있는 여백이 생긴다.


니체에 따르면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힘들더라도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라고 한다. 운명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자신에게 주어지는 고난과 어려움에 굴복하거나 체념하는 수동적의 삶의 태도를 의미하지 않는다. 현재의 고통이 너무 크게 느껴져도 '아모르파티'는 살아남는다. 인생 그 자체를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글쓰기를 선택한다. 자신의 삶이 스트레스로 가득 찬 환경에 놓일지라도 삶을 긍정하고 감사하는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있다. 결국 내 안의 잠재력을 깨워서 눈부신 재능을 만나기 위해 마법적인 글쓰기를 하는 것이다.


아모르파티(amor fati):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운명관을 나타내는 용어로 '운명애'는 자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고난과 어려움까지도 받아들이는 적극적인 방식의 삶의 태도를 의미한다. 즉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가치 전화하여, 자신의 삶을 긍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두산백과]


마감까지 글을 발행하려다 보니 긴장 때문인지 지인들은 내 얼굴에서 수심이 보인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러나 문우들이 합평한 글을 대강 제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마감이 있기에 어느 정도 선에서 고치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아무리 수정해도 완벽한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인간은 언제나 자기 능력보다 더 높이 희망하지만, 희망했던 것보다 못 미친 다고 해도 어느 정도는 만족하며, 그 어떤 결과에서도 결국 뭔가를 배우는 존재다. 추구했던 것과 다른 것을 얻는다고 해도 불행하지는 않으리라. 설령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 시간은 나에게 겸손을 가르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터득한 나의 데이터에 의하면 겸손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답이다. 감사는 최고의 생존비법이다. 어쨌든 살아남아 꿈꾸고 있지 않은가!!



직장인 철학자 시리즈는 이 글로 마칩니다.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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