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살카는 러시아나 체코 등 슬라브 민족의 설화에 나오는 강의 요정입니다. 인간 소녀가 물에 빠져 죽으면 루살카가 된다고 알려져 있지요. 머리카락이 길고 아름다운 여성으로 묘사되는데 강가를 걸어가는 남자가 있으면 유혹해서 강 속으로 끌고 들어가 버린다고 합니다. 성령강림절 이후 여름 동안은 숲에 살면서 노래하거나 춤추거나, 나뭇가지에 앉아서 보내며, 수수께끼를 좋아해서 인간이 수수께끼를 풀면 풀어주기도 합니다. (네이버 환상 동물사전 참조)
루살카는 우리나라의 처녀귀신과 비슷하게 하얀 원피스를 입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바닷가 암초에 앉아 어부나 선원을 유혹해 물에 빠져 죽게 하는 세이렌과도 흡사하지요. 발레 <지젤>에 나오는 주인공 지젤 또한 죽어서 숲에 사는 처녀귀신이 됩니다. 인어공주도 문득 떠오르는군요. 결혼하지 못하고 죽은 젊은 여성들의 한은 동양과 서양을 막론하고 유사한 정서를 주나 봅니다.
드보르작의 오페라 가운데 <루살카>가 있습니다. 숲의 정령인 루살카가 인간 세계의 왕자님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인간이 되지 못해 삶과 죽음 사이를 영원히 떠돌게 된다는 비극적인 이야기를 가진 이 오페라에는 아주 아름다운 아리아가 들어 있습니다. 루살카가 왕자님을 떠올리며 부르는 노래인데요. 세상을 두루 비추는 달님에게 자신의 사랑을 왕자님에게 전해 달라는 절절한 마음이 우아하면서도 서정적인 멜로디에 더해져 오페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최고의 아리아로 꼽을 겁니다.
라일락 꽃향기가 풍기는 늦 봄의 밤이 되면, 어김없이 루살카의 노래를 듣게 됩니다. 인간의 세상에서 인간이 되어 사랑을 하고 팠던 그녀의 소원을, 달을 보며 대신 빌어 보게 됩니다. 비록 이뤄지지 못했을지라도 누군가는 그네들의 슬픔을 기억해주고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