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에도 계급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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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짧지만 두루두루 다른 작가님들의 글을 읽어본 바로 느낀 느낌은 글의 체력이다.
다른 말로 하면 근육과 골밀도다.
글에도 골밀도가 있고, 문장에도 근육량이 있다.
전문 작가들은 모두 문장이 빽빽하다. 글의 밀도가 높다.
불필요한 지방(군더더기)을 걷어내고, 근육과 신경계로만 이루어진 문장을 쓴다.
마치 지방 하나 없이 잔근육의 선까지 살아있는 보디빌더의 그 숨 막힐 듯이 단단한 육체미를 연상케 한다.
이분들은 할 말도 많고 지면이 오히려 부족하다. 출간을 하기 위해서는 제한된 지면에 글을 집어넣어야 하는데 여백을 두는 건 종이의 낭비다.
예시 : 조경아
(최근 '안락정원' 출간하신 거 축하드립니다.)
그보다 더 빽빽한 사람은 단연 이호창 교수님,
한국의 전통과 영성에 관한 글이 이제 겨우 끝나나 싶었는데 다시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셨다.
교수님 잠은 언제 주무세요?
교수님의 글이 빽빽한 것은 그 문장들이 단순한 수식(修飾)이 아니라 압축된 코드이기 때문일 것이다.
행간에 여백을 둘 틈도 없이 지식과 성찰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분은 글을 쓰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고 계신다.
글이 곧 그분의 머릿속 세계의 소스코드인 것이다.
교수님 글은 꼭 읽어야지.
지성인(知性人)이라면...
예시 : 이호창
초보 작가들 글들은 전부 여백의 미.
그냥 두세 줄 던져 놓은 글도 많이 봤다.
무슨 전위 예술이나 철학적 사유가 깊은 것 같은 흉내를 내는 글들이다.
초보 작가들은 여백의 미를 살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은 담아낼 데이터(사유)의 양이 부족해서 생기는 빈 공간일 확률이 높다. 사유의 근육이 발달하지 않아 뼈대가 드러난 기아상태 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사실 여백의 미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두 줄 띄울까 한 줄 띄울까 고민을 많이 한다.
신체검사 키높이 측정할 때 까치발 드는 것처럼 부풀려서 좀 있어 보이게 하려고.
그리고 작가 지망생들의 글의 특징을 발견하였으니 그것은 바로 4단락 연습.
기 승 전 결 (起承轉結)
예시 : 가을 하늘
함문평 작가님은 여전히 기본에 충실한 4단락 글쓰기를 하신다.
국가대표 축구선수 손흥민이 여전히 기본기에 충실하라고 조언하는 것과 같은 거겠지.
함문평 작가님 같은 대가의 글은 다르다.
이것은 쓸 게 없어서 여백을 두는 게 아니라, 가장 완벽한 구조를 유지하며 그 안의 밀도를 조절하는 설계의 미학이다.
그래서 막 쓰는 것 같은데 중독성이 있고 끊기가 어렵다.
이거 뭐지?
예시 : 함문평
그리고 예쁜 글, 진짜 예쁜 글.
내가 흉내 낼 수 있으면 지나치겠지만 흉내 낼 수 없는 작품 같은 글.
문체가 아름답다.
뭐라고 형언하기 어려운 그 표현력에 감탄을 한다.
예시 : meldliy
그리고 홍보성 글.
예시 : 하얀나비 중매글
우리 모두 합심해서 하얀나비 아드님 장가보냅시다.
최근 사진은 더 잘 생기셨습니다. (제가 봤습니다.)
하얀나비 작가님 제가 제일 좋아하는 거 아시죠. 작가님 글.
장난이에요. 삐치지 마세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있다.
팔로우가 2000이 넘고 출간도 해봤고 글수는 500이 넘고,
이제 더 쓸게 없어서 브런치 스토리 경험 전수하시는 글들이 다수 있다.
창작의 고통보다는 플랫폼의 생리를 파악해 조회수의 기술을 전수하려 한다.
주로 나 같은 햇병아리를 타깃으로 한다.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시험 잘 보는 기술 전수 같은 글들.
이런 글들 자체가 조회수가 높다.
닳고 닳아서 경험상 뭐가 조회수가 높은지 아는 거지.
히는 김에 한 줄 더 덧붙이자면 자연계 전공자들의 글은 확실히 문과 계열 전공자들의 글과는 결이 다르다.
나도 수의학을 전공해서 읽은 책들이 전부 직설적이고 논리적인 사실 기반의 이공계 서적이기 때문에
글을 몽글몽글하게 만들고 철학적 깊이가 있는 알쏭달쏭한 글을 쓰는 데는 재주가 없다.
1+1= 2이고 A = B 다.
예시 : 박성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