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간 : 백두대간 26구간 (하늘재-조령3관문)
위치 : 경북 문경시 문경읍 - 충북 괴산군 연풍면
날씨 : 최저 21도-최고 29도 습하고 더운 날씨
산행거리 : 11.7km (마루금 9.4km+구간 외 2.3km)
소요시간 : 선두(8시간 25분) 후미(9시간 24분)
참여인원 : 64명
뜨거웠던 여름이 끝나간다. 길에 서 있기만 해도 머리가 뜨거워지고 땀이 줄줄 흐르는 여름에 어떻게 산행을 했을까?
일단, 더워지기 전에 산행을 마쳤다. 그러기 위해 캄캄한 새벽에 출발했다. 여름엔 야간 산행이 필수였다. 막상 해보니 더위보다 습도가 문제였다. 습도 90%가 넘는 날 산을 오르면 팔에 땀인지 습기인지 모를 물이 흘러내렸다. 더운 건 옷을 벗어 조절한다 해도 습도는 조절하기 쉽지 않았다.
습도에 대비하는 방법으로는 헤어밴드나 모자를 써서 땀이 눈으로 들어가는 걸 막는 것이다. 땀이 눈으로 들어가기 시작하면 길이 생기는 건지 계속 들어갔다.
여름 산행에 시원하려고 머리를 짧게 잘랐다. 그런데 자꾸 귀에 물이 차서 보니 귀 옆에 남긴 구레나룻을 타고 땀이 들어가고 있었다. 가방이 닿은 등, 겨드랑이, 허리에 붙은 바지선 따라 땀으로 젖기 시작해 너나 할 것 없이 땀으로 다 젖는다. 별 수 없다. 흠뻑 젖은 모자를 짜고, 새 수건으로 머리카락을 말려가며 가는 수밖에.
부채의 재 발견이 있었다. 최신식 휴대용 선풍기보다 부채가 더 좋았다. 작은 팬에서 얼굴, 한쪽 어깨에만 바람을 보내는 것에 비해 부채를 크게 휘저으면 옆 사람까지 시원했다. 접이식 부채는 휴대폰주머니에 쏙 꼽아져 쉴 때 마다 꺼내기도 좋았다.
산에서는 냉장고 때문에 가려졌던 냉각기술자들이 두각을 나타냈다. 똑같이 얼음물을 얼려오는 데 달랐다. 여름 해 아래 꺼내두고 걸으면 금세 녹았다. 날머리까지 언 콜라를 마시며 가는 기술자들의 노하우는 지퍼를 꽉 물리는 보냉팩을 이중으로 감싸고 가방 안을 커다란 김장봉지로 한 번 더 마감하는 것이었다.
나는 물을 5병을 가져갔는데 많이 마시는 사람은 8병까지 가져왔다. 탈수를 막기 위해 포도당 알약을 머으며 갔다. 가방 무게를 줄이기 위해 간식대신 에너지 젤을 먹었다. 여름 산행은 체력전이었다.
점심 전에 산행을 마치고 나면 물로 뛰어들었다. 한 번은 계곡으로, 바다로, 그리고 이번 산행이 후에는 수영장을 갔다.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면 열이 오른 관절들이 '칙-' 소리를 내며 식는다. 산행의 피로가 싹 가신다.
걱정 많았던 여름 산행이 쓰러지는 사람 없이 지나가고 있다. 이 열 치열하며 올여름을 잘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