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은 자유다.
사회 초년생 시절,
‘혼자 밥 먹지 마라’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식사시간을 잘 활용했다.
나는 식사시간을 이용해
상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점심시간이 되면,
센스 있게 엘리베이터를 잡았고,
구내식당에서 줄을 서면서
그날의 주요 업무를 보고 드렸다.
저녁시간엔 상사의 술친구가 되어,
업무의 연장이라는 명목하게
술자리를 함께 했다.
그렇게 나는 회사 사람들과
식구(食口)가 되어 갔다.
“애들아~ 밥 먹자~”
요즘은 재택근무 덕분에 일을 하면서도,
가족들과 식사를 한다.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행복한 식사 시간이다.
코로나가 시작된 이후,
식당에서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하는 것은
상당히 조심스럽다.
그냥 밥만 먹었으면 좋겠는데,
영양가 없는 이야기,
업무적인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렇다고 “조용히 식사하면 안 될까요?”
라고 말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마흔 살의 나는 그래서 혼밥을 시작했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상대방을 위해서.
내가 누군가에서 “함께 식사해요”라는 것도
상대방 입장에서는 불안하지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사노무 담당자로서의 자질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정해진 업무시간에
업무적으로 관계를 쌓기로 했다.
나에게 온전한 휴게시간을 보장해 주고,
상대방에게도 편안한 휴게시간을 갖도록 해주고 싶다.
혼밥은 장점이 많다.
먹고 싶은 메뉴를 먹을 수 있다.
천천히 먹어도 눈치 보이지 않는다.
대화가 끊길 걱정으로 머릿속이 복잡하지 않다.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오늘은 누구랑 먹어야 하나? 고민도 덜 수 있다.
무엇보다 식사시간까지
억지웃음을 지으며
재미없는 이야기를 듣지 않아도 된다.
(물론 나도 그 재미없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일 수 있다.)
처음이 어색하지
혼밥을 즐기다 보면,
진정한 휴게시간을 누릴 수 있다.
마흔 살의 나는 혼밥이 좋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