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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칸양 Feb 14. 2022

멈추고 선택하라 그리고 진짜 나의 길을 향해 걸으라

같은 영화 다른 시선(8) - 영화 <와일드>


☞ 부끄러움의 경제학- 영화 <동주>(1편)

☞ 신데렐라, 메타포를 입다- 영화 <일 포스티노>(2편)

☞ 경제학적 행복의 진짜 의미- 영화 <꾸뻬씨의 행복여행>(3편)

☞ 평온한 허구 VS 험난한 현실, 당신의 선택은?- 영화 <트루먼 쇼>(4편)

☞ 삼겹살 먹는 캥거루 가족의 좌충우돌 행복 찾기- 영화 <고령화 가족>(5편)

☞ 일도 사랑도 멋지게 복원시키는 직업이 있다면-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6편)

☞ 나는 너와 만나기 위해 '선택'하면 살아온거야-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7편)




"언제나 일출과 일몰이 있단다. 그리고 넌 그곳에 있을 건지 선택할 수 있어. 넌 네 자신을 아름답게 해주는 길을 걸어갈 수 있어."


                                                       - 영화 <와일드> 중에서 - 




감정에 좌우되는 행동 경제학


한 여자가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배낭을 맨 채 혼자 산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비지땀을 흘리고 가쁜 숨을 내쉬며, 때로는 발톱까지 빠지는 엄청난 고통까지 감수해가며 말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습니다. 그녀는 대체 왜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걸까요?



그녀가 걷고 있는 이 길은 무려 4,285Km나 되는 엄청난 길이를 자랑하는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 태평양 종주길)로써, 미국 서부를 남쪽인 멕시코부터 시작해 북쪽의 캐나다까지 연결하는 도보 여행길입니다. 연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도전하고, 또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수많은 문제로 인해 아쉬움을 안은 채 완주를 포기하는 길이기도 하죠.



그녀의 이름은 셰릴 스트레이드. 평생 의지해 살아오던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자신의 삶 또한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말았습니다. 살아야 할 이유조차 잃어버린 채 방황하던 그녀에게 다가온 것이 바로 PCT였죠. 그냥 끌림이었습니다. 어쩌면 도피였을 수도 있겠네요. 자신에게 주는 제대로 된 삶을 향한 마지막 기회였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녀는 그렇게 운명의 한걸음을 내딛기로 결정합니다.



행동경제학이란 학문 분야가 있습니다. 경제학이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학문이란 것은 이미 이야기했죠? 단 경제학에는 한가지 전제사항이 있는데, 인간은 합리적이며 이성적인 선택을 한다는 겁니다. 즉 감정을 배제한 채 수학적으로 가장 효과성을 높게 끌어낼 수 있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인간을 호모 사피엔스와 더불어 호모 이코노미쿠스(경제적 인간)라고 부르는 거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성적 판단을 하기 보다는 오히려 갑작스런 감정에 휘말리면서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는 거죠. 그래서 경제학의 이런 오류를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학문이 바로 행동경제학(기존 경제학을 이와 구분하기 위해 고전경제학 또는 주류경제학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입니다.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우연히 홈쇼핑 방송을 보게 됩니다. 새로운 운동 기구를 팔고 있네요. 평상시 운동에 관심은 있지만, 가격도 비싸고 그다지 꼭 필요한 제품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웬지 자꾸 끌리네요. 게다가 1+1에 다른 제품까지 끼워서 준다니 더욱 마음이 동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결정타, 마감임박! 자신도 모르게 급하게 구매 버튼을 누르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며칠 뒤 집으로 배달되어온 박스를 보니 후회는 더욱 커집니다. 대체 내가 왜 그랬던 걸까요?



이처럼 우리는 스스로를 이성적 존재라 생각하고, 더불어 호모 이코노미쿠스로서 경제적으로 합리적 선택을 내린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경우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게 됨으로써 나중에 자신의 결정에 대해 후회하게 되죠. 이에 대해 심리학자 조너던 라이트는 ‘감정이 머리이고, 합리성은 꼬리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멈추니 비로소 보이는 삶의 길


셰릴은 94일간 총 1,770Km를 걷습니다. 무려 6개나 되는 발톱을 희생하며 말이죠. 경제적으로 이러한 행동은 그녀에게 아무런 성과를 가져다주지 못합니다. 아니 성과는커녕 오히려 그나마 가지고 있던 돈까지 다 써버리게 되니 경제적으로는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여행의 막바지에는 이런 걱정까지 하게 되죠.


‘300마일 정도 남았어. 제발 끝났으면 좋겠어. 하지만 두렵기도 해. 그게 끝나면... 내 이름 앞으로 200원 밖에 남지 않거든. 그래도 계속 살아야겠지. 하지만 아직 전혀 준비되지 않았어.’


하지만 행동경제학적으로 보게 되면 그녀의 선택은 충분히 이해될 수 있습니다.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가 아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었죠. 즉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보고 다시 힘을 내 새로운 삶에 도전하기 위한 스스로에 대한 격려와 위로, 그리고 믿음을 회복하는 시간이었다 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경제적 성과가 아닌, 터닝 포인트를 만들기 위한 일시적 멈춤이 그녀에게 더 중요했던 겁니다.



프랑스의 소설가 폴 부르제는 1914년 『정오의 악마(Le Demon de mid)』라는 책에서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이는 삶의 기준점이 누구에게 있느냐를 강조하는 문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즉 온전히 내가 원하는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타의에 의해 정해진 길을 갈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죠. 누구나 알고 있듯 사실 쉬운 선택은 후자쪽입니다. 혼자 무언가를 결정한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셰릴은 엄마의 죽음 이후 자신의 의지와 생각대로 살지 못합니다. 세상의 거친 파도 속에 갇힌 채 이리저리 휘둘림을 당하며 지내왔던 거죠. 하지만 그녀의 비이성적 자아는 더 이상 이런 쓰레기와도 같은 삶을 멈추라고 요구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길을 찾아보기로 결심하게 되고, 우연한 끌림에 의해 PCT의 길로 들어서게 되죠. 비로소 본인의 생각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처음엔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어느 것이 자신의 생각이고, 어느 것이 타인의 생각인지 구분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나 그녀는 점차 자신만의 생각과 색깔을 찾기 시작합니다. PCT의 끝없는 길을 걸으며, 비로소 자신의 삶을 찾아가기 시작한 겁니다.


그녀는 94일로 여행을 마무리한 후 다시 세상으로 돌아갑니다. 이후 자신의 이야기를 다큐로 제작한 PD와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고, 더불어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하게 됨으로써 그녀는 비로소 자신의 생각대로 인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아마도 이렇게 된 배경에는 그녀에게 남긴 엄마의 한마디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되네요.


"언제나 일출과 일몰이 있단다. 그리고 넌 그곳에 있을 건지 선택할 수 있어. 넌 네 자신을 아름답게 해주는 길을 걸어갈 수 있어."




※ 이 글은 2022년에 출간될 책 <같은 영화 다른 시선(가제)>의 초고입니다.



차칸양

"경제·경영·인문적 삶의 균형을 잡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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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밸런스 컨설턴트(Life Balance Consultant) 차칸양이 개인 재무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평소 자산관리나 재무설계 그리고 노후 대비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몰라 실행하지 못했던 분들, 투자를 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거나 겁부터 나시는 분들 혹은 실패하신 분들, 처음 직장생활을 시작함으로써 경제 플랜을 세워야 하는 새내기 직장인들, 퇴직을 앞두고 경제를 비롯한 삶에 대한 고민이 많으신 분들 등 경제와 관련된 조언과 해법을 드립니다. 또한 컨설팅을 진행하더라도 절대 펀드, 보험상품 등에 대한 가입 권유를 드리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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