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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용원 Jul 22. 2023

[신이 된 영웅, 관우](2017) - 마바오지

- 충의신무영우... 관성대제

충의신무영우... 관성대제

- [신이 된 영웅, 관우], 마바오지, 2017.





"관우와 장비는 모두 1만 명을 상대할 만하며 그 시대의 용맹한 신하이다. 관우는 조조에게 보답하였고, 장비는 대의로써 엄안을 풀어주었으며 이들은 모두 국사(國士)의 풍모를 지녔다. 그러나 관우는 굳세고 교만하며, 장비는 포학하고 은혜를 베풀지 않았는데 그 단점 때문에 실패하게 되었으니 이치상 당연한 것이다."

- 진수, [정사 삼국지], <촉서>, '관장마황조전', '평왈(評曰)', 3세기.



진수의 정사 [삼국지] <촉서>의 '관우전'은 유비의 '선주전'으로부터 그 차례를 보면 그의 아들 유선의 '후주전'과 유씨 황후들과 가문사람 몇 명, 공명의 '제갈량전' 다음으로 바로 이어지지만 그 분량은 상당히 짧다.

나관중의 [삼국연의]나 그 전부터 민간에 만화처럼 읽혀 내려오던 [전상삼국지평화] 같은 이야기 속 관우의 존재감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략에 불과한 것이다.

이야기의 시작인 "관우는 자가 운장이고 본래 자는 장생이며, 하동군 해현 사람이다. 망명하여 (유비의 고향) 탁군으로 달아났다." 말고는 진정 인용할 만한 인상적인 문장 한 줄 없이 매우 무미건조하기까지 하다.


진수의 [삼국지] <촉서> '관우전'을 요약하면, 관우운장은 유비현덕의 용맹한 수하장수로서 "잠잘 때도 함께 할" 정도의 형제와 같은 깊은 정을 나누었지만 시종 그의 곁을 시립하며 의리로서 유비를 지켰던 최측근 부하였다.


관우와 장비, 마초 및 황충과 조운의 이야기인 '관장마황조전'의 말미에 게재된 [삼국지] 편저자 진수의 평론인 '평왈(평하여 말하다)' 기사에 따르면, 관우는 "용맹"한 "국사의 풍모"로서 굳세었으나 "교만"하여 결국 실패하게 되었으나 "이치상 당연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역사에서 실패한 위인으로 '정사'는 관우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169

https://brunch.co.kr/@beatrice1007/92


그럼에도 고대의 민간만화 [전상삼국지평화]와 원말명초 나관중의 [삼국연의] 등의 논픽션 드라마 및 관우가 최후까지 지키려다가 죽은 중국 남방의 형주 지역 범신론 사상 등의 영향으로 현재는 중국 최고의 '무신(武神)'이 되었다.



관우는 '문성(文聖)' 공자에 비견되는 '무성(武聖)'으로서 '관성대제(關聖大帝)'로 불리는데, 진수의 정사 [삼국지]를 훗날 주해한 배송지에 의하면 사실 고대의 역사서 [춘추좌씨전]을 늘 읽고 "입으로 줄줄 외울" 정도로 문무를 두루 겸비하였고, 과연 이천년간 인구에 회자되며 '제왕'의 반열에 올랐다.





"북송 시대 양산박 농민반란의 영웅 대도 관승은 관우의 후손으로 추앙받았고, 원나라 말기 홍건군을 이끈 유복통, 명나라 말기 농민반란군을 이끌었던 고영상, 이자성, 장헌충, 청나라 말기 태평천국군을 이끈 홍수전 등이 관우를 자신의 롤모델이자 필승의 수호신으로 삼아 군대를 이끌었다. 관우의 용맹과 전투력이 신격화된 것은 바로 이런 역사배경 때문이었다."

- [신이 된 영웅, 관우], <들어가는 말>, 마바오지, 2017.



중국 허창대학에서 삼국문화 및 위진남북조 문화 등을 연구한 역사학자 마바오지(馬寶記) 교수는 평생 관우를 연구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30년 연구 업적으로 '관우평전'을 2017년에 새로 썼는데, 원저는 [관우도전(關羽圖傳)]으로 2023년 국역본은 [신이 된 영웅, 관우]다.



관우는 하동군 해현 출신으로 그의 고향 해현은 산서성 남부 지역인데 고대에 황제가 치우를 죽이고 치우의 머리와 사지를 잘라 버린 곳이란다. 치우의 피가 말라 소금의 염지가 된 땅이며 치우의 사지가 '분해'된 땅이라 '해(解)'라고 불리는데, 오래된 전략적 요충지라 동한말 황건농민반란 시기에도 혼란의 지역이었단다.


관우 가문의 기원으로 올라가면, 그가 아주 더 먼 오래전 하나라 시대 직언을 올리다가 죽은 충신 관용봉 가문의 자손이라고 구양수의 [당서]에서 전한다지만 근거는 없다고 한다.

어쨌든, 17세에 가정을 꾸리고 18세에 훗날 형주에서 손권에게 함께 참수당한 큰아들 관평을 얻었으며 23세인 183년에 해현의 악덕지주 여웅을 때려죽이고 탁군으로 도주한 관우는 탁군 탁현의 실력자 유비와 장비를 만나 '도원결의' 전설을 시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삼국지' 이야기를 펼쳐간다.



마바오지의 '관우평전'은 '삼국지'의 오랜 이야기를 아는 이들에게는 매우 익숙하여 책장을 다 덮는데까지 채 하루도 안 걸린다.

진수의 정사에 따르면 '무신' 관우는 용맹하고 의리 있는 굳센 장수이자 국사의 풍모를 지녔으나 성품이 교만하고 거만하여 역사의 실패자가 되었음에도 중국민중들에 의해 끊임없이 '충의'와 '용맹', '의리'의 화신이 되어왔다.



관우는 초기 유비로부터 '별부사마'로 임명되었고, 잠시 조조에게 의탁했을 때 원소군의 명장 안량을 벤 후 후한 황제(실권자는 조조)로부터 받은 '한수정후'를 시작으로 촉한 시기까지 '5호장군' 중 '탕구장군 한수정후' 같은 제후급 명함이 그의 공식 직함이었다.

손권의 군대에게 패하여 형주에서 참수된 직후에는 유비 황제에 의해 '장무후'로 추존되었다.


그런 관우는 사후 오랜 시간 동안 유교 및 불교와 도교(유-불-선)의 '신(神)'으로 추앙받다가 유-불-선의 마지막 종교인 도교가 국가종교로 정착된 당나라 시기부터 도교의 지존인 '진군'으로 추존되었고, 도교에 미쳐있던 북송의 마지막 군주 휘종 시기에는 도교의 명실상부한 최고신이 되었다.

여진의 금나라와 몽골의 원나라 지배 시절에도 관우는 끊임없이 '충의'와 '용맹'의 무신으로 존재감을 잃지 않다가 명나라를 거쳐 19세기 청나라 말기였던 1879년에는 아래와 같은 스물여섯 글자의 최종 시호를 얻었다.



"충의신 무영우 인용 위현 호국 보민 정성 수정 익찬 선덕 관성대제"

- 청나라 덕종 광서5년인 1879년.


의미는 '충의'와 '무용', '인덕'과 '용맹', '지혜'와 '호국보민', 유교적 '성의'와 '정심', 불교와 도교적 '선덕'까지 갖추신 '성인'이자 큰 '제왕' 되시겠다.





"이처럼 고대 중국 종교의 중심이었던 유교, 불교, 도교가 모두 관우에게 막강한 지위를 부여했다. 이와 같은 사례는 중국 역사를 통틀어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일이다. 봉건 시대의 유일무이한 절대신으로 등극한 관우는 오늘날까지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 [신이 된 영웅, 관우], <12장. 신이 된 관우>, 마바오지, 2017.



중국 고대로부터 지배적 이데올로기로서 유교는 관우의 '충의'와 '용맹'을 높이 평가했는데, 유교 왕조 정권이 민중을 통치하는데 효율적인 기제로서 '충의'를 강조했다.


동한 명제 시기 전래된 불교는 위진남북조 시대 지배적 민간종교가 되었고 수나라 시기부터 관우는 본격적으로 보살이나 부처의 반열로 현성되었단다.


불교보다 70년 정도 늦었지만 비슷한 시기인 동한 순제 시기 형성된 도교는 후한말 황건농민반란 시기 최초로 조직종교의 형태를 갖추었다. 북송 말기 휘종 시기 관우의 대표무기 '청룡언월도'가 본격적으로 들려진다. 사실 후한말 삼국시대 관우의 무기는 '청룡언월도'일 수가 없었다. 이 무기는 북송 시대에 이르러서야 등장했기 때문이다.



도교에서 큰 신선인 '진군'이 된 북송의 관우신은, 원말명초 시기 나관중의 [삼국연의]를 거쳐 크게 유명해졌고, 결국 명나라 신종 만력 시기에 이르러 비로소 '제왕'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로 도교 신도들에게 관우는 '제왕'의 '지존'이 된다.




<더봄> 출판사의 중국사 '평전' 시리즈는 믿고 읽어볼 만 하다.

[결국 이기는, 사마의](친타오,2017), [제왕의 스승, 장량](위리,2008), [난세의 리더, 조조](친타오,2013) 이어  번째 작품인   [신이  영웅, 관우](마바오지,2017) 내용으로는 앞선  권에 비교하면 너무 대중적이고 새로울 내용은 없을지 모르지만, 이천년간 민중신앙에서 제왕신이 되어온 관우운장에 관한 본격적인 대중평전으로서   흥미를 가지고 읽어볼  하다.


https://brunch.co.kr/@beatrice1007/195

https://brunch.co.kr/@beatrice1007/193

https://brunch.co.kr/@beatrice1007/267

https://brunch.co.kr/@beatrice1007/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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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신이 된 영웅, 관우](2017), 마바오지, 양성희 옮김, <더봄>, 2023.

2. [결국 이기는, 사마의](2017), 친타오, 박소정 옮김, <더봄>, 2018.

3. [제왕의 스승, 장량](2008), 위리, 김영문 옮김, <더봄>, 2021.

4. [난세의 리더, 조조](2013), 친타오, 양성희 옮김, <더봄>, 2022.

5. [삼국지(三國志)], <촉서(蜀書)>, 진수, 김원중 옮김, <민음사>, 2007.



https://m.blog.naver.com/beatrice1007/223163189660?afterWebWrite=tr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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