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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Jan 26. 2018

[Part3] 회사를 떠나도 사람은 남는다

[Part 3 : 행복하지만 불안한, 퇴사 이후의 삶]

2017.3.8(수) / 회사를 떠나고 48일 후.


오랜만에 회사 상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의 첫 상사였고, 내가 회사를 떠나기 전 이미 우리 부서를 떠나신 분이었다. 내 소식을듣고 밥을 사주시겠다 했었는데, 바빠서 이제야 약속을 지킨다며 감사하게도 먼저 저녁을 먹자고 하셨다.


재미있는 조합으로 밥을 먹었다. 부서를 떠난 상사, 다른 곳으로 이직이 결정된 또다른 부서 선배, 그리고 나. 우리는 늘 회식을 하던 회사 앞 상가에서 벗어나,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서 만났다. 더 이상 회사로 엮일 일이 없는 사람들, 개인적인 인연이 되었다는 것처럼 느껴졌다.


더 이상 본인의 부하직원도 아니고, 내가 그분에게 어떤 득이 될만한 인맥도 아닌데, 부러 연락을 하셔서 나를 불러내 밥을 사주신 것이 감사했다.


그만두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험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었다. 나는 그냥 당분간 놀고 먹으며 쉬고싶다는 우스개소리로 얼버무렸다. 그래도 두 분은 내가 잘 될거라고 믿는다며 격려해주셨다. 신입사원 때부터 일 욕심도 많고 뭐든 잘하려고 애썼던 사람이니, 뭐가 되어도 될 것이라고, 앞날이 걱정되지 않는다고 하셨다.


쳐다도 보기 싫었던 곳에서,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참 좋은 분들이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그분들께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하고 나온 것 같아 아쉽다.


일부의 사람들이 나를 다 써버린 형광펜처럼 쓰레기통에 처박아두고 쳐다도 보지 않았던 것처럼, 나도 좋은 분들조차 그저 회사에 대한 상처의 감정에 도매급으로 취급했던 것이 아닌가. 괜시리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수능이 250여일 남았다.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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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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