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autiPo Mar 01. 2018

[Part3] "서른살이 무슨 꿈이 있어?!"

[Part 3 : 행복하지만 불안한, 퇴사 이후의 삶]

2017.9.27(수) / 회사를 떠나고 251일 후.


공부를 하며 틈틈이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며 돈을 벌고 있다.


세상에 눈을 막 떠가는 사춘기의 아이들은 나에게 관심이 많다. 나이는 몇 살인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지, 남자친구는 있는지, 얼마나 일하고 얼마나 버는지 등등.


하루는 한 학생이 뜬금없이 내게 물었다.


"쌤은 꿈이 뭐에요?"


전혀 예상치 못한 순간에 받은 질문이었다. 의도는 알 수 없다. 정말로 내 꿈이 궁금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수업이 지루해져서 아무 이야기나 듣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 당돌한 질문에 당황하던 찰나, 내가 입을 떼기도 전에 다른 학생이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야, 쌤은 곧 서른살인데 무슨 꿈이 있겠냐."


그리고는 아이들은 내게 나이가 많다며 놀렸고, 우리는 다같이 하하하 웃었고, 그리고나서는 수업을 계속 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그 질문은 계속 나를 맴돌았다. 나는 그 질문을 안고 하룻밤을 잤다. 그리고 다음 수업 시간, 늘어지는 문법 설명에 아이들이 늘어질 때 쯤, 나는 학생들에게 이야기 했다.




  

어제 꿈이 뭐냐는 너희의 질문을 받고 하룻밤동안 곰곰이 생각해봤어. 너희가 보기에는 내가 '꿈이 있기'에 너무 많은 나이같아 보이겠지만 그렇지도 않아. 뭔가를 완벽하게 성취하기엔 너무 이른 나이이고, 반대로 뭔가를 시도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기분이 드는 그런 나이란다.


나는 너희를 가르치기 전 회사를 다니면서 너무너무 불행했고, 통장에 돈이 들어오는 것 외에 어떤 의미도 찾지 못했어. 어느 날에는 밤새 잠을 자지 않고 버티며, 뜬 눈으로 내일의 해가 뜨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다가 결국 한숨도 자지 못하고 출근을 하기도 했어.


나는 지금, 그 때보다 불안정한 일을 하고 있고 있지만 너희를 가르치고 있는 지금 너무너무 행복해.


물론 돈을 버는 일은 모두 다 힘들어. 방식과 시기가 다를 뿐이지, 남의 돈을 내 돈으로 만드는 것이 쉬울 수는 없어. 그래도 나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최소한의 보람과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일로 돈을 벌고 싶어. 그게 나의 꿈이야.


평범하게 먹고사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는 세상이야. '밥을 굶어도 꿈을 찾아라' 같은 허황된 이야기를 너희에게 하고 싶지는 않아. 실제로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장벽들이 아주 많고, 삶은 고통이고 투쟁이니까.


현실과 타협해야겠지만, 그래도 너희가 인생에서 어떤 것을 포기해서 어떤 것을 얻을지를 늘 고민하고,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쟁취해나가는 삶을 살기를 바란다.




요새 애들 말로 진지충(?)같은 이야기였지만 아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번듯한 회사를 그만두고 완전히 새로운 길로 들어설 때 나의 심정이기도 했다.


맹목적인 성적과 대학에 대한 잔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사는 아이들. 내게 정말로 대학을 잘 가면 행복해지냐고 묻는 그 아이들은, 내 이야기를 얼만큼이나 이해했을까?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 이전 편 보기

☞ 다음 편 보기



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https://www.instagram.com/beautipo_official/


매거진의 이전글 [Part3] 나의 1호 팬, 인생의 동반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