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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autiPo Mar 08. 2018

[Part3] 스물아홉의 나, 그리고 열아홉살의 나.

[Part 3 : 행복하지만 불안한, 퇴사 이후의 삶]

2017.11.4(토) / 회사를 떠나고 289일 후.


수능시험이 성큼성큼 다가오고,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한껏 예민해졌다.


10년 전, 고3 때에는 수능시험을 앞두고도 담담했었다. 원래 긴장을 하지 않는 성격인가보다 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냥 충분히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지금 나는 내 욕심만큼 준비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 너무나 불안하다.



나의 중고등학교 시절이 자꾸만 생각난다. 나는 지금보다 훨씬 성적이 좋았다. 그리고 그 성적을 만들기 위해 지금보다 불행한 삶을 살았던 것 같다.


진득하게 앉아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나는 건망증도 심하고 덜렁거리는 성격인데, 성적을 잘 받으려고 자잘한 수행평가 일정이라던가 하는 것들을 꼼꼼하게 챙겨야 하니 신경이 늘 곤두서 있었다.  무엇에 쫓기는 사람처럼 가슴이 죄어들었다. 또 무언가를 잊어버렸을까봐 불안감에 짓눌려 있었다. 밥을 먹는 중간에, 또는 그냥 길을 걷는 중에도 알 수 없는 불안감에 머리가 쭈뼛 서고 가슴이 쿵 내려앉곤 했다.


스물아홉에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나는, 열아홉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스물아홉의 나는, 열아홉의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다. 그렇게까지 힘들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금 더 나사를 풀고 행복해도 된다고 이야기해주고 싶다.  


한편으로는, 열아홉살의 내가 힘들게 쌓아놓은 실력에 기생하고 있는 주제에 참 팔자좋은 소리나 늘어놓고 있구나 싶기도 하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나 간사하다.



어찌 되었든, 곧 수능시험이 닥칠 것이고, 그 날이 지나고 나면 앞으로 내가 어디로 가야할지가 조금 뚜렷해질 것이다.


나는 지금 아무것도 확실하지 않아서 불안하다. 자꾸 악몽을 꾸다가 잠을 깰 만큼 불안하다.


그래도 행복하다. 아직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 왠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취준생부터 퇴사 이후 새출발까지, <나의 똥같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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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0 : D-Day, 회사를 나서다 (☞ 첫 글 보기)
Part 1 : 취업 준비  (☞ 첫 글 보기)
Part 2 : 직장 생활  (☞ 첫 글 보기)
Part 3 : 퇴사 이후  (☞ 첫 글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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