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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연양 Feb 22. 2018

#13. 그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있는걸까, 없는걸까

사랑의 장애물 #13.
 나만 좋다고 연애가 시작하진 않았다.
 그리고 언제나
 나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코너는 당신에게 연락 안 해요."

"어떻게 알아요?"

"남자는 남자가 알아요."

"그날 즐거웠다고 말했는데."

"슈퍼모델보다 이쁘다고 했더라도 잊어요."

"일주일이 지났는데 연락이 없죠?"

"혹시 메시지를 못 받을 수도 있고 번호를 잊어버렸거나 출장이나 교통사고? 할머니가 돌아가셨거나?"

"정답은, 당신에게 마음이 없기 때문이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

 분명 그 사람과의 첫 만남은 괜찮았는데, 별로 좋지 않은 분위기도 아니었는데도 그 사람에게 연락이 없었다. 어째서 일까?

 정말 그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까?


"좋아요. 하지만 내 친구도 그래서 포기를 했는데, 1년 후에 운명적으로 만났어요."

"그건 그저 당신 친구가 예외였을 뿐이에요. 백만 분의 일의 확률"

"그게 나 일 수 있잖아요."

"아뇨.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요. 연애는 정석으로 가야 해요. 남자가 전화 안 하면 거절이나 포기해야 해요."


 왜냐 하면 그 사람은 당신에게 정말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니까.

 영화 -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 中>





 이성을 소개받는 자리에서, 분위기는 제각각이다. 그건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서 더 좋을 쪽으로 끌고 가려고 하기도 하고, 첫인상부터 마음에 들지 않아 이 만남을 끝으로 더 이상 끌고 싶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있다. 그렇게 어느 쪽이든 확실하면 모를까, 분명히 그때 그 분위기는 좋았는데, 애프터 신청은 오지 않고 자신이 먼저 연락을 주어도 외면을 하는 경우도 있다.

 분명 그 날의 만남은 성공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서로가 어떤 사람인지 간략하게라도 알 수 있는 대화에 즐거운 식사, 같이 있는 것에 대한 즐거움, 무엇보다 이 사람도 나를 괜찮게 보고 있다고 느끼게 만든 그 사람의 웃는 얼굴과 시선을 느꼈다. 그건 분명 그 사람도 나에게 호감이 있다고 느꼈고, 후의 만남을 어느 정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연락이 없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한 걸까?

 실수를 했던 게 아니었다. 사람 간에 첫 만남에서 실수란 없다.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리에서 실수 또한 자신이기에, (혹시 모를까, 그 어떤 실수가 귀여워서 더 좋아해 줄지) 이해해 줄 수 없을 정도의 비정상적인 일이라면 모를까, '실수를 한 걸까?'라고 생각한 시점에서 특별한 것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분명 그때의 분위기가 좋았다면, 그건 착각이 아닐 것이다. 분위기는 분명 좋았고 나름 호감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 느꼈다면, 마냥 착각으로 빠질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분위기와 자신에게 향한 시선과 맞닿는 것은 분명 서로 공감대가 형성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도 있었다.

 단지, 그 사람이 상대방을 잘 다루는 사람일 경우. 난폭하게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만, 살며시 말하자면 그저 잘 통할 뿐이지 연애할 여성으로 보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고 그저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었을 뿐이었다. 그러고 끝을 낼 뿐이지, 연락이 없는 건 결국 그 이상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다는 것이다. 이게 바로 나쁜 사람이 되지 않으려고 그냥 그 순간의 분위기를 즐긴 것, 그뿐인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이런 말을 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사람을 앞으로도 만남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길 바랐던 거에 반연, 그 사람은 나를 본 순간부터 다음부터 만날 생각 없이, 그저 그 순간의 '엔조이' 였던 게 아니었을지.

 하지만 물론 모든 사람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예전에 황정음이 활약한 '지붕 뚫고 하이킥'이라는 시트콤(비록 허구의 이야기이지만)에도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횡설수설 한 분위기도 했지만 분명 서로에게 호감은 있었고 황정음은 에프터가 오길 기다렸지만, 그 에프터는 돌아오지 않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실은, 뒷모습이 마음에 안 들더라고."

"뒷모습이 왜?"

"몰라 헤어지는데, 그냥 뒷모습이 별로더라."

"허 나 뭐 그런, 너도 참 별난 놈이다."


 정말 그런 이유로 사람이 싫어질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을지도 모르지만, 정말 그럴 일이 있을 것 같진 않았다. 혹시 그건 처음부터 별로였는데, 스스로의 빌미를 만든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정말 별 말 같지 않은 이유로 한 순간에 싫다고 하는 사람 또한 분명 존재하더라. 그런 사람을 마주해 이별하게 되었다면 다행이고, 만나지 않았더라도 또한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사람에게 질문하는 것 중에서 아주 대중적인 것이 있다.

"좋아하는 것은 뭐예요? 싫어하는 건 뭐예요?"

 바로 그 사람의 취향이다.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분명 사람에겐 각자 좋아하고 싫어하는 게 있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하고 싫어하는 것을 마주하기 싫어한다.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사람은 결코 싫어하는 것이나 관심 없는 것에 이유 없이 시간을 주려고 하지 않았다.



 싫어한다는 것보다도 관심이 없다는 말은 더 치명적일 수 있었다. 그 사람의 연락을 기다린 다는 것은 그만큼 그 사람에게 이미 호감을 주어버린 상태인데, 주던 말던 모르쇠 하는 것은 혼자 더 비참해지니까.

 

 

 나의 수 십 명의 카톡 친구들의 목록을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내가 사용하고 있는 카톡의 현재 채팅방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제일 위에 있는 게 무엇인지, 누구랑 제일 많이 대화를 했는지,

 그건 결국 누구와 대화를 하고 싶은 건지를 나타내는 나의 관심도였다. 그리고 제일 아래에는 무려 8개월 동안 대화를 하지 않은 채팅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사람들은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는 듯이 채팅방에서 나갈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아마 그 사람들도 이 방이 존재하고 있는지도 모를지 모른다.


 

 사람은 겉과 속이 다르지 않은 이상, 이중인격으로 살아가지 않는 이상, 싫어하는 사람에게 웃으면서 대화하지 않는다. 최소한 직장 상사라면 모를까.

 내가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이 지금 뭘 하고 있을지, 자고 있을지, 술을 마시고 있을지 물어보고 싶고 행적을 알고 싶기도 하고 대화 자체를 하고 싶어 문자메시지를 날리기도 한다. 답장이 없으면 답답하고 하루 종일 휴대폰에 신경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관심 없는 사람에게 그러지는 않지 않을까?


 그 사람이 나에게 연락을 끝까지 주지 않는 이유.

 분명 수많은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결국 근본은 같다.

 현재의 그 사람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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