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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종현 Mar 01. 2017

사옥 프로젝트 : 세 번째 단추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방법

사옥을 마련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이다. 대부분 사옥에 관심을 갖고 알아보고 다녔지만 결국 답을 못 찾아 돈을 좀 더 모아서 해야지 하고 미루게 된다. 그리고 다시 어느 시점에 다시 알아보게 되면 부동산 가격은 다시 저만큼 가있고 점점 꿈은 멀어지게 된다. 그렇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가지고 있는 현금을 중심으로 한 예산으로만 접근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고 싶은 빌딩이 50억이라고 하자. 대략 그 빌딩을 담보로 30억의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면 부동산 중계비에 취등록세, 수리보수가 필요하고 회사의 아이덴티티에 맞는 인테리어까지 3억 정도가 추가되면 필요한 현금은 23억, 현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20억. 바로 여기서 막히고 다음을 기약하지만 몇 년 후 그 빌딩은 70억이 되어있고 회사의 현금은 크게 늘지 않았다. 바로 이 예산의 갭을 맞추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게 된다. 



III.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방법


예산에 꼭 맞는 사옥을 구하려면 가장 쉬운 방법은 아파트형 공장을 분양받거나 구매하는 것이다. 이런 곳은 분양금액의 70~9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보통 역세권 지역에 위치하고 빌딩 내의 공용시설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회사가 사옥을 마련할 수 있다. 또 확장을 한다면 그 빌딩 내에 다른 장소를 추가해서 구매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지만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매매가 쉽지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위치에 따른 영향이 큰 데, 주로 에이전시가 강남이나 홍대 부근을 선호하는 반면 이런 대형의 아파트형 공장은 이런 비싼 지역에 지어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형 공장을 고려한다면 직접 임대해서 사무실을 써 본 경험을 먼저 갖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장단점에 대한 충분한 학습을 통한 후에 좋은 지역의 아파트형 공장 분양을 고려해 보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아파트형 공장의 경우 아파트로 주택을 마련하는 것과 비슷한데 지금과 같이 전세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지만 아파트 가격이 오를지 미지수인 경우, 판단의 근거는 투기 목적이라면 피해야 하고, 실거주 목적이라면 무리하지 않은 범위 내에서 구매하는 것이 좋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중요한 점은 아파트형 공장이 아니라면 대부분 대출을 많이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다. 


보통 은행에서 부동산을 담보로 한 대출 금액을 산정할 때 은행 자체 감정평가를 먼저 한다. 이때 거래액만큼의 감정평가가 나오지는 않게 되고 다시 감정평가 금액에서 70~80% 정도로 대출 가능 금액이 정해지면 거래금액의 50~60% 정도가 된다. 여기서 회사 명의로 구매하게 되면, 혹시 회사가 문제가 될 경우 직원들의 급여나 퇴직금을 법적으로 보호해 줘야 하므로 대략 3개월 총 (급여액+ 퇴직금) 정도의 금액을 뺀 금액이 총 대출금액이 된다. 예를 들면 50억 빌딩을 구매한다고 할 때 은행 감정평가가 40억이 나와서 담보로 가능한 금액이 30억이 되었고 3개월 총 (급여액+퇴직금)이 6억이라면 24억밖에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게 된다. 물론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다고 하면 금리는 더 올라가고 대출금액도 더 받을 수 있지만 필요한 금액엔 역시 많이 모자라게 된다. 여러분 회사의 직원수가 많을수록, 부동산의 가격은 더 커지는 반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더 삭감이 되는 구조이다. 회사가 그동안 사업을 잘해와서 이익이 많이 남아 이를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 구입한다고 하더라도 몇 가지 리스크를 가져가게 된다. 첫 번째는 대부분의 자금이 부동산에 묶여 있게 된다면 회사의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 사업은 매년 항상 잘 될 수만은 없기 때문에 에이전시의 특성상 미수금이 크게 발생한다던지 받아야 할 금액이 언제든지 유보될 수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다른 사업 투자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업의 사업실적이 좋지 않을 경우 은행의 판단으로 대출 연장을 거부당하거나 상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엔 사옥이 헐값에 경매에 넘어갈 수도 있다. 


보통 중소기업이고 대표이사가 지분의 50% 이상 오너쉽을 갖고 있는 회사라면 생각해 볼 수 있는 방법은 사옥을 대표이사 명의의 임대사업자로 구매를 하는 것이다. 주로 은행에서 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은행 입장에서 볼 때 대표이사 명의의 임대사업자가 구매하는 것이 회사가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리스크가 적다. 임대사업은 구매한 부동산을 그 회사가 대부분 임대를 하기 때문에 수입은 안정되어 망할 이유도 없고 대표이사는 회사에 대한 무한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국 회사와 동일 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이사의 임대사업자로 구매한 부동산을 추가 담보로 운영자금 대출을 회사에 해줄 수 있다. 모자라는 금액은 회사로부터 임대보증금을 받고 회사의 자금을 일부 차입할 수 있다. 물론 회사로 부터의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시중은행 이자보다는 훨씬 높게 책정되어 있으며 세무감사 대상이므로 엄격하게 처리해야 한다. 최근 차입금의 인증 이자율은 6.9%로 적용하게 되며 만약 회사에서 더 비싼 이자율이 있는 대출이 있으면 그 이자율을 따른다. 부동산 담보대출이 보통 3%대라고 보면 두배 정도가 된다. 이렇게 대표이사의 임대사업자로 구매할 경우가 대출이나 리스크 측면 등 여러 면에서 유리하며 회사도 기존 빌딩보다 대부분 임대비가 싼 곳으로 이전하는 셈이 된다. 분명한 점은 어느 건물의 임대비 총액은 그 건물 거래금액 전체를 은행에서 대출받은 이자보다는 많다는 사실이다. 결국 임대비를 계속 내는 것보다는 대출을 받아서 이자를 내는 편이 훨씬 이익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임대사업자로 사옥의 임대비는 어느 정도로 책정해야 하는가? 임대비는 임대자가 회사의 특수관계인이기 때문에 주변 부동산 임대시세 가격의 +/- 30% 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대표이사는 임대비의 소득도 본인의 종합소득에 들어가서 최고 세율이 되게 된다. 많이 받으면 받을수록 대부분 세금으로 다 나가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너무 적게 임대비를 책정해 놓으면 회사가 세무감사를 받았을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세청 입장에선 누가 내든 세금을 적게 내는 방법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대사업자로 사옥을 구매하는 경우 절세 부분이 가장 중요한데, 대출금을 모두 임대사업에 대한 경비로 처리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키포인트이다. 이 부분은 회계사뿐만이 아니라 직접 이런 경험이 있는 세무사를 찾아 상담을 받아 보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이사의 스타일에 따라서는 개인 임대사업자로 하는 것을 회사 직원들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있다. 회사로 사옥을 정말 어렵게 마련해 좋고 나중에 회사의 현금흐름에 문제를 겪는 회사도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점은 사옥을 마련하는 가장 큰 목적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아마도 첫째는 비용으로 처리되는 높은 임대비를 낮춰보자는 것이고 둘째는 사업에서 사옥이라는 상징적인 의미, 그 의미에는 직원들의 만족도도 들어가 있을 것이다.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지금과 같은 시기엔 당연히 부동산 차익을 매매 후에 볼 수 있지만 만약 가격이 폭락하거나 사업이 어려워질 경우 사옥이 회사의 발목을 잡는 것을 원하는 직원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사옥 마련으로 현금이 부족해서 급여가 밀리는 것을 어느 직원이 이해를 할 것인가? 여기서 몇 년 전 SBS 힐링캠프에 나온 YG 엔터테인먼트의 양현석 대표의 말을 참고해 보자. “내가 부동산을 샀던 이유는 음악을 편안하게 하려면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회사 안정성 확보를 위해 부동산 투자를 결정했다”라고 사옥을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고 사옥은 회사가 투자한 것이 아닌 개인이 빚을 내서 샀다고 했다. 이유는 “회사 돈으로 땅과 건물을 사는 것이 나한테는 힘들다. 회사의 공금은 앨범 제작, 해외진출 등에 투자해야 한다" 


또한 사옥을 마련하면서 너무 과도한 빚을 지는 것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분이 대부분일 것이다. 이즈미 마사토의 ‘부자의 그릇'이라는 책을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있다. 돈에 소유자는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은행의 돈은 누구 것인가? 예금을 맡긴 고객의 돈인가 아님 대출을 받아갈 기업의 돈인가? 전 세계에 돌고 도는 돈은 ‘지금'이라는 순간에만 그 사람의 수중에 있는 것이다. 사실 사람들이 빚을 싫어하는 것은 윤리적인 면 때문이다. 사람들은 회사가 문을 닫거나 개인이 자기 파산하는 원인이 '빚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수중에 '돈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빚은 결코 나쁜 게 아니다. 부채와 금리를 잘만 다루면 오히려 경영에 많은 도움이 된다. 부채금액은 균형을 보고 정하고, 금리는 그 돈을 조달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생각하면 가장 합리적이다. 돈은 믿음으로부터 생긴다. 신용 금리는 나의 신용도를 나타내는 한 예에 불과하다. 신용도가 높을수록 더 비싼 거래도 가능해진다. 부자는 신용의 힘을 알고 있다. 그래서 반드시 약속을 지키려고 하고, 남의 믿음에 부응하려고 한다. 돈은 남으로부터 오는 거니까. 마침내 신용은 커다란 돈을 낳고, 그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돈의 크기도 자연히 커진다. 그러면 신용도가 상승하는 구조이다. 사회에서 돈은 커다란 흐름과 같다. 그 흐름을 힘껏 끌어당기려면 우선 신용을 얻는 게 중요하다. 신용이 있으면 돈이 먼저 다가온다. 신용도라는 건 그 사람의 인격에 비례한다. 기업이나 개인 사업자가 타인의 자본을 지렛대처럼 이용하여 자기 자본의 이익률을 높이는 일을 레버리지 효과라고 한다. 신용을 통한 레버리지 효과를 이용하지 못하면 절대 사옥을 구매할 수 없다. 얼마 전 신문기사를 보니 삼성의 비업무용 부동산 레버리지가 2014년 7조 5천억, 계열사 소유 토지가 4,450만 제곱미터라고 한다. 


회사나 대표이사의 신용도가 높아지면 더 많은 금액을 더 낮은 이율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어 레버리지 효과는 더더욱 커진다. 그렇다고 사옥을 너무 무리하게 마련해서 회사나 대표이사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초과하는 경우, 사업 자체가 어려워지면 모든 것이 다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은 꼭 명심해야 한다. 대표이사가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 도 있다. 사옥에는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한다. ‘왜 사옥을 마련해야 하는가?’에 대한 충분한 명분과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신용을 먼저 키워 놓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급여 주기도 빡빡한 현금흐름을 가지고 있고 회사의 대출금도 많아서 이자 내기도 벅차다고 한다면 사옥보다는 먼저 임대비가 싼 지역으로 이전하는 것이 먼저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회사의 실적과 신용을 먼저 높여 놓아야 한다. 여러분의 사업이 잘된다면 정말 좋은 조건에 M&A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M&A나 투자유치, 주식 매각을 통해 Exit 한 자금으로 다시 사옥을 마련한 케이스도 많이 있다. 사옥은 돈으로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쌓아놓은 신용을 통해서 마련할 수 있는 것임을 잊지 말자. 


만약 전체 구매할 자금이 이런 방법으로도 모자란다면 어떻게 할까? 한 번이 아닌 두 번, 세 번 나눠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빌딩이 아닌 주택을 알아보자. 당연히 현재의 모든 인원을 수용하기에 충분하고 좋은 위치에 있는 빌딩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매매 가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땅을 찾아보는 것이다. 특히 10년 이상이 된 주택은 보통 매매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다. 땅의 크기가 큰 기존 주택을 잘 활용할 수 있다면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의 건물을 그대로 사용해서 일부만 먼저 수용한다던지 아님 리모델링이나 증축을 하는 방법, 아니라면 우선 임대를 외부에 주었다가 자금을 확보해서 건물을 새롭게 지을 수도 있을 것이다.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 본다면 베이징의 798과 같이 버려진 공장을 인수해 보는 것은 어떤가? 또는 변두리의 땅을 싸게 사서 직접 건축을 해보는 좀 더 과감한 시도도 필요할지 모른다. 땅의 가능성을 볼 줄 아는 능력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호 “네 번째 단추. 기업 아이덴티티 반영하기”편에서 다뤄 보기로 한다. 




목 차

사옥 프로젝트 :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 두 번째 주제

첫 번째 단추. 주변 부동산에 관심 갖기

두 번째 단추. 지인에게 도움 청하기

세 번째 단추. 문제는 예산이 아니라 방법

네 번째 단추. 기업 아이덴티티 반영하기

다섯 번째 단추. 에이전시의 장점

여섯 번째 단추. 사옥의 확장

스페어 단추. 실전 질문과 답변





'작지만 강한 기업 만들기'는 디지털 에이전시인 디지털다임의  뉴스레터에 연재하고 있는 내용을 브런치에 맞게 재편집한 내용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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