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희 May 19. 2022

지난 글도 다시보자.

0. 반성합니다. 심지어 좋아하고 즐겨보던 프로그램이라도 100회 특집, 200회 특집이라면서 지난 회차들 중에 베스트 5, 베스트 10 뽑아서 보여주면 그렇게 싫어라 했던 저를. 다 아는 거 왜 돌려막기 하고 우려먹기 하느냐고 맹비난했던 저를 반성합니다. 목요일의 독후감 100회 특집을 준비하면서 어쩐지 좀 뒷통수가 뜨끔하고 심장 한켠이 먹먹하게 조여온다 했더니 그 실체는 창피함이었네요. 그렇게 뭐라고 하더니 꼴 좋다, 너도 별 수 없지? 그런 말이 제 안에서 들리더이다. 또한 독후감 한 편 한 편 다시 읽다보니 없던 애정도 샘솟는 꼴이 꼭 고슴도치 사랑이 따로 없더이다. 이래서 사람은 직접 해보지 않고는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되는 거라고, 그렇게 글마다 잘난척을 해놓고는, 이긍 쯔쯔. 아무튼, 돌아보니 글의 완성도나 수준 같은 건 전혀 고려되지도 않고 그저 이 글 쓸 때 어땠었지, 이거 몇 번이나 다시 읽고 고치느라 애먹었지, 와. . 이 글 쓸 때 심지어 여름? 지난 여름 더위. . 그 한가운데서 글을 썼. . 네. 주접 그만 떨께요. 이런 추억들이 방울방울하여, 100회 특집을 기획하지 않았더라도 새삼 기획하고 싶어지더이다. (말투 왜이럼?)


1. 그리하여 가장 좋아하는 글 베스트 5랄지, 여러분이 가장 좋아해주신 글 베스트 5, 혹은 가장 주목받지 못한 글 베스트 5 등등, 여러 베스트를 꼽아보기로 했던 당초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지난 아흔 여덟 편의 글들을 읽으며 그저 어떤 글은 좀 기특해서, 어떤 글은 '엇? 내가 이런 걸 썼었나?' 싶어서, 어떤 글은 아픈 손가락처럼 느껴져서 결국, 아무 글이나 골라보게 되었어요. 분류 불가능. 분류 무능력. 뽑아서 모아놨다면서 왜 글들 사이에 겹치는 지점이 없냐!는 생각이 드실 때쯤, 저의 분류 무능력을 떠올려 주세요. 0번에 쓴 주접을 떠올려 주셔도 되고요.


2. 결과적으로 총 몇 개의 글을 뽑았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여기까지 쓰는 중에도 아직 읽는 중이고요. 글 한 편 읽고 주접 한 번 떨고 하느라 속도가 많이 느리네요. .) 이렇게 질척거리는 100회 처음 보셨대도 할 말 없음. 유구무언. 그럼, 지난 글도 다시 보기 시작합니다. (글의 소개 순서는 발행순입니다. 더 오래된 글 먼저 소개합니다.)




https://brunch.co.kr/@closer0927/227

임경선 작가님의 책도 제법 읽었지요. 그중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책이랍니다. 리스본의 아름답고 이국적인 풍광과 부모님의 죽음, 딸의 생명력이 그녀의 글 안에서 비로소 제자리를 찾습니다. 매순간 처음 사는 인생이라 잘 모르겠는 건 얼마나 많은지요. 그럴 때 읽으면 위로가 되는 책이예요. 어떤 순간들은 우리가 결국 겪을 일이라서, (물론 그마저도 끝내 각자의 경험으로 겪겠지만),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잖아요. 주제 사라마구 작가님의 말이 기억에 남아요. "죽음에 맞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이다. (Our only defence against death is love.)"


https://brunch.co.kr/@@1dTh/286

초반에 쓴 독후감들은 인사도 자기 소개도 없이 필요한 설명도 없이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해버리는 사회성 낮은 친구(사실 이런 사람 친구 없음) 같은 글들이 대부분이라서 소개하기가 좀 부끄럽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그런 독후감들 중 보기 드물게 제법 구색도 갖추고 내용도 있어서 소개해봅니다. 게다가 <저지대>는 제가 참 좋아라하는 작가의 좋아라하는 소설이기도 하고요. 줌파 라히리님. . 좋아합니다. 다음 소설도 기다릴께요!


https://brunch.co.kr/@@1dTh/289

글의 제목을 따로 정하지 않고 제가 읽은 책의 저자와 책명을 제목 삼았던 시기도 있었지요. 이 책 좋습니다. 오바마가 읽었대서 좋은 건 아니고요. 저자에게는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배움을 발견해내는 일도 중요했지만, 그녀는 배움을 통해 가족이 바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서도 다시 가족들을 만나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이 곳 말고 다른 세계도 있음을 알리려고 하거든요. 그런 장면에서 저는 오래 머물렀고, 많이 생각했어요. 그곳으로 돌아가든 돌아가지 않든 그것까지도 각자의 선택으로 존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처럼 사랑이란 모두 같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럴 수도 없잖아요.


https://brunch.co.kr/@closer0927/270

난다님의 '어쿠스틱 라이프'를 좋아합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이면서도 몇 번을 또 보고 또 봤는지요. 한군님과 연애부터 결혼, 그리고 (우리) 쌀이의 출산과 육아까지. 가까운 친구처럼, 이웃처럼, 아는 언니나 동생 처럼 그녀의 삶을 오래 지켜봐왔어요. (물론 만화 속에 표현된 건 그녀 삶의 지극히 일부이겠지만요.) 물론 제가 제일 좋아하는 난다님의 작품은. . '거의 정반대의 행복' 입니다. 에? (두둥) 이 책 안 읽어보신 분이 있다면 꼭 읽어보세요. 임신에서 출산, 초기 육아까지. 잔잔하고 솔직하고 뭉클하고 귀여운 이야기. 그녀의 이야기이고 모두의 이야기인.


https://brunch.co.kr/@@1dTh/296

"불행에 삶의 자리를 선뜻 내어주자 나는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되었다." 이 한 문장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저는 이 책을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이 책은 안 읽고 저 문장으로만 만족하지 마시고요.) 아마도 제가 이 책을 읽을 때 저는 여전히 불행과 싸우는 중이었나봐요. 싸우는 중이긴 한데, 그게 전처럼 아무것도 모르고 싸우는 건 아니고, 내가 뭐하고 싸우고 있는지, 왜 싸우고 있는지 정도는 고민한다고 느끼는 그런 상태 어디쯤 말예요. 근데 내가 좀 잘못 싸우고 있는 기분, 그래서 늘 매번 빠짐없이 지고 있는 그런 기분 말예요. 그러다가 저 문장을 만났지요. 저는 저 문장이 들려주는 진실에 완전히 항복했습니다.


https://brunch.co.kr/@@1dTh/321

코로나가 시작된지 채 일 년이 안됐을 때, 여행에 대해 생각하며 쓴 독후감이지요. 그때만해도 돌아오는 봄에는! 하면서 기대하던 마음이 남아 있었어요. 라고 쓰려니 좀 거짓말 하는 것 같은 기분인데요. 제가 이 글을 소개하는 건 그런 이유에서가 아닙니다! (갑자기 웬 선언) 저는 코로나와 상관 없이 이 독후감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이유는 알 수가 없어요. 그냥 이 글이 좋아요. 물론 아끼고 좋아하는 다른 여러 글들 도 있지만, 이 글은 빼어나지도 않고 좋아라 할만한 점이 딱히 없는데도 좋아서 더 좋아요. 네네. 그렇습니다.


https://brunch.co.kr/@closer0927/356

인터뷰집만큼 매력적인 책도 없죠. 게다가 인터뷰이와 인터뷰어가 다 좋을 때면. . 선물 받는 기분이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인터뷰 하는데, 내가 듣고 싶어하는 내가 늘 좋아하는 이야기를 나눈다면. . 어머, 나 너무 좋아서 기절이야. (반말 죄송)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선물 받는 기분이었고, "나도 저 생각 했었는데! ㅉㅉㅃ!" 하며 기뻐하는 건 덤이었답니다.


https://brunch.co.kr/@@1dTh/271

저는 제가 단 한 가지 이유로 완전히 불행할수도, 단 한 가지 이유로 완전히 행복할수도 없다고 믿어요. 삶은 복잡한 것이고 저도 복잡하니까요. 그런데도 제가 흔들릴 때는 여기저기에 기대기보다는 어느 믿을 만한 한 구석에 기대려는 편이예요. 거기서 다시 힘을 얻고, 복잡하고 다양한 삶과 사람 속으로 돌아오기 위해서요. 이 책에서 말하는 인간의 결, 그리고 그 결을 지키기 위한 노력들은 제가 기대는 어떤 지점과 닮아 있어요. 생각하면 마음이 부자가 된 듯 부유해지는 그런 지점들이죠. 내 마음에서 부내가 풀풀나게 해주는 순간들이요. 그래서 이 책이 반가웠고, 그래서 수다가 참 길었고, 그래도 또 읽을 때마다 마음 한켠이 든든해지는 책이고 독후감입니다.


https://brunch.co.kr/@@1dTh/403

참으로 읽고 싶은 것만 읽고 쓰고 싶은 것만 쓰는 저이지만 가끔은 '읽고 싶다'에 약간의 '읽어야 해'가 포함된 읽기와 쓰기도 있답니다. 그런 책들은 대부분 말랑말랑하지도 향긋하지도 않죠. 하지만 읽고 나면 마음이 욱씬욱씬하면서 저에게 없던 근육이 생겨요. 운동 하러 가기 싫지만 운동 하고 오면 세상 뿌듯한 것처럼요. 게다가 이렇게 나중에 또 소개할 수도 있고 말예요. 이렇게 좋은데, 읽으려고 하면 또. . 읽기 싫어할거지, 너! (뜨끔)


https://brunch.co.kr/@@1dTh/476

2020년에는 한정원 작가님의 <시와 산책>이, 2021년에는 목정원 작가님의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이 있었노라. 2022년에는. .? 어느 가문의 정원님께서 이 자리를 이어 받으실지. . (이름 갖고 이러는 거 유치해, 알지?) 얼굴도 모르는 그녀가 슬픔을 받아들여주기로 해서 저는 그 빚을 오랜 시간에 걸쳐 갚겠노라고 차용증을 써주었지요. 빌려주겠다는 허락도 없이 말예요. 네, 기억하고 있어요.


3. 소개된  외에 다른 독후감이(나 드라마/영화 리뷰가)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링크에서 읽으실  있습니다. 특히 '목요일의 독후감 매거진'에는 매주 목요일에 한편의 독후감이 업데이트 됩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bookandthink


https://brunch.co.kr/brunchbook/myreview


https://brunch.co.kr/magazine/bookandfilm


4. 지금까지 질척대는 100회 특집을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는 한 주의 휴식 후 다시 '목요일의 독후감'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목요일에 만나요.

매거진의 이전글 아흔아홉 번째 독후감입니다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