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귀향 열네 번째 날 (Oct. 3rd)
*뉴욕시티(NYC)로 표기하지 않은 "뉴욕"은 뉴욕 주(NYS)를 의미하며 대도시가 아닌 교외지역입니다.
** 10월까지는 최근의 귀향이야기를 먼저 쓰고 11월부터 2022년의 미국이야기를 마저 이어 쓰려합니다.
미국에서 2년간 살다가, 한국에 돌아와 2년을 보낸 뒤 그리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잠시 돌아왔습니다.
"뉴욕 Home"에서 18일간 머물면서, 미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공유하기 위해 그날그날의 일들을 한 장의 슬라이드로 정리하곤 했습니다. 이 글은 아래 슬라이드에 담긴 것을 풀어쓴 것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간 뒤 2년이 지나도록 하루도 잊은 적 없던 내 마음속 고향인 이곳을 나는 내일 떠나야만 한다. Owen & Jean과 함께 하는 것도 사실상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1년여 전 비행기 티켓을 끊으며 시작된 기다림, 한국에서 선물을 준비하며 느꼈던 설렘, 꿈같던 재회와 푸근한 일상... 이 모든 것이 오늘이 지나면 다 끝난다.
언제 또다시 올 수 있을까? 그때에도 Owen과 Jean은 지금 모습으로 있을까? 아쉽고 서글픈 기분으로 마당의 다람쥐 구멍을 찾아 나선다. 내일이면 하지 못하게 될 일. 내가 떠나면 Jean이 하게 될 일. 작은 마당일이지만 추억이 쌓여서 아마도 서로가 서로를 기억하고 그리워하게 될... 그런 일이다. 내일 떠나는 순간을 그려보면 혼자 있어도 눈물이 날 것 같다.
- 떠나기 전에 해야 하는 일을 생각해 보았다. Jean & Owen을 위해 해주고 싶은 일들은 이미 대부분 마무리되었다. 2주 전에 말라죽어있던 잔디는 다시 푸릇하게 되었고, 차고의 도어록도 고쳐놨고, Jean이 사용하기 불편하다고 했던 그릇장의 문도 바꿔달았고 페인트 칠도 잘 말랐다. Owen이 내게 선물한 퍼즐도 온전히 맞춰서 목공 작업까지 다 마쳐놓았다. 직소 퍼즐은 순전히 나를 위한 선물이지만, Owen은 경험 없는 내가 잘 해내는 걸 보고 싶어 했기 때문에 신경 써서 해냈다. 그리고 Owen이 많이 신경 썼던 벤치 새로 만들기도 완벽하게 끝났다. Jean은 이 벤치엔 내 이름을 적어놓아야 한다고 했다. 나의 벤치.
Owen은 오래된 자전거를 분해해서 버리고 싶어 했는데 너무 녹슬어서 대충 분해하고 나머지는 톱으로 썰어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것도 그런 수고하시지 않도록 다 마무리해 두었다. 다 분해해 놓고 알게 된 것인데 이 자전거는 Owen이 거의 50년 전 Jean에게 주었던 생일 선물이었다. 그 얘기를 듣고 Jean에게 좀 미안했지만, 소중했던 것이라 아주 오랜 시간 갖고 있었던 것이었을 테니 보내주는 것을 너무 서운해하지 말라고 했다.
결국 모든 숙제를 다 마치고 떠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이 정도면 한동안은 불편하지 않으시겠지.
- 한 주간 모아두었던 각종 재활용품과 Jean의 자전거를 Transfer Station(쓰레기 하치장)에 Owen과 함께 버리고 나서, 알바니 한인마트에 가서 내일 아침 Mark & Sarah네 아이들 줄 마지막 간식 선물을 사고 돌아왔다. 그리곤 아무것도 없는 편안한 오후를 보냈다. 늘 그랬듯 4시가 되어 영국식 티타임을 가졌고 나는 지금껏 만들어둔 PPT를 보여주었다. 별것 아닌데도 항상 새롭게 봐주는 Jean과 Owen이다. 우리는 차를 마시고 나서 마당으로 내려가 내 이름을 따서 지은 벤치에 앉아 함께 사진을 찍었다.
- 마지막 저녁식사. 아무 곳이나, 아무 메뉴나 상관없는 나와는 달리 Owen과 Jean은 오늘 저녁은 분위기 좋은 곳에서 잘 대접받는 저녁을 먹어야 한다고 했다. Owen이 데려간 래썸(Latham, NY) 어느 골프장 안에 있는 미국식 레스토랑에서 우리는 마지막 식사를 했다.
매일매일 혈압약, 심장약 등등을 챙겨 먹어야 하는 그들에게 외식은 그리 달가운 행사는 아닐 것이다. Jean은 여지없이 미국 식당은 항상 음식이 너무 많다며 불평을 했다. 그래도 이렇게 함께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나는 식당 입구에 들어오면서부터 고마움과 아쉬움에 무슨 말을 꺼내더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최대한 말하는 것을 참고 있었다. 식사를 마치고 디저트가 나올 때까지 그저 웃으며 Owen과 Jean의 말을 듣고만 있었다.
Owen은, 내가 미국에 살면서 주변 사람들과 동화되기 위해 노력했던 것들, 미국 사람들도 하기 힘든 여행과 경험들 그리고 '나의 PPT'로 대변되는 나의 소통 방식 등은 누가 따라서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매우 독특한("It's not just different, but unique")한 나를 만나게 된 것이 무척 행운이라고 했다. Jean도 '내가 너 얘기를 우리 애들한테도 되게 많이 해. 동양 사람들이 예의 바르고 착하다고는 하지만 너는 좀 더 특별해. 네가 가고 나면 무척 그립겠다.'라고 해주어서 뭔가 대답을 해주고 싶었지만... 너무 많은 말들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어서, 나는 그저 울먹거릴 뿐 뭔가 말할 수 없었다.
식당 밖으로 나오니 한국보다 해가 빨리 지는 뉴욕의 가을은 이미 한밤중이었다. 추석이 다 되어 한껏 커진 달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우리 셋을 반겨주고 있었다.
집에 와서 늘 그랬듯 거실에 모여 앉아 Amazon Prime에서 Kingdom을 찾아본다. 나에겐 오늘이 마지막이겠지. 남은 에피소드의 결말을 나중에 이메일로 알려주겠다는 Owen의 말에 살짝 웃어 주었다.
Good night, Owen and Jean.
Fondly,
C.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