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2022
(커버이미지 : 회사 대형 회의실에서 식사하는 동료들에게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생성된 이미지)
회사에 출근하면 한국 사람들끼리 메신저로 연락해서 점심을 같이 먹곤 한다. 보통 도시락을 싸 오기 때문에 런치 룸에서 서너 명씩 한 테이블에 모여서 같이 먹는다. 회사 업무 이야기나 지난주 여행 다닌 이야기 또는 새로 알게 된 정보 같은 것을 나누는 오붓한 자리이다. 하지만 16명 모든 주재원들이 한꺼번에 출근하는 금요일은 대화의 결말이 항상 골프로 끝맺게 되는 '깔때기'같은 일이 벌어지곤 했다. 누군가 한번 골프 얘기를 꺼내면 걷잡을 수 없었다. 금요일이 되면 골프 안 치는 나는 런치 룸에서 일찍 일어나야 했고, 골프 좋아하는 사람들은 오후에 다 같이 골프장에 갔다.
혼자 먹는 평범한 미국 직장인의 식사
아무 관심도 없는 골프 얘기를 더 이상은 참을 수 없게 된 어느 날, 금요일 점심은 혼자 먹어야겠다고 결심했다. 미국까지 와서 점심마다 한식으로 도시락 먹다 그대로 한국에 돌아가면 무슨 경험이 남나? 이 익숙한 대화, 익숙한 음식, 익숙한 분위기를 벗어나야겠다. 주재원 동료들에게 이런 나의 선택을 얘기했을 때, 다들 상당히 의아하게('왜 돈과 시간을 저런 식으로 쓸까?') 생각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골프 얘기 들으며 시간 보내는 것보단 돈 내고 혼자 밥 먹는 게 훨씬 낫다.
남은 기간은 이제 고작 1년이고 그러면 점심 50번이다. 밥 값이 비싸다고 해도 이 정도 돈은 나 자신을 위해 쓸 수 있다. 느끼해서, 너무 짜서, 살찔 것 같아서 한국 사람들이 먹기 싫다고 하는 미국 음식, 일주일에 한 번씩만 나 혼자 사 먹어 보는 거다. 사실 여기 사람들이 먹고사는 평범한 음식이니 해괴한 음식도 아니고 건강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다(호들갑 그만). 미국 음식을 최대한 다양하게, 계속 먹어줘야 그 디테일을 구분할 수 있고 경험치를 쌓아야 여행 다닐 때 식사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내가 지식과 여유를 갖고 있어야 세은이와 아내에게도 권하거나 권하지 않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재택근무 하는 날에 아내랑 같이 먹는 점심은 식당을 찾아가서 먹는 맛집 투어 개념이라면, 회사에서 혼자 먹는 점심으로는 보통의 미국 직장인 실전 체험이면 좋겠다. 매장에 가서 먹으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팁도 줘야 하니까, 우버 이츠로 미리 주문해 놓고 나가서 픽업해서 먹는다. 식당들은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Strip Mall에 있는데, 먹을 수 있는 건 햄버거, 치킨, 그릭 샐러드, 피자, 부리또, 중식 등등이다. 대단한 결심에 비해 음식은 사실 뭐 그다지 대단한 건 없다. 혼자 먹으니까 처음 보는 음식도 과감히 시켜보는데, 세은이나 아내랑 같이 먹는 게 아니니까 실패해도 큰 부담은 없다. 나중에 가족이랑 다 같이 먹을 때만 성공하면 되지. 실패해 봐야 성공할 수 있다.
먹어본 것들 중에선 가성비 관점에서 중국음식이 가장 좋은 선택이다. 특히 치킨 메뉴들이 제일 무난하다. 여느 미국 식당이나 그렇듯이 메뉴가 엄청 많고 복잡한데, 중식 치킨 메뉴만 해도 보통 예닐곱 개의 종류가 있다. 하지만 양념 베이스가 거의 비슷해서 다른 메뉴라고는 해도 대개는 다 비슷한 맛이 난다. General Tso's, Orange Chicken, Sesami Chicken 등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이것들은 모두 단맛 나는 양념치킨 맛, 한국이름 '궁보계정'인 Kung Fao Chicken은 간장과 고춧가루에 볶은 맛인데 한식 느낌이 있는 맛이다. 중식당에선 고기 메뉴를 시키면 보통은 밥을 준다. White Rice는 흰쌀밥이고 Brown Rice는 현미밥이다. 볶음밥 Fried Rice로 선택하거나 야채 반찬 같은 걸 선택하면 추가 비용을 더 내야 했다.
음식을 받아오면 Strip Mall의 공용 공간이나 회사 1층 로비 같은 곳에서 먹으면 된다. 주변을 돌아보면 혼자 점심을 때우는 사람들이 많고 복도에서 마주쳤던 파트너들도 간혹 눈에 띈다. 다들 얼른 먹고 자리를 뜬다. 업무 시간이 자유로우니 점심도 빨리 먹어버리는 게 이득이다. 미국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상당히 조용하고 개인적인 분위기다. 부서원들끼리 다 같이 먹는 것도 없다. 사실 여기서도 여럿이 모여서 먹고 있는 것은 한국 주재원들 뿐이다.
이렇게 한두 번 먹고 나니 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다른 평일 점심도 한식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아내에게 한식대신 샐러드를 도시락으로 싸달라고 부탁했다. 금요일마다 먹는 기름진 음식에 대한 보상이랄까? 아내는 이렇게 까지 해야 하냐며 상당히 볼멘소리를 하긴 했지만, 어쨌든 미국에 사는 동안은 달라지고 싶었다. 금요일 점심 식사는, 나는 한국에서 온 여행자가 아니라 친구, 이웃으로 살기 위해 온 사람이라는 것을 다짐하는 나만의 의식이 되었다.
한국인 울타리를 벗어나라는 충고
출근을 시작한 지는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사람들을 대하는 것이 어색하다. 매일 출근하는 것도 아니니까 더욱 데면데면한 느낌이다. 내 자리 주변엔 나랑 같은 업무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러다 보니 내 회사라는 느낌이 없고 손님이 된 느낌이다. 파트너들은 나를 어차피 2년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주재원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은데... 파트너들의 관계사이에 녹아들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매번 결심을 하지만 막상 누군가와 마주치면 위축되고 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피해버리거나 순간을 모면하고 싶은 마음도 든다. 그렇게 한국 주재원들 사이로 숨어든다. 다른 사람들처럼 나도 그러했다. 바꾸려고 해도 잘 되지 않았다.
'Jason이 한국 사람들끼리 어울려 지내라고 하니까'라거나 '세은이랑 주말에 같이 놀 한국 친구 찾아야 하니까.' 이런 식으로, 나는 회사에서 한국 사람들과 어울려 다닐 이유를 스스로 찾고 있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엔 아쉬운 생각이 많이 든다. '잘난 척하더니 결국 별수 없네.'
하루는 회사 Free Lunch 시간에 대회의실에서 사람들과 피자를 먹고 있었다. 나는 늘 그랬듯이 한국 사람들 열명 정도와 무리 지어 한 곳에 모여서 얘기하고 있었는데 고객담당 부서에 일하는 Alex가 다가오더니 내 어깨에 손을 짚고 말을 붙여왔다.
"한국애들끼리는 항상 이렇게 모여있는 것 같아. 너희끼리 있으면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없어. 다른 사람들하고도 얘기 나눠봐. 지금은 Social 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
같이 있던 주재원들은 어리둥절해서 '뭐래는 거예요? 웬 오지랖?' 이런 반응이었지만, 나는 내심 부끄러웠다. 마치 내 치부를 들킨 것 같은 기분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뭔가를 해야겠다. 집에 와서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영어로 말하는 게 불편해서 사람들과 소통이 어려운 건 어쩔 수 없어. 그건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는 일이야. 사람들의 관심사를 모르는 것도 섣불리 말을 걸기 어려운 이유인 것 같아.
그렇다면 차라리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그러면 사람들은 내가 했던 이야기를 가지고 말을 걸어오게 될 거잖아. '잘 들었어요.'라고 하면서 말이야. 이렇게 하면 나에게 익숙한 주제로 사람들하고 얘기할 수 있게 돼. 이거 좋은 생각이다.
이야기를 잘 꾸려서 전체 식사 자리 같은 데서 발표하면 사람들의 좋아할 수도 있을 거야. 모여서 밥 먹는 시간이니까, 내가 뭐라도 하면 내용이 허접해도 관심 있게 보겠지. 한국이 궁금할 수도 있고, 한국 주재원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잘 모를 수도 있어.
그동안 여길 다녀간 주재원들 중에 누가 이런 시도를 했겠어? 참신한 생각이다. 그리고 주재원들만큼 여행을 많이 다니는 미국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 여행지를 소개하는 것도 좋겠다.
그래, 모두에게 나를 소개하고 나의 이야기를 먼저 들려주자. 옆집 Mark에게도 통했으니 회사에서도 통하겠지. 해보자. 어차피 여행 PPT는 넘치도록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노력들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된다.
나의 미국 적응 이야기 : Halftime Show
다음날 Yuanjing에게 내 생각을 얘기하고 Free Lunch시간에 회의실에서 30분 정도 자기소개 발표를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Yuanjing은 너무 좋은 생각이라며 관리자에게 확인한 뒤 괜찮다는 허락을 받아 왔다. 됐다. 이제 하기만 하면 된다.
한국에 대한 소개, 한국 본사와 주재원에 대한 설명, 정착 이야기, 여행 이야기 등을 정리한 20페이지 정도의 PPT 자료 한 개를 완성했다. 발표의 제목은 'Halftime show'. 미국 생활 2년 중에 이제 막 절반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정착에 정신없던 초기와 이제는 조금 즐길 수 있게 된 1st half를 돌아보고 회사에 출근하며 보내게 될 2nd half에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사람들이 재밌게 봐주면 다행이고, 아니어도 상관없다. 이것을 계기로 보다 편하게 사람들과 인사하며 지낼 수 있다면 1차 목표는 달성한 것이니까. 그리고 같이 일하는 Yuanjing에게는 내가 굉장히 Social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주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최소한 목적은 이미 달성되었다.
Free Lunch는 사무실 입구 로비에 있는 큰 화면에 공지되는데 이번주 Free Lunch 일정과 함께 나의 발표도 같이 소개되어 있었다. 'Don't miss it'이라는 문구와 함께. 조금은 민망해서 웃음이 나왔다.
공지를 본 몇몇 주재원들은 나를 찾아와서 '누가 시켜서 하는 거냐, 다음 주엔 다른 파견자가 발표해야 되는 거냐'등을 물어보기도 했다.
"그럴 일 없어요. 제가 하고 싶어서, 제가 직접 매니저한테 부탁해서 하는 발표예요. 내용은 다 아시는 얘기라서 꼭 오시지는 않아도 되는데 그래도 시간 되면 와 보세요."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나는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고 왜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가 된다.
발표날, Yuanjing은 Free Lunch 시간 10분 전에 대회의실로 나를 따로 불렀다. '오늘 발표하면 식사할 시간이 없으니까 지금 먼저 먹어둬.' 아... 이 친구의 이런 세심한 면 때문에 Yuanjing은 사람들 사이에 평판이 좋다. 아쉽게도 Ushik는 오늘 출근하지 않았다.
식사 장소인 회의실 스크린에는 발표 제목인 'Special Talk from Korea : Halftime Show, Life in NY'이 떠있다. 시간이 되니 사람들이 들어와서 음식을 받고 자리를 잡는다. 나는 이미 다 먹고 Yuanjing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한국 주재원들은 언제나처럼 음식을 받아서 회의실 밖에 있는 런치 룸에서 식사를 한다. Jason도 자리에 없다. Yuanjing은 회의실에 한국 사람들이 없는 게 마음 쓰였는지 런치 룸에 나갔다 온다고 한다. 조금 미안하고 민망하다. 밥 먹고 시작하면 관심 있는 분은 오시겠지.
어쨌든 사람들의 식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되자, 나는 Yuanjing의 소개를 받아 무대 앞에 섰다. 얼추 세어보니 50여 명쯤 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고 있다. 살짝 긴장되지만 잘할 수 있다. 이내 빔 프로젝터에서는 내가 만든 자료의 첫 페이지가 뿌려지고, 나는 어제 연습했던 대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Hi Guys, I'd like to share with you the story about my life in the US so far. Please enjoy guys."
- 한국은 어디에 있고, 한국 본사는 어디에 있는지, 어떤 사람들이 이곳으로 선발되어 파견 오게 되었는지.
- 이민 과정 중 미국 대사관, SSA, DMV 같은 관공서에서 겪었던 어려웠던 점들.
- 동네에 이사 와서 옆집 사람들과 편지를 주고받고 식사 초대를 하며 가깝게 지내게 된 이야기.
- 내가 왜 미국 스포츠인 풋볼을 보기 시작했는지, 경기를 즐기기 위해 어떤 공부를 했는지.
- 그동안 갔던 여행지와 여행기를 만들어 학교에 보낸 것, 나를 반겨준 도서관 선생님들 이야기.
- 근교에 있는 식당, 상점, 박물관 등에 대한 소개. 나는 왜 큰 도시보다는 주변 탐방을 시작했는지.
- 마지막으로 미국 생활 3 쿼터에 우리 가족이 하고 싶은 일들, 이 회사에서 이루고 싶은 것.
"저는 이곳을 스쳐가는 여행자가 되려고 온 것이 아니고 여러분의 동료가, 이웃이, 친구가 되려고 왔어요. 그래서 신입사원의 마음으로 여러분께 제 이야기를 먼저 들려드리는 것입니다. 엘리베이터나 복도에서 저를 만나면 편하게 인사해 주세요."라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예상하지 못했던 미국 동료들 반응
예정된 시간보다 10분 정도 더 걸렸지만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질문도 있었고, 함께 웃었던 포인트도 있었고 발표 내내 화기애애했다. 발표가 끝나자 여러 명이 나에게 다가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자료를 공유해 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나와 얘기를 하고 싶어서 줄을 서 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지금껏 회사에서 누가 이런 발표하는 건 한 번도 못 들었는데 놀라운 일을 했네. 만나서 반가워. 잘 들었어.'
'나도 이민 와서 살고 있어. 이 얘기를 들으면서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 고마워.'
'나는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우리 아버지가 이민을 왔어. 아버지의 인생을 엿볼 수 있었어. 재밌었어.'
'옆집이랑 저렇게 지낼 수 있는 건 상상도 못 했어. 동네에 산지 오래됐지만 아직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몰라'
나랑 말하고 싶어서 줄까지 선다니. 이렇게까지 환영받는 건 태어나서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다. 도리어 내가 너무 고마웠다. 이 자리를 만들어 준 Yuanjing에게도 고마웠다. 발표 뒤, 오후에 복도에서 마주치는 사람마다 발표 얘기를 하며 밝게 웃으며 인사해 준다. 너무 기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발표를 다 마쳤을 때 Jason을 비롯한 한국 주재원들은 회의실에 아무도 없었던 점이다. 내가 발표를 마쳤을 때 한국 사람들이 아무도 없어서 Yuanjing이 살짝 당황한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심지어 대화방에서도 오늘 발표에 대해 어느 누구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회의 때문에 자리를 비웠어야 했을 수도 있고, 모두가 출근하는 금요일이 아니니까 그랬을 수도 있다. 이미 다들 겪었을 법한 이야기라서, 골프 얘기가 없어서, 영어로 하니까 흥미가 없었을 수도 있지. 다들 좋은 분들이고 취향이 다를 뿐이다. 너무 잘난 척한다고 느껴졌을 수도...
며칠뒤 복도에서 만난 Jason은 발표 있는 걸 몰라서 못 갔다며 아쉽다고 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내 발표에 대해 자신에게도 피드백을 주었다고 한다. 나에게 수고했다며 다음엔 꼭 알려달라고 했다.
Hallftime Show를 하고 난 며칠 뒤, 또다시 돌아온 Free Lunch 시간엔 많은 사람들이 다가와 말을 거는 통에 밥 먹을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Yuanjing과 나는 회의실의 가운데 자리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동네 이야기, 아이와 갈 만한 곳 같은 얘기를 나눴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도 인사 나눴다. "너 얘기 많이 들었어. 너 이제 엄청 유명해져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사람들과 한번 물꼬를 트니 내 예상대로 대화를 나누는 게 한결 편안하다.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를 넘어서 말 그래도 '말이 통하는'것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혼자 밥을 먹는 개인주의 적인 미국 직장 사회 같지만 막상 또 다들 모아놓으니 여느 한국 직장과 다를 바 없다. 사람들 살아가는 얘기가 다 똑같아 보이고 고민하는 것도 비슷하다. 너무 닮아서 신기하다.
나는 Halftime show를 DyAnn에게도 보여주고 싶었다. 과외하는 날 우리 집으로 오시게 해서 자료를 같이 보며 함께 우리 가족의 미국살이 1주년을 축하했다. 도서관 시민권 수업 Owen과 Judy, Marko와 Damaris에게도 보내주었다. 옆집 Mark와 Sarah에게도. 우리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보내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기분이고 강한 소속감이 들었다. 손님이 아니라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받고 환영받은 우리의 미국 1주년 Halftime show는 앞으로 남은 1년을 더욱 기대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지금처럼만 계속되었으면...
Fondly,
C. Park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