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회사 업무 : 이상적인 모습
작년 이 시리즈 전반부 두 편을 썼다. 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간단한 1차 함수 형태를 통해 직장 업무를 간략히 얘기해 봤다. 1편에서 지원업무, 2편에서 영업업무를 다뤘다.
시도는 단순한 데서 비롯했다. 이론적 엄밀성을 뒷받침하기 힘들더라도 누구에게나 익숙한 '함수'라는 것을 활용해 현실에 접목하고 싶었다. 1차 함수는 무척 단순한 형태다. 이를 통해 직장생활을 설명하면, 구직을 하거나 자기 적성에 맞는 업무를 찾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했다. 노동과 자본의 투입 함수로 설명하는 경제학 교과서의 생산 함수를 벗어나 실제 직장 업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4개월 여가 지났다. 얼마 전 후배와 얘기를 하다가 언제 3편을 쓸거냐는 질문이 나왔다. 허접한 글이지만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에, 명석한 후배와 나눴던 당시 생각을 보태 마무리를 지어보기로 했다. (좋은 대화 상대가 있다는 것은 인생의 큰 복이다.)
이상적으로 운영되는 직장의 모습을 전개하기 위해 아래와 같이 변수를 정의한다.
x=영업사원, z=지원부서 직원
y=매출
지난 편들에서 다뤘던 내용들은 이미 주어진 함수의 형태를 통해서 영업과 지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즉, 함수의 형태가 그대로 주어졌다고 보고 그 와중에 매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을 본 것이다. 물론 기획 부서의 역할에 함수의 형태를 바꾸는 것이 있을 수 있다고 했지만 이 역시 구체적으로 논한 바는 없다.
이번 편에서 다룰 것은 각 부서 역할이 어떻게 어우러져야 좋은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대한 약식의 답변이다.
영업사원은 영업을 잘 해야 한다. 이는 당연한 진리다. 그러기 위해서 말을 잘하고 상대방의 심리를 정확하게 파악하며 긴급한 상황에서 빠른 판단을 내리는 역량이 도움이 된다.
때로는 접대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그 접대의 수준이 너무 과해진다면? 그리고 큰 계약을 따 내는 반대급부로 거래선이 우리 회사 비밀을 요구한다면? 혹은 이 정도의 위법은 아니더라도, 물량만 따내고 이후의 클레임이나 뒤처리는 나몰라라 한다면?
영업만 잘 하면 돼!
주변을 둘러보면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을 꽤 많이 볼 수 있다. 특출 난 실력으로 매년 그 부서의 매출 상당 부분을 감당해 주는 사람은 실제로 쉽게 슈퍼스타로 등극한다. 옳게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문제는 이들이 안하무인으로 변해가는 경우다.
나는 이런 이들을 '버릇없는 전교 1등'이라고 부른다. 전교 1등이니 학교의 자랑이긴 한데, 버릇이 없어서 친구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못하고 어른인 선생님에게도 대든다면 학교에서 가장 처치 곤란하다. 회사라고 다를 바 없다. 당장 내치자니 실적이 아깝고, 그렇다고 계속 오냐오냐 하자니 아끼는 손주가 할아버지 수염을 뽑으려 든다.
이상적인 영업사원, 혹은 진정한 에이스는 영업력과 규정 준수 마인드를 잘 갖춘 사람이다. 즉, 본인 머릿속에 회사 규정과 기준이 명확하게 들어가 있어서 영업과 RM 두 영역에서 북과 장구를 모두 칠 수 있는 사람이다.
a=g(x) 라는 함수를 영업사원이 규정 준수 마인드를 익히는 함수라고 하자. 영업사원이 규정을 잘 지킬 수 있다는 뜻은 곧, 영업부서로 많은 권한이 이양된 경우라고도 할 수 있다.
일반적인 영업-매출 함수를 y=f 라고 한다면, 이상적인 영업 함수는 이 둘을 합하여 얻을 수 있게 된다.
즉, y=f(g(x)) 라는 함수가 된다.
영업사원이 규정 준수까지 잘 지키면 지원부서는 뭘 하면 될까? 놀면 되나? 아니면 퇴사?
영업부서에서 스스로 일상의 프로세스 준수를 잘 한다면 지원부서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된다. 회사 전체의 프로세스 개선, 시스템 개선, 시장분석 강화 등 회사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소위 영업 함수임 f의 값 자체를 바꾸는 것일 수도 있지만 간단한 함수라면 복합 함수의 꼴로도 나타내 낼 수 있다.
지원부서의 역량을 b=h(z)라는 함수로 나타내 보자.
그렇다면 회사 전체의 매출은 y=h(z)·f(g(x)) 가 될 것이다.
한눈에 잘 보인다. 규정을 준수하면서 자체적인 영업력을 강화하는 영업부서의 역량에, 회사 전체의 능률을 높이는 지원부서의 역량이 함께 작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이상적인 직장 모습이다.
y=h(z)·f(g(x))
이상적인 직장의 모습을 만들었다. 이제 함수를 다듬어 보자.
① 버릇없는 전교 1등 날리기. (영업 함수 조정)
먼저 버릇없는 전교 1등을 날리자. 함수의 꼴은 그대로 두되, 변수의 범위를 조정하면 된다. 버릇없는 전교 1등은 규정 준수 마인드가 덜한 사람이다. 즉, 회사에서 영업부서에 자발성을 늘렸더니 되레 문제가 생기는 경우라고 재정의 할 수 있다. 이를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단, x는 x<g(x) 인 경우에 한한다.
즉, 권한 이양이 함수 g를 씌웠더니 결과값이 더 작아지는 x는 배제한다는 것이다.
2) z는 h(z)≥1인 경우에 한한다. (지원 함수 조정)
지원부서라고 변수 값에 자유로울 수는 없다. 되레 명확하게 매출에 기여를 못하는 조직인만큼 스스로의 움직임에 더 조심스럽다. (그렇지 않다면 반성해야 한다.)
혁신에 실수나 실패가 없을 수 없다. 완벽을 기하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딱 봐도 아닌 일들, 딱 봐도 경비만 더 들어가고 말 일들 만큼은 미리 방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1) h'<0 라면 버린다.
2) z는 h(z)≥1인 경우에 한한다.
함수 중에서 가장 간단한 함수들만 사용했다. 이 이상은 역량 밖이기도 하거니와 단순하게 직장 업무를 이해해 보자는 목적에도 어긋난다.
단순함의 효용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제시하는 데 있다. 일단 그것으로 핵심을 뚫고 그 뒤에 살을 붙이면 된다. 내가 제시한 함수론(?!)이 핵심을 제시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이런 식으로도 바라보는 방식도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쟤도 저렇게 하는데 나라고 나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못보랴!"하는 마음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어쨌거나 미뤄왔던 시리즈를 마무리하는 것도 은근 보람차다. 어제 샤워를 하면서 후배와의 대화가 떠올랐고 일순간 위의 방식들이 정리되었다. 그것도 기분이 좋았다.
작년 10월 말 처음으로 브런치를 시작하고 5개월 만에 58개(이것까지 포함해서)의 글을 쏟아냈다. 주절주절 잡스런 글을 많이 썼지만, 그 와중에 작심했던 시리즈 세 편을 마친 것은 기쁜 일이다.
홍보 차원(!)에서 세 세트의 링크를 다시 걸어본다. (주책이다.) 참고로 다음으로 기획 중인 시리즈는 시간의 힘에 대한 3부작이다. 물론 직장생활과 연관해서 말이다.
[시리즈 1]
함수로 풀어 본 직장 업무 3 (이상적인 모습)
[시리즈 2]
[시리즈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