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보기엔 늘씬해 보이지만
기운이 전혀 없어 보이는 T는
열여덟 밤을 깊이 못 잔 나머지
병원생활을 1 주일하고 퇴원했다.
오래전부터 T가 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2년 전에 T를 만났을 땐 허리협착증과
목디스크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그건 잠 못 자는 것에 비해서 별거 아니라고
할 정도니 그녀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잠은 언제부터 못 잤냐는 나의 물음에
그녀는 대학 2학년으로 되돌아갔다.
41년 전에 S여대를 다녔던 그녀는
친구인 K로부터 모함을 받았다.
자취를 하고 있던 두 친구의 이사 짐 싸는 것을 도와준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이삿날에 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받은
두 명의 친구 중 한 명이 상대방의 돈을
훔치곤 T가 훔쳐갔다고 모함을 한 것이다.
그날부터 그녀는 깊은 잠을 잘 수없었다고 한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T는 K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다.
K는 BO라는 책을 번역을 해서 강연자로 불려 다니고 있었다.
젊은 시절에 T는 모함녀에게 사과를 받아 볼까 싶어서 이메일로 편지를 보내볼까도
생각했지만 K가 오히려 자신을 명예훼손으로 공격할 것이 분명해서
그 부분은 접었다고 한다.
피해자 T는 맘고생으로 정신과 육체가 망가져 가고 있는데
가해자 K는 돈과 명예를 얻고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토록 고통스러워하는 T의 불면증의 원인을 처음으로 듣게 된 나는,
참으로 가슴이 먹먹하기만 하다.
허수아비처럼 힘없이 펄럭이는 그녀를
꼭 안으며
부디, 제발, 건강해서 다시 만날
약속을 받아내고는
무거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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