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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빗 Jun 15. 2016

언제를 위해 '살'것인가

대한민국 두아이 아빠되기

아이에게 한,두 치수 큰 신발을 사서 신겨봅니다. 아내는 '내년 여름이면 아마 맞을꺼야' 하면서 말이죠. 쑥쑥 크는 아이들인 만큼, 자랄걸 생각해서 더 큰 치수의 옷을 사곤 합니다. 어떤 때는 남의 옷을 입은양 안어울려 보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막상 서랍장 속, 지난 옷들은 잘 안입혀집니다. 입더라도 처음 살때의 깔끔한 옷이 아닌, 편하게 막 입히는 옷으로 바뀌지요. 아이옷은 빨기도 자주해서 쉽게 헌 옷 이 되거든요. 생일이며 기념일에 선물로 들어온 새 옷들도 등장합니다.

나중을 위해 큰 치수로 산 옷들은,
그렇게 한번도 '딱' 예쁘게 입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 처음으로 '월급'이 통장에 찍히면, 자연스레 주변 친구 중 한,두명은 자산관리사가 되어 나타나곤 합니다.

이때, 자산관리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얘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돈을 모으기 좋은 시기는 '결혼 후 출산 전' 이라는 것이죠.

저 역시 해당 시기를 보냈습니다만..  사실, 결혼 후 아이를 갖기 전은 '가장 돈쓰기 좋은 시기' 입니다. 연애 할때의 기분으로 둘이 훌쩍 여행을 가기도 좋죠, 당연히 부모님께 허락받을 일도 없구요. 공연을 보거나 밤새 놀아도, 마음 잘 맞는(아직은..) 두사람의 시간만 맞추면 세상에 못할 일이 없죠. 도움이 조금 필요한 것은 지갑사정 뿐입니다.

결국 '가장 아껴야 할 시기'가 '가장 쓰기 좋은 시기'인 것이죠.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던 시절, 저는 두가지 질문에 집착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언제를 위해 살 것인가' 였습니다.


당장은 힘들지만 나중을 위해 아끼고 절약할 것인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이 시기를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인가.

마치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처럼, 오랜 고민에도 답을 찾기 어려웠죠.


둘째 아이를 낳고, 다른 생각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아이와의 그 어떤 미래도 약속 할 수 없었던 그 때, 그토록 어려웠던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건 특별히 어려울 것도, 복잡하게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 "오늘"을 사는 것' 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많은 고민에 묻혀 살았죠. 장애를 가진 아이가 살아갈 '먼 미래'는 알수없는 두려움을 만들었습니다. 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무거운 마음에 발을 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그때 건너편 부부를 보았습니다. 온몸에 붕대를 감아 눈밖에 보이지 않는 아이를 안고, 연신 입을 맞추는 아이 엄마를 보았습니다.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충실해야 할 것은 바로 '지금' 이었습니다.


내 눈앞의 작은 생명은, '지금' 나의 손길과 사랑이 필요했던 거죠.

순간, '과연 '나'라는 불완전한 사람이 한 생명의 미래를 결정할 자격이 있는가' 하는 고민들이 솜털처럼 가볍게 느껴졌습니다.



아들러의 심리학을 풀어낸 책, '미움받을 용기'에서,

 '철학자'는 인생을 서둘러 뛰어가려는 '청년'에게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지금,여기'를 살아갈 수 밖에 없어. 우리의 삶이란 찰나안에서만 존재한다네, 이걸 알지 못하는 어른들은 청년들에게 '선(line)'의 인생을 강요하지. 좋은 대학, 대기업, 안정된 가정 등 이런 선로를 따라가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라면서 말야."



가끔 우린 마치 영원히 살것 처럼 미래를 계획하곤 합니다. 물론 계획없는 인생은, 목적지 없는 배와 같이 표류하겠죠. 하지만 사소한 결정의 순간들마다, 어떤 결정이 더욱 좋을지 쉽게 판단하지 못합니다. 언제를 위한 결정인지, 누구를 위한 결정인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는 또 알고 있습니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그 끝엔, 그 나름의 멋진 미래가 있다는 것입니다.


결코 후회없게, 열심히 자신의 결정에 따라 행동한다면 말이죠. 돌이켜 보면, 인생은 정답이 없는 선택의 연속일 뿐이니까요.


훌쩍 커버리는 딸아이는 아빠에겐 아쉬움이죠..

큰아이 사진을 한번씩 정리하면, 언제 이렇게 시간이 지났나 싶습니다. 커버린 아이의 유년시절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입니다. 사진에 담고 머리에 기억하려 해도, 아쉬운 마음이 들때가 많습니다.

아직 닿지 않은 저 멀리 어딘가에 시선을 두어, 지금 내 눈앞에 소중한 아름다움을 놓치고 있는건 아닌지 다시금 둘러 볼 시간입니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 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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