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전략 수립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짧다면 짧은 본사 근무 기간 동안 두 번의 영업전략을 수립하면서 느낀 업무적 소견을 이 글을 통해서 공유하고자 한다. 전문가들이 보면 부끄러운 글일 수도 있으니 전략 수립을 처음 접하시는 분들만 이 글을 참조하면 좋을 것 같다.
전략(strategy)이란 용어는 군사학에서 시작되었으며 '대단위의 전투 운용을 지위하고 전반적인 실행계획을 지원하기 위한 군 명령 계통의 전술학'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경영학에서는 1949년 뉴먼과 모젠스턴에 의해 처음 사용되기 시작했으며, 그 이후 기업의 경영환경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전략의 개념은 기업경영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되었다.
하버드대 마이클 포터 교수는 전략을 '차별화된 활동을 통해 독특하고 가치 있는 포지션의 창출'이라고 말했고, <보이지 않은 손>의 저자 알프레드 챈들러는 '기업의 장기적 목표 및 목적 달성에 필요한 자원을 분배하는 일'이라고 정의했다. 종합해 보면 전략은 '경쟁우위를 획득하기 위한 차별화된 활동과 포지셔닝, 그리고 이를 위한 효율적 자원 배분'이라고 할 수 있다.
달성 목표와 가용자원의 적절한 융합
영업전략이 필요한 두 가지 이유는 '달성해야 할 목표'와 '가용한 자원'이 제한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한된 자원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영업활동의 '청사진(blueprint)'을 그리는 것이 영업 전략이다. 영업 전략은 크게 기업의 내부, 외부, 경쟁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정리해야 한다. 기업의 내부적인 측면은 '핵심역량'을 분석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키우는 것이다. 외부적인 측면은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을 분석해 기민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경쟁 측면에서는 '경쟁우위의 달성'과 '차별화'를 만드는 것이다.
영업전략을 수립할 때 항상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의 트렌드와 변화를 확인하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그중에 가장 참고해야 할 것이 바로 '트렌드'이다. 먼저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된 주요 키워드를 회사의 역량과 가치에 근거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후 변화 환경과 비즈니스 트렌드를 바탕으로 회사의 비즈니스 방향을 정립하고 포트폴리오 전략을 수립하면 된다. 트렌드와 관련된 지식을 업무적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은 IT 기반으로 '기업의 모든 것을 어떻게 혁신시키느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중요한 기업의 경쟁력이 된 것이다. 기업은 필요한 투자라도 최대한의 비용을 효율화해서 이익을 많이 창출하는 것이 기업의 '미션(mission)'이고 '핵심가치(core value)'이다.
만약 기업의 CEO가 지금처럼 이커머스 시장이 급신장하는 시점에 기존의 오프라인 경영방식에만 집중을 한다면 머지않아 시장에서 퇴출될 확률이 높아진다. 전략은 필요하면 수시로 업데이트하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변곡점에서는 민첩하게 전략을 수정하고, 업데이트하면 된다. 전략을 수정할 때는 반드시 기업의 존재 이유인 '미션(mission)'과 '핵심 가치(core value)'에 기반해야 한다.
전략 수립에 있어 가장 큰 장벽은 바로 계층적 관료주의와 소통의 장벽 때문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조직으로는 현재의 빠른 변화와 트렌드를 따라잡을 가능성이 희박하다. 특히 부서 간 협업을 해야만 실행 가능한 전략의 경우 부서 간 영역 다툼과 참여 기피로 제대로 실행도 못하고 무산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이등 기업은 일등 기업을 따라 하는 '팔로우업(Follow Up)' 전략을 구사하면 된다. 이는 일등 경쟁사의 전략을 따라가는 전략이다. 그 전략 방향에 맞춰 기업은 벤치마킹을 하고, 시스템을 도입하면 된다. 전략이 수립되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전략을 수립하는 조직의 변화 즉, 프로젝트 팀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머리와 몸이 따로 움직이는 꼴이 된다.
하지만 시장에서 일등 기업은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과 트렌드, 그리고 고객에 초점을 맞추어서 파이어니어(Pioneer) 전략을 수립해야하니 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일등 기업의 경우 벤치마킹이나 팔로우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없기 때문에 영업 전략 수립은 항상 고객 관점을 기반으로 수립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항상 시장 환경과 비즈니스 트렌드에 맞추어서 기민하게 반응해야 하며, 변화하고 있는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영업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과거 생산자 중심의 산업에서는 마케팅 전략이 상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이라는 '4P'로 구성되었다. 즉 생산자 입장에서 상품을 만들고, 가격을 책정하고, 판매 장소를 선정해 효율적으로 판촉을 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변하면서 상품(Product)에서 소비자 이익(Customer profit)으로, 가격(Proce)에서 소비자 기회비용(Cost to the Customer)으로, 유통(Place)에서 편리성(Convenience)으로, 촉진(Promotion)에서 소통(Communication)으로 마케팅 전략은 '4C'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블루 오션(Blue ocean)'과 '레드 오션(Red ocean)'의 장점을 조합한 '퍼플 오션(Purple)' 전략이 새롭게 등장했다. 레드 오션 시장에서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찾아 신규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초코파이情 바나나', 농심의 '짜왕', 오뚜기 '진짬뽕',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등이 바로 경쟁우위와 차별화를 꾀하는 퍼플오션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전략 수립의 단계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1. 금년도 매출과 손익이 포함된 성과(Performance)와 전략을 우선적으로 리뷰하고, 성과와 전략 중 좋았던 부분과 미흡했던 부분(Good & Not Good)을 분석해서 내년도에 보완하거나 지속해야 할 이니셔티브를 도출한다.
2. 내, 외부 환경 분석과 시장 트렌드(Market Trend) 리뷰를 통해 최근 시장, 고객, 경쟁의 동향을 분석하고 요약해 기업과 조직이 나아갈 전략의 시사점을 도출한다.
2. SWOT 분석은 사분면의 형태로 '기회(Opportunity)-위협(Threat)'은 상단에, '강점(Strength)-약점(Weakness)'은 하단에 위치시킨다. 기회와 위협요소는 기업이 직접 통제할 수 없는 외부환경의 특성이어야 하며, 강점과 약점은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 내부 환경적 특성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PB 신제품 출시'는 통제할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에 '기회'가 아닌 '강점'으로 작성되어야 한다. 참고로 SWOT 분석에는 '가능성' 또는 '가정' 등의 상황은 포함하면 안 된다. 경쟁사도 잘하고 우리도 잘하는 것은 '강점'이 아니다. 강점의 경우 경쟁 우위에 있는 항목으로 작성해야 한다. 약점 또한 경쟁 열위에 있는 항목을 포함해야 한다.
3. SWOT 분석을 통해 전략적인 시사점을 도출해야 한다. 기회와 강점으로 도출된 항목으로 시장 확대를 통한 매출 증대, 시장점유율 확대, 고객 인지도 향상과 같은 전략적 시사점을 만들면 된다. 그리고 위협과 약점의 경우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개선 사항을 도출하면 되는데 이는 내부 역량 향상의 전략적 방향을 제시해준다. 시장이 주는 기회에도 불구하고 그럴만한 역량이 되지 않는다면 그 부분을 개선할 것인지 아니면 과감히 포기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약점을 보완하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적으로, 자원적으로 한계가 있다. 어떻게 보면 '해야 할 것'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정하는 '포기 전략'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
5. 내부 및 외부의 다양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체계적 지식을 도출해서 전략을 수립한다. 초기에는 다소 추상적일 수 있으나 경영진에게 'What to'와 'How to'를 보여줄 수 있도록 구체화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최근 기업 전략의 큰 화두가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이커머스 성장(E-commerce growth), 로열 고객(Royal Customer)이라고 가정하면 기업의 모든 부서의 전략 방향은 이 세 가지 측면에서 수립되고 세분화되어야 한다.
6. 산출된 전략에 대해서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 전략의 중요도와 우선순위를 평가해야 한다. 전략의 하위 Activity를 위해서 시각화 자료인 '프로세스 맵' 작성도 필요하다.
7. 전략이 완성되면 가장 중요한 것이 '실행력'이다. 실행할 수 없는 전략은 무용지물이다. 모든 전략은 측정할 수 있도록 '계량화' 또는 '정량화'되어야 한다. 또한 성과관리 프로세스도 구축해야 한다. 성과관리는 전략의 중요성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 해야 하며, 핵심 성과 지표(Key Performance Index)로 측정하며, 이는 개인의 개인의 평가, 승진 그리고 보상을 위해 많이 활용한다.
8. 효율적인 성과관리를 위해서는 '데쉬보드(Dash Board)'를 만들면 훨씬 관리가 용이해진다. 참고로 데쉬보드는 자동차의 계기판처럼 모든 기능과 표시사항이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쉽게 만든 성과관리표를 의미한다. 대시보드를 작성하면 훨씬 쉽게 성과관리를 할 수 있다.
9. 전략에 맞도록 업무 매뉴얼을 만들거나 업데이트를 하고, 직무스킬의 표준화를 통해 직무에 대한 자율성과 책임을 높인다.
10. 전략도 필요하면 수정하거나 업데이트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전략 수립 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고려 시 항상 Why?와 So What?이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1. 기업이 가야 할 최종 도착지(Destination)는 무엇인지? 중요도(Importance)와 우선순위(Priority)는 무엇인가?
2. 상위 수준(High level)인가? 근본적이고 구조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일하는 방법을 개선하거나 프로세스를 개선할 수 있는가?
3. 시장 상황과 트렌드를 반영하고 미래지향적인가? 기업의 미션과 핵심가치를 반영하는 것인가?
4. 이전 전략과의 차별성(Differentiation)은 있는가? 가시성(Visibility)은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5. 어떻게 정량적으로 측정할 것인가? 성과관리 프로세스에 반영할 수 있는가?
6. 전략을 효율적으로 작성하기 위한 템플릿(Template)은 적정한가? 7. 전략 실행을 위해서는 유관부서와 협업을 해야 하는가? 업무분장을 위한 RACI(Responsible, Accountable, Consulted, Informed)는 작성되었는가? - RACI : 실무담당자(Responsible), 의사결정권자(Accountable), 조언자(Consulted), 업무 공유자(Informed) 8. 전략 수행을 위한 부서장들의 R&R(Role & Responsibility)과 업무 루틴(Routine)은 있는가? 9. 효율적이고 효과적인가? 상사의 도움이 필요한가?
기업의 CEO는 전략을 수립할 때 고객, 직원, 이해관계자, 협력업체 등 다양한 대상을 고려해야 하며, 외형적 매출 성장과 더불어 내부적 손익까지 관리해야 하는 등 전방위적인 사고와 실행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생각이 복잡할 수밖에 없고, 이런 복잡성 때문에 민첩하게 전략을 수정하고, 실행하는 것에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럴 경우 최대한 전략을 단순화해야 한다. 뼈대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은 모두 제거하면 된다.
<안티 프래즐>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그의 책에서 '복잡성이 실행의 가장 큰 적이다'라는 말을 했다. 영업전략은 반드시 실행해야 하며, 아무리 좋은 전략도 실행하지 못하면 전략이 될 수 없다. 전략을 수립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