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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Nov 17. 2019

1년 후 이야기

1. 인터뷰 영상 완성

한국에 돌아오니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2개월이나 지나서야 겨우 인터뷰 영상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이었던 '악순환의 고리를 깨기 위해 우리는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는 물음에 대한 사람들의 대답은 교육,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 시스템 개선, 대화 등 다양했다.

그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답은 역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

다양한 백그라운드의 사람들을 한자리에 모으고 그저 대화를 나누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클리블랜드에 있던 3개월 동안 스무 번이 넘도록 다양한 기관 및 조직의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미팅 및 토론을 하면서 가장 놀라웠던 건 다들 이야기를 하는 것은 좋아하는데, 남의 이야기는 듣지를 않는다는 것이었다. 비단 미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사실, 대부분의 갈등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감정이 아닌 사실 위주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해결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 심적, 물적 여유가 없을 뿐.

이 경험을 곱씹으며 바탕으로 말하는 사람보다는 들어주는 사람이 되려 노력하고 있지만 역시 쉽지 않다.

이 포스팅을 계기로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봐야겠다.



한국어 자막도 달고 중요한 내용들은 시각화해서 넣고 싶었지만 10개월 만에 대표로 회사에 복직했더니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던 상황이라 회사일에 집중해야만 했기에 이 정도로 마무리하는 걸로. 


그나마도 바이스 버사 디자인 스튜디오의 남창훈 디자이너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를!


<인터뷰 과정 참고>


2. 비영리 단체와 연간 계약, 그리고 다음 스텝

미국에서 각종 사회 문제를 보고 듣고 토론하면서, '우리나라가 조금이라도 나아지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5개월 후, 마침 한 비영리 단체의 제안으로 2년 동안 연간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다양한 환경 문제를 주제로 인포그래픽, 카드 뉴스, 포스터, 밈 등을 제작하고 있는데 한 가지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여러 가지 스타일로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제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그러면서 간혹 보다 나은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이 협업을 통해 인포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고, 생각을 현실화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미국에서의 경험이 씨앗이 되어 한국에서 싹을 틔운 셈이다. 

앞으로는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열심히 물도 주고, 거름도 주면서 생각이 생각에 그치지 않도록 차근차근 한 단계씩 발전시켜볼 계획이다. (나중에 브런치를 통해 공유하겠습니다:)


<미국의 사회 문제에 관한 포스팅 모음>


3. 나는 지금 코 리빙 하우스에 삽니다.

다른 포스팅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인터내셔널 아티스트로 클리블랜드에 초대된 안젤리카(Angelica), 알시노(Alino), 나는 같은 빌딩, 같은 층에 살았다. 처음엔 다 같이 마트에 다녀왔을 때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정도였는데, 악몽의 트레이닝 등 여러 사건, 사고를 함께 겪으면서 어느새 끈끈한 사이가 되었고, 10월부턴 대부분의 끼니를 함께 만들어 먹게 되었다.


끔찍하게 아팠을 때도 이들이 끼니마다 밥을 해주고 병원에 같이 가주지 않았다면 과연 이렇게 나을 수 있었을까 싶었고 힘든 시간에도 이들과 함께여서 행복할 수 있었다. 


셋은 각자의 나라로 돌아가면 셋이 같이 저녁을 만들어 먹고 와인이나 맥주를 한잔하면서 때론 진지하게, 때론 너무 웃어서 배가 아플 정도로 신나게, 때론 음악을 들으면서 미친 듯이 춤을 추던 이 시간이 눈물 나게 그리울 것 같다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이야기했었다. 


개인 공간이 완벽하게 보장된 상태에서 서로 합의가 있을 때만 손쉽게 서로의 삶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어주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와서 다시 혼자 지내다 보니, 때론 혼자, 때론 함께했던 시간들이 참 그리웠다.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7개월 후, 트렌드 리서치 때문에 갔던 한 코 리빙 하우스에 반해버린 난, 바로 계약을 진행하고 이사를 강행했다. 


현재 살고 있는 곳은 방만 혼자 쓰고 화장실이나 거실을 셰어하는 공간이 아닌 오피스텔과 비슷한 구조로, 건물 16층에 있는 카페 형태의 라운지, 예쁘게 꾸며진 루프트탑, 지하에 있는 GX룸 공용 공간을 셰어한다.


이러한 공용 공간에서는 운영사 측에서 입주민을 위해 준비하는 독서 모임, 그림 그리기, 와인 클래스, 운동 클래스, 바비큐 파티, 비어 나잇 등의 공식적인 이벤트도 있고, 입주민들이 만들어 나가는 소소한 이벤트도 있다.


늦은 퇴근길, 샤워하고 나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맥주 한 잔을 홀짝이며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들과 공간이 있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더 삶을 풍요롭게 해 준다. (마시다가 졸리면 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되니 이 얼마나 완벽한가?)


다양한 백그라운드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는 새로운 지식이나 관점을 배울 수 있어 유익하고,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대화는 즐겁다.


계약 기간은 6개월이었으니 이제 이곳에서의 삶이 한 달 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난 당분간은 계속 이곳에 머물 듯하다. 



<인터뷰 과정 참고>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메일 하나 받고 무슨 용기로 미국에서도 위험하기로 소문난 클리블랜드에 날아갔는지 모르겠다. 


다만, 이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우리 옆엔 항상 새로운 세상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려면, 아주 작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앞으로도 가끔은 그냥 저질러 봐야겠다.

어쩌다 클리블랜드에 오고, 어쩌다 3개월 내내 미국 사회 문제에 대해 토론을 하게 되고, 어쩌다 생면 부지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같은 건물, 다른 집에서 지내면서 새로운 주거 형태를 경험하게 된 것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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