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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Nov 02. 2018

day 51. 한국 문화의 위상

K-beauty, K-pop , K-culture

BTS가 연일 새로 쓰고 있는 K-pop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오랜만에 외국에서 지내다 보니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예전과 사뭇 다름을 느낀다.


대도시에 머물고 있는 게 아님에도 한국에 가본 사람이 생각보다 꽤 많이 만날 수 있었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꽤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있었던 몇 가지 경험담을 공유해보려 한다.


1. K-beauty

얼마 전에 비치우드 몰(Beachwood mall)이라는 곳에 갔었다. 3개의 백화점이 모여 있어 규모는 꽤 크지만 시설이 썩 좋지는 않다. 세포라도 다른 지역에서 가봤던 매장과 달리 아주 작았는데 놀라운 건 이 작은 매장에도 한국 화장품이 있다는 것이다. 낯익은 패키지에, 낯익은 브랜드를 보면서 말로만 듣던 한국 화장품의 인기를 실감했다.

얼마 전에 펍에서 만났던 대학 새내기 소녀는, 나에게 한국 화장품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더랬다. 불행히도 화장품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많이 없어 좋은 답변을 해주진 못했지만 나보다도 한국 화장품에 잘 아는 외국인을 만나니 기분이 묘했다. 사실 세포라도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가봤던 것인데, 진짜 한국화장품을 이렇게 많이 팔고 있을 줄이야.


자세한 정보는 없지만 몇몇 사람들과 현지에서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현재는 관심을 갖는 10대들이 늘어나는 추세인 듯 하지만 예전과 달리 관심도가 꽤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한 달 전쯤 잠시 뉴욕을 방문했을 때에도 3년 전에 비해 여기저기에 늘어난 한국 화장품 매장을 볼 수 있었다.

이 기세면 언젠간 전 세계 유명 도시에서 한국 화장품 매장을 만나게 될지도?:)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 K-beauty에 관한 기사만 보이면 나에게 공유를 해주는데, 그중에서 가장 괜찮았던 BBC 기사. 관심 있는 분들은 읽어 보시면 좋을 듯하다.



2. 한국말

가끔 '안녕하세요' 혹은 '감사합니다'를 듣는 경우는 있어도 문장으로 대화를 나누는 경험은 흔치 않다. 그런데 얼마 전에 친구들과 캐주얼한 느낌의 레스토랑에 앉아서 음식을 기다리면 수다를 떨고 있는데, 갑자기 외국인이 한국말로 말을 거는 것이다. 

정확한 발음으로,


"혹시 한국 사람이세요?"


라고 물었다. 발음이 너무 정확해서 질문을 들은 내가 더 놀랐을 정도였다!

우리가 앉아 있던 테이블은 카운터와 가까웠는데, 그녀는 줄을 서서 나와 미국인 친구 2명과(사실 한 명은 독일 사람)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보았다고. 그런데 보면 볼수록 내가 한국 사람인 것 같아서 용기 내어 말을 걸었는데, 이렇게 진짜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되어 너무 좋단다. 한국 사람인 걸 이렇게 반기는 사람은 실로 오랜만이라 나도 얼떨떨했다.


알고 보니 그녀는 통역사였는데 K-pop에 지나치게 빠진 조카를 걱정하며, 대체 왜 저렇게까지 좋아하나 싶어 몇 가지 영상을 보다가 본인이 K-Culture에 빠져 각종 드라마와 예능을 섭렵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이야기를 해주며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지만 그만큼 한국 문화가 강한 것 같다며 웃는다. 덕분에 우리도 실컷 웃었다.



3. BTS

출장차 뉴욕에 갔을 때 호텔 로비에 앉아서 일하고 있는데, 어여쁘게 생긴 금발 소녀가 말을 건다. 혹시 한국 사람이면 잠깐 시간을 내어줄 수 있느냔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시간이 되면 우리 오빠(물론, 오빠는 BTS) 기사 해석을 좀 도와주면 좋겠다며 냉큼 가서 노트북을 들고 온다.


한국 기사를 찾아 번역기를 돌려서 읽고 있는데, 번역이 엉망으로 되니 답답했던 모양이다. 그 열정이 대단하여 도와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의 한국어 실력은 나쁘지 않지만 그에 반해 영어 실력이 많이 부족하기에 걱정이 되었으나 다행히 일상 적인 내용의 글이라 큰 어려움 없이 도와줄 수 있었다. 미국에서 한국 기사를 영어로 설명해주는 날이 올줄이야.


그리고 난 그녀에게 네이버에서 만든 번역기 PAPAGO를 알려 줬다. 여기 와서 지금까지 한 20명한테 이 서비스를 알려준 듯한데, 그녀 역시 만족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수십 번 하며 자리를 떠났다.


개인적으로 아이돌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데 여기 오니 하도 BTS를 외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기사를 좀 찾아봤더랬다. 예전에 한 가수의 노래 하나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은 것과는 확실하게 차이가 있었다. 생각보다 인지도도 꽤 높았고, 팬층도 두터웠으며 한국에서보다 더 대접을 받는 듯했다.



예전엔 영화나 미술을 전공한 친구들이나 만나야 드물게 박찬욱, 김기덕 감독 이름을 언급하며 한국 문화에 대한 대화를 나눴을 뿐인데.. 이런 변화를 몸소 체험하니 실로 놀랍다.

문화의 힘에 대해 다시 한번 느끼며, 이런 트렌드가 더 오래 지속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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