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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홍 Dhong Dec 30. 2018

2018년을 보내고, 2019년을 맞이하며 :)

[ 들어가며 ]

매년 한 해를 돌아보며 정리하는 글을 씁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재밌는 일이기도 합니다. 매년 그 형식을 조금씩 달리 적고 있습니다. 매달 있었던 굵직한 일을 순서대로 정리했던 때도 있었고, 10대 사건을 뽑아본 적도 있으며, 계획했던 내용에 비추어 해당 연도의 성취를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나만의 시상식'이라는 이름으로 올해의 제품 / 올해의 책 / 올해의 프로그램 이런 식으로 뽑아 봤었는데요, 올해는 짝꿍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올해의 결산 글을 쓰려고 궁리하고 있는 저에게 "네 인생에서 2018년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한 번 정리해보면 어때?"라는 말을 던졌고, 저는 바로 감사한 마음으로 그 기획(기획이란 단어를 쓰기 좀 거창하지만 형식의 미는 결코 작지 않기 때문에)을 pick 하여 이렇게 적게 되었습니다.


올해 있었던 몇 가지 중요한 일들을 가지고 그 일들이 내 인생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 운전 ]

세상 사람들이 다 하는 운전이라 대수롭지 않을 수 있지만 저에게는 가장 먼저 꼽고 싶은 일입니다. 면허를 딴지는 거의 10년이 되었고, 운전하겠다고 마음먹은 지 N년째 해결하지 못했던 과제였는데 올해 드디어 해결했습니다. 봄부터 시작한 운전은 연말까지 쭉 이어졌고, 가까운 거리, 먼 거리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운전해 보았습니다. (평일 출퇴근은 짝꿍이 차를 몰고 제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에) 주말이나 여행지에서만 이따금씩 하는 운전이라 아직 완전히 익숙지 않지만 어쨌든 ‘운전을 할 줄 아는'사람이 되었습니다.



운전이 크게 2가지 의미를 갖는데,

첫째는 수행할 수 있는 기능이 한 가지 추가되었다는 점입니다. 무언가를 배워서 할 수 있게 되면 그것을 하지 못할 때의 나와는 분명 다릅니다. 운동이든 악기든 외국어든 무엇이든 마찬가지죠. 무언가를 할 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배우는 과정에서 오는 재미가 있고 무엇인가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효능감이 같은 것이 있습니다. 비록 과정에서 식은땀을 흘려야 하는 순간도 분명 있었지만 무사히 운행을 마치고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했을 때의 뿌듯함이 참 좋았습니다.


두 번째는 늘 무언가 해야 하는데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는데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는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정신승리라고 놀림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이제 내가 하려고 마음먹었지만 하지 못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그저 ‘아직 하지 않았을 뿐 언젠가는 할 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운전을 하리라 마음먹었지만 계속 못하다가 결국은 해내지 않았나요! 다른 무언가도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에 시간이 좀 걸릴 뿐 아직 하지 않은 것일 뿐입니다.


/ Special thanks to. /

돈 주고 배워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부부 사이엔 운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들었지만 우리는 그런 일반적인 선입견과 편견을 깨는 일에 익숙하기에) 친절하고 든든한 운전 선생님이 되어준 짝꿍께 고맙습니다. 자나 깨나 안전운전!



[ 책 & 사이드 프로젝트 ]

1. Book Curated by PUBLY

일하는 사람들의 콘텐츠 구독 서비스인 PUBLY(https://publy.co)에서 하는 [Book Curated by PUBLY]라는 프로젝트에 큐레이터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큐레이터의 역할을 간단히 적어보자면 퍼블리에서 선정한 책을 읽고, 책 내용의 일부를 발췌 및 재구성하여 PUBLY 멤버십 구독자에게 소개하는 역할입니다. 하반기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큐레이션 작업이 완료되어 소개된 책이 3권 있고, 현재도 계속 작업 중입니다. 회사의 허가(팀장님과 인사팀)를 득하고 진행하는 일종의 사이드 프로젝트인데 한 책을 마치고 나면 다음 책이 기다려질 정도로 재밌게 하고 있습니다.


2. 사내 책 만들기 모임

연초에 회사에서 책 만드는 프로그램 참가자를 모집했습니다. 그간 브런치에 써둔 글들을 책으로 엮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이때다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습니다. 출간 기획서와 글 샘플을 모아 기성 출판사에 보내 책으로 나는 방법도 있고, 스스로 독립출판으로 책을 제작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출판사에 제안을 넣어보았지만 러브콜이 온 곳은 없었습니다. 자비로 책을 직접 만들려고 인디자인에 한 땀 한 땀 글을 옮겨 담아 약 180페이지짜리 파일을 만들었는데 막상 만들고 보니 이게 책으로 만들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이런 생각은 다 만들고 나면 드는 걸까요. 털썩.) 그리하여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책을 먼저 기획하고 그다음 글을 쓰자.



이 프로젝트들 역시 2가지 의미가 있는데,

첫째로 직장인으로서 업무와 무관한 활동을 통해 홀로서기 준비한 것입니다. 당장 퇴사할 생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걸 직업으로 삼겠다는 것도 아닙니다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회사가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을 때 혹은 내가 더 이상 회사를 견딜 수 없을 때를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발달된 나의 능력은 몇몇 회사가 아닌 존재에겐 쓸모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존재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회사 밖에서 하고 싶은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배우는 과정은 오히려 삶의 균형을 잡아주고 회사 생활에서 오는 정신적 육체적 피로를 덜어주었습니다.


두 번째로 책 관련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다 보니 책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고, 그로 인해 책을 쉽게 사고 가까이 두고 가볍게 읽게 된 것이 인생에 있어 큰 수확이라 할 만합니다. 더불어 책을 볼 때 더 많은 요소를 고려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전에는 내용(텍스트)에 주로 집중했다면 이제는 책의 제본 형태부터 표지 디자인, 줄 간격, 폰트, 여백 등 출판사 주소까지 보게 됩니다. (작년에 하드웨어 제품을 만들게 되면서 제품 포장부터 사용설명서나 품질보증서 같은 것을 보게 된 것과도 비슷하네요. 이렇게 세상이 자꾸 넓어지는 것이겠지요 -) 보는 눈이 달라지니 누리는 재미도 배가 되었습니다.


[ 중국어 ]

1. 중국어 회화 수업

5월쯤부터 중국어 회화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성조 배우는 것부터 시작하는 쌩초보반에서 출발했습니다. 일주일에 2번씩 점심시간 한 시간을 활용해 수업을 들었고 6개월이 지난 지금은 기초반을 마무리 짓고 초급반으로 넘어갈 예정입니다. 아직 그럴싸하게 말하는 수준은 아니고 밥 먹었니 몇 살이니 정도를 묻는 수준이지만 눈과 귀로만 공부하는 것보다 한 번씩 입으로 꺼내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하고 감사한지 모릅니다.

점심시간마다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점심을 때우고 중국어 수업을 가는 저를 보고 동료들은 대단하다고 하지만 정말 영화관에 가는 것처럼 즐겁고 재밌어서 한 것일 뿐! 무엇보다 선생님을 잘 만난 덕인 거 같습니다. (老师,谢谢!)


2. HSK 4급 합격

회화 수업을 병행하면서 혼자 공부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2년 전에 HSK 3급까지 따고 그만두었던 터라 다시 시험을 봐야겠단 생각이 들었고 9월에 시험에 응시하여 간신히 HSK 4급에 합격했습니다. 시험 볼 때 모르는 문제가 너무 많아서 떨어졌을 줄 알았는데 (합격 화면을 보고 전산 오류인 줄) 막상 붙고 나니 기분이 날아갈 것처럼 좋았습니다. 연봉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당장 내 삶이 달라지는 것도 아닌데 혼자 뿌듯해하고 그러는 마음 있잖아요 :)

그리하여 1년에 한 급씩 따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2019년엔 HSK 5급에 도저언!



운전과 유사하게 배움의 즐거움과 수행 가능한 기능이 추가되는 과정에서 오는 효능감이 있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만 꾸준히 하는 것의 힘을 느꼈습니다. 중국어 공부용 노트가 하나 있는데 앞의 3페이지에는 월간 달력 모양의 포스트-잍을 붙여 놓았습니다. 그날 회화 수업을 참석했다거나, 혼자 문제집을 풀었다거나, 중국 드라마를 보았다든가 무언가 중국어 학습과 관련된 행위를 하면 간단히 메모하기 위해서였죠.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에는 해당 칸에 사선을 그었습니다. 몇 달 지나고 보니 그 사선을 긋기 싫어서 15분이라도 공부하고 잔 날이 많았고 그렇게 쌓은 습관으로 4급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더 의미부여를 해보자면 다국어 학습자로 가는 길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유치원 때부터 대학교, 대학원까지 한국에서 나고 자라 공부한 사람인데 영어와 일본어 조금, 이제 중국어도 다시 시작했으니 감히 다국어 학습자로 가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허세를 부려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중요한 건 지금까지가 아닌 앞으로 인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의지가 박약하기에 이렇게 적어두는 것이지요)


[ 나가며 ]

운전, 책, 중국어와 같은 일들로 뭔가 대단한 것을 성취한 것처럼 적었지만, 사실 올해 안에 책을 내겠다는 목표는 이루지 못했고, 일본어 시험에서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으며, 수년째 계획에 빼놓지 않고 넣는 운동은 정말 단 하루도 하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하던 python 스터디와 사내 책모임을 그만두게 되었고, 블록체인 스터디와 머신러닝 스터디, 일본어 회화 모임도 시작했다가 멈췄습니다.


하려고 했던 것보다 하지 못한 것이 더 많더라도 이렇게 무탈하게 한 해를 보낸 것만으로도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작년 12월 26일, 짝꿍과 제주 카페 숑(Cafe Syong)에서 한 약속 (갑자기 회사를 때려치우지는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자는)을 지킨 것 하나 만으로도 잘 보낸 한 해라고 생각합니다. 빌드업 단계인 창업팀부터, 스타트업, 중소기업,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제안들이 있었지만 선뜻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현재에 만족해서 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용기가 없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2019년을 맞이하며 거창한 계획은 따로 없습니다. 그저 끊임없이 의심하고 궁금해하며 재미와 행복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관심사를 더 넓히고 성장의 기회를 찾아보려고 합니다. 사업을 시작하겠다거나 이직하겠다는 뜻이라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저 같은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좀 더 주도적이고 발전적으로 접근하려고 합니다.


막상 새해가 일상이 되면 거대 자본주의의 쳇바퀴를 돌리며 하루하루 한탄하며 살겠지만 그 안에서 소소하게 알콩달콩 행복을 누리면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모두 건강하고 행복한 새해 맞으시길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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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표지 및 본문 이미지 출처: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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