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 땅의 마지막 부동산 재테크

있는 자들에게만 허용된

by 송두칠

2013년 하반기, 수도권에 새로운 부동산 재테크 기법이 유행합니다. 당초 부산, 대구지역에서 횡행하던 방법이었는데, 효과가 워낙 좋아서 서울에까지 불이 옮겨 붙었다고 합니다.


한 직장인은 이 방법으로 집을 다섯 채나 매수했습니다. 어느 외진 논밭에 있는 농막 아니고요,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가양동,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일대 소형 아파트들입니다. 들어간 돈은 고작 1억 남짓.


그 이후, 이 기법은 부동산 업계에서 거의 정석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면서, 최근 이재명 정부의 6.27 대책에도 관련 내용이 포함될 정도였습니다.


바로 갭(gap)투자 얘기입니다.


▲ 김선달은 리스키하지 않았다. 하지만 갭투자는 다르다. (출처: KBS)



이처럼 그간 부동산 시장에서는 여러 재테크 방법들이 돌았습니다.


말씀 드린 갭투자도 그렇고요, 몇 번 언급한 '똘똘한 한 채' 전략도 있었습니다. 인생 주기에 맞춰 외곽 소형 평수에서 시작해서 차츰 평형대를 넓혀가는 착실한 방법도 있었고요, 재건축·재개발을 기대하며 소형 빌라를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구축 아파트에 살면서 몸테크하는 전략도 아직 유효합니다.


누차 말씀드렸지만, 저는 부동산 하락론자입니다. 이제 재테크로서 부동산의 가치는 아주 상당히 빛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 부동산은 한국 사회에서 특히 각광받는 재테크 수단이다. (출처: 조선일보)


그렇지만 가까운 미래까지는 여전히 강력할 거라고 생각하는 부동산 투자법이 하나 있습니다. 오늘은 그에 대한 짧은 글입니다.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니까, 새로운 투자법을 원하신다면 조용히 뒤로 가기를 누르셔도 좋습니다.



제가 부동산 하락을 전망하는 이유는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일부 개인이나 기관의 탓이 아닙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내가 산 집값이 내가 산 가격보다 더 비싸지기 위해서는 세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한데, 앞으로는 그 세 가지 조건 모두가 충족되지 않거나 불확실하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사람들의 선호가 지금과 달라질 수 있고요.

사람들의 구매력이 지금보다 떨어질 수 있고요.

사람들 수 자체가 지금보다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지난 글들로 갈음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모습으로 부동산 하락이 나타날 것이냐. 이에 대해서는 마치 비 온 다음날 크고 작은 물웅덩이가 말라가듯이 외곽에서부터 빠르게 본격화될 것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 역시 지난 글에서 드린 말씀으로 갈음합니다.


그렇게 된 이후, 미래의 부동산은 어떨 것이냐. 재건축도 어려워지고, 서울 시내에서도 곳곳이 슬럼화 될 수 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이 역시 지난 글로 갈음합니다.



이상을 가정한다면, 결론은 단순합니다. 가장 안전한 투자법은 역시 커다란 웅덩이 한 가운데에 투자하는 겁니다. 즉, 초상급지 투자입니다.


소위 1급지라 불리는 곳들이 있습니다. 전통의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가 있고요, 요즘은 용산구를 1급지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1급지라고 해서 다 괜찮은 곳은 절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같은 서초구라고 해도 우면산 너머 지하철역과 도보 30분 거리에 있는 경사지 아파트와 한강뷰 초역세권의 핵심 지구 아파트는 그 가치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1급지 중에서도 핵심 단지들. 이들이 초상급지입니다.


유명한 곳은 너무 많습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강남구)처럼 예로부터 명성이 자자한 곳도 있고요, 그사세의 대명사가 된 래미안 원베일리(서초구), 1만 세대에 육박하는 대단지 헬리오시티(송파구)도 있습니다.


▲ 물론 초상급지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하지만 썩어도 준치다. (출처: 헤럴드경제)


강남 3구는 거주하기에 너무 먼 동네라고요? 직주근접이 최고 아니냐고요? 네, 그러면 안 사시면 됩니다.


매수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거주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초상급지 물건을 매입하시고요, 거주는 다른 곳에서 하세요. 이게 재테크입니다.


▲ 압구정 3구역 재건축 이후 예상도. 최고 높이가 250m에 달하는 압도적인 아파트벽이 세워진다. 새로운 대장 아파트가 탄생할 수 있다. (출처: 중앙일보)



선호는 다양합니다. 그런데 매수행위는 다양하지 않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복층을 좋아하는 사람도, 빌라를 좋아하는 사람도, 단독주택을 좋아하는 사람도, 정작 복층과 빌라와 단독주택 매입은 선뜻 못 한다는 겁니다.


집 산 돈을 다 불태워버린 셈 치겠다고 마음 먹었으면 상관 없지만, 그런 사람은 없죠. 집은 나중에 다시 되팔아야 합니다. 그런데 집을 팔 때, 복층과 빌라와 단독주택은 팔기가 너무 고생스러울 것 같단 말이죠.


그래서 사람들는 대단지 아파트를 선호합니다. 더 빠르고 쉽게 팔리니까요. 이것이 환금성입니다.


▲ 사실 모든 부동산은 유동성이 낮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빌라는 아파트보다 더 낮다. (출처: 한국금융)


답은 쉽습니다. 전세 살면 됩니다. 월세 살아도 됩니다.


복층, 빌라, 단독주택 등 거주하고 싶은 곳은 월전세로 살고요, 투자 가치가 있는 매물을 매입하면 됩니다. 매입한 매물을 전월세로 돌리면, 내가 거주하고 있는 곳의 주거비도 대략 퉁쳐집니다. 매입한 곳에서는 언젠가 2년만 실거주하면서 양도소득세 조건을 채우면 됩니다.



물론 우리 모두가 초상급지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만한 돈이 있어야 하죠.


돈 끌어오는 데에도 제한이 많습니다. 강남 3구와 용산구는 지금도 투기과열지구여서 여러 허들이 있고요, 그나마도 6.27 대출 규제 이후로는 6억 원으로 천장이 딱 막혀 버렸습니다.


그렇습니다. 초상급지 투자는 자금이 넉넉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 이번 정부의 부동산 대책도 현금 부자들에게만 혜택이라는 비판이 있다. (출처: 조선일보)


그렇다면 우리처럼 덜 넉넉한 사람들은 어디를 사야 할까요? 뻔합니다. 초상급지 못사면 1급지를 사야죠.


1급지도 못 사겠다? 그러면 2급지를 사야죠.


단, 1~2급지를 매수할 때는 옥석을 더 잘 가리셔야 합니다. 1급지여서 좋고, 2급지여서 괜찮은 게 아닙니다. 좋은 곳을 1급지로 칭했고, 괜찮은 곳을 2급지로 묶었을 뿐입니다. 선후관계를 헷갈리시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마용성'으로 불리는 마포구를 볼까요.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마포자이 같이 인기 있는 대단지 아파트들은 주로 마포-공덕-애오개 주변에 몰려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마포'하면 떠올리는 지역이 바로 여기입니다.


▲ 와우 아파트 붕괴 현장. 참사의 기억은 아프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출처: 인천투데이)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대형 참사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고 중 하나인 와우시민아파트 붕괴 사고가 일어났던 바로 그 와우시민아파트 역시 마포구입니다. 이쪽 지역은 행정구역상 '마포구'는 맞지만, 2급지인 '마포구'는 아니죠.


동일한 급지 안에서도 외곽이 아닌 중앙을 사셔야 합니다. 잘 고르셔야 합니다.



초상급지도 못 사겠고, 1급지도 못 사겠고, 2급지도 못 산다고요?


그럼 같은 논리로, 예산이 뒷받침되는 선에서 가장 덜 외곽인 곳을 사면 되냐고요?


아니요, 그러면 부동산 재테크 하지 마세요.


세상에 재테크 수단은 많습니다. 다른 유망한 재테크를 하시면 어떨까요.


차차차선은 결코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없습니다. 굳이 부동산에 투자하겠다면 재건축·재개발 한 방을 노리는 게 더 나아보이네요.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습니다.


▲ 아닌가? 사실 도망친 곳에 낙원이 있을 수도 있나? 하긴, 세상만사 누가 알겠나.


초상급지 물건을 사고(buy), 적당한 곳에서 월전세를 사는 것(live). 이것이 이 땅의 마지막 부동산 재테크 방법이라고 봅니다.


초상급지 정도는 되어야 안전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이만 번쯤 양보해서 1급지, 2급지까지만요. 이런 곳들이 아니면 부동산의 실질 가치는 떨어질 겁니다. 재테크로서 전혀 매력적이지가 않습니다.


언제 떨어지냐고요? 이 역시 지난 글로 갈음합니다.



송두칠 doo7@kakao.com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