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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멘탈멘토 Jul 23. 2023

학교 선생님들에게 자살 예방 교육을 하는 이유

서이초 교사는 자살 전 이런 마음이었을 겁니다


서초동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자살로 참아왔던 교육계의 울분이 폭발했다.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230721000568


필자는 30년 가까이 학교 급식을 운영하는 영양교사다. 며칠 전 서초동 서이초등학교 신규 교사가 어떤 심정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지 너무나 잘 알기에 가슴이 미어지고 또 미어진다.



요즘은 학부모들의 과도한 민원이 담임교사들에게까지 번졌지만
급식실은 훨씬 오래전부터 극심한 민원에 시달렸다.
학교 영양(교)사들의 자살은 최근 드러난 것만 4명째다.
한 학급의 민원이 아닌 학교 전체 민원을 혼자서 상대한다.



이런 급식 민원을 견디지 못해 최근 몇년간 학교 신규 영양(교)사 4명이 연이어 목숨을 끊었다. (보도되지 않은 자살건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 이에 영양사 자살을 막는 법 제정이 절실하다 잠시 이슈가 되었지만 무산되었다.


지난 6월 전라북도 지역의 20대 영양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 6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영양(교)사가 어느새 4명에 달한다. <관련기사 본지 266호(2019년 6월 16일자)> 한 일간지의 보도에 의하면, 전북 전주시 A중학교에서 근무하던 박 모 영양교사(26)는 지난 6월 2일 본인이 거주하던 자택 아파트 옥상에서 스스로 몸을 던진 것으로 전해졌다. 2018년도 임용고시에서 합격한 박 영양교사는 유서도 남기지 않았다. 주변에서는 박 영양교사가 급식만족도 때문에 힘들어했다고 전하고 있다. 출처 : 대한급식신문(http://www.fsnews.co.kr)


http://www.f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009

http://www.f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4395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관계를 계산한다.
급식실은 학생의 평가권이 없다.
담임교사에게 하는 폭언의 몇배로 급식실 식구들을 하대한다.


모든 사람은 관계를 계산한다. 담임교사에게 폭언을 퍼부으면 내 아이에게 영향이 미칠 수 있지만 급식실의 영양사나 조리사에게 아무리 폭언을 퍼부은들 아무러 해가 없다는 걸 알기에 폭언의 빈도와 강도가 더 높다. 이는 학부모뿐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교직원들도 밥을 먹다가 식판을 패대기치고 나간다. 본인의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 애꿎은 밥에 화풀이를 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란 조리사님들이 "오늘 급식에 문제가 있었을까요?"라고 묻는다. "아니요. 개인의 문제지 급식의 문제가 아닙니다. 다들 맛있게 잘 먹고 갔어요. 급식은 아무 문제 없어요."   



공부를 못하는 건 담임교사 탓,
밥을 안 먹는 건 영양교사 탓!


아이가 구구단을 못 외워 집에서도 조금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고 학부모님께 연락하면 "구구단 지도는 선생 네가 할 일이지 왜 나한테 전화를 해서 구구단 타령이냐?" 하는  것처럼 급식 역시 "애가 편식해서 못 먹는 건 네가 지도해서 먹여야지 왜 급식을 제대로 안 먹고 와서 나한테 라면을 끓여달라고 하냐?"는게 민원의 단골 내용이다. 학교급식은 고기(학교급식 영양기준 단백질 20%제한)와 후식을 제외하곤 얼마든지 더 먹는게 가능하다. 그러나 고기와 후식만 먹고 조금씩 맛이라도 보라며 배식한 야채 반찬과 국은 죄다 버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학생 인권 존중을 이유로 건강 급식은 모든 의미를 상실했다. 공부를 하고 싶지 않아도 그래도 아직 교실에는 억지로 붙들려 있지만 급식이 마음에 안 들면 급식실을 오지 않아도 되는 게 허용된 지 오래다.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아이들은 "오늘 도대체 뭐 먹으란 거냐?"라고 고함치며 되돌아 나가 버린다. 학교급식법은 한 끼 단백질 20% 이하(돈이 있어도 고기를 많이 주지 못함) 공급이라 못 박아 놓고도 모자라 학생 건강을 위해 채식데이를 늘리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건 영양사만 지켜야 하는 의무일 뿐, 학생과 학부모들은 그 따위 지침 따윈 전혀 관심 없고 무조건 애들이 잘 먹고 좋아하는 걸 해줘야 할거 아니냐며 학교 급식법을 준수해 야채가 풍성한 식단을 제공하는 영양사를 고집불통 정신병자 취급한다.


애들이 좋아하는 걸 해주면 급식 민원이 사라질까? 식탐이 많은 아이일 수록 학교에서 실컷 먹고도 학교에서 먹은 게 없다고 하며 엄마에게 치킨을 얻어낸다. 급식이 맛 없다고 불평하는 아이일수록 급식에 맛있는 게 나오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음식 욕심을 꽉꽉 채운다. 어제 식판을 집어 던지고 나갔던 아이일수록 오늘 맛있는 게 나오면 가장 먼저 환호한다. 오직 먹기 위해 사는 아이들 같다.   


‘계절ㆍ전통음식’ 매뉴얼 따르면 학생 만족도↓ 가공식품엔 ↑
만족도조사 스트레스… 학부모 민원에 ‘총알받이’ 내세우기도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7241480333566?rPrev=201907241533735197

https://m.wikitree.co.kr/articles/449742?hs=1#_enliple


급식실이 코로나 병가 인력부재로 급식이 부실해지면
니들이 아프든 말든 밥은 제대로 줘야 할거 아니냐 민원이 일어나고,

 

https://news.knn.co.kr/news/article/128555


갑작스러운 물가가 폭등으로 식단이 부실해지면
영양사를 바꿔라며 민원을 넣는다.


일부 학교는 민원 학부모들의 요구에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영양사를 죄인처럼 내몰아 물가폭등을 직접 해명하게 한다. 방패가 되어줘야 하는 관리자들은 햇병아리 어린 담당자들마저 총알받이로 내세우고 뒤로 숨어버린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52614290005627?did=DA


대부분의 교사들은 타인 중심형의 사람들이다.
자신에겐 지나치게 혹독하고 타인에겐 지나치게 관대하다.



세상엔 3가지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첫째, 착한 사람 = 타인 중심형의 사람들이다.

자신에겐 지나치게 혹독하고 타인에겐 지나치게 관대하다. 잠시도 쉬지 않고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한다. 평소엔 늘 칭찬을 받는다. 문제를 발생시켜 본 적이 없기에 문제가 생기면 충격이 크다. 내가 더 열심히 잘했더라면... 하고 자책부터 하고 타인의 평가가 거듭될수록 더 움츠려든다.


둘째,  좋은 사람 = 나와 타인이 관계의 균형을 이룬다.


셋째, 나쁜 사람 = 자기중심형의 사람들이다. 

자신에겐 지나치게 관대하고 타인에겐 지나치게 혹독하다. 문제가 생기면 내가 뭘 잘 못했어? 전부 네 탓이지!! 자신에게 과도한 에너지가 집중되며 스스로 반성은 1도 하지 않는다. 전형적인 또라이가 되어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상대는 아무나 무차별로 공격한다.



사건 발생시 1차로 가장 먼저 자신을 책망하고
연이은 2차 3차 4차 가해를 홀로 견디지 못해
결국 생을 놓아버린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첫째 유형의 사람들이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욕구를 누르며 부모나 타인의 기대에 맞춰서 살아온 사람들이 아닌가? 언제나 내 생각보다 타인의 생각을 중시한다.


서초동 선생님 역시 착한 사람이었다. 문제가 생기자 자신을 책망하며 타인이 자신을 평가하는 것에 온 신경이 곤두섰을 것이다.

  

1단계) 왜 아이들을 더 잘 지도하지 못했을까?

-스스로 반성, 자책


2단계) 구설수의 주인공으로 떠오르고 학부모로부터 무능한 너 때문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말을 듣는다. - 스스로를 더 책망한다. 더 잘했어야 했는데... 나를 향한 모든 시선이 부담스럽고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 억울한 마음도 든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건데 이렇게 질책받아야 하나?

 

3단계) 힘든 마음을 주변 동료나 지인 친구에게 토로한다.

- 학부모가 그런 말을 하는데 바보같이 그냥 듣고만 있었어? 반격해야지. 자책에 사건을 풀어가지 못하는 또 다른 자책이 더해져 갈수록 바보 같은 느낌이 든다. 모든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꼬여간다. 자신의 무능력을 학부모들에게도 지인들에게도 2차 3차로 거듭 확인받는 동안 우울을 한 없이 깊어진다. 공식적으로 사건화 되면 교육청에서 진상조사도 나올 것이니 우울에 압박이 더 해진다. 숨을 쉴 수가 없다. 정신과 전문의에 의하면 보통은 이 3단계에서 자살을 가장 많이 선택한다고 한다.


4단계) 사건이 접수되면 교육청에서 조사에 착수한다.

- 보통은 사나운 학부모를 진정시키고자 순한 선생님들을 희생량으로 삼아 버리는 게 일반적이다. 그게 가장 간편하고 수월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이 열심히 하시는 건 알지만 사건 처리와 대응이 좀 미숙했으니 다음부터는 주의하세요. 선생님도 억울한건 알지만 그래도 학부모님께 죄송하다고 한마디만 해주세요. 라며 조사를 끝낸다. 아마도 이런 과정에 이슈가 되진 않았어도 꽤나 많은 교육자들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정작 지도가 필요한 가해자에겐 "담당자에게 시정조치를 했으니 다시는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라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가해자는 더 기고만장해져 간섭과 폭언의 수위가 끝도 없이 높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https://v.daum.net/v/20190529044327620



필자는 더 이상의 자살을 막고자
학교 영양(교)사들을 대상으로 멘탈 및 자살예방 교육을 한다.


누구도 요구하지 않았지만 필자가 스스로 교육을 만들어 전국을 순회하며 영양샘을 비롯한 급식 관계자와 만난다. 필자가 경험한 다양한 학교 급식 민원을 스토리로 들려주다가 꽃다운 나이에 생을 마감한 영양사들의 이야기엔 애써 참아보지만 결국 눈물을 흘린다.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

 

강의와 강연은 다르다.
강의는 단순한 사실을 설명하는 것이고 강연은 진실한 울림을 주는 것이다.
강의는 어떤 사실이나 지침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일종의 주입식 교육이다.
강연은 어떤 일에 강연자의 진실한 삶이 포개진 경험과 통찰로 울림과 감동을 주는 것이다.
그 어떤 것도 자신의 삶의 포개지지 않으면 감동을 줄 수 없다.


"급식 민원 발생하면 쫄지 마세요. 여러분들이 잘 못한 게 아닙니다. 제도와 시스템이 잘 못된 겁니다." 이러한 내용을 미리 교육하는 것과 교육하지 않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아이들을 위한 자살 예방교육만 필요한 게 아니라 교직원들을 위한 자살 예방교육이 더 필요한 시대다.


https://brunch.co.kr/@dudnwl/192


교직원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멘탈 교육을 한다. 세상엔 착한 사람,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있어. 나쁜 사람은 착한 사람들을 못살게 굴어. 절대 휘둘리면 안 돼.


https://brunch.co.kr/@dudnwl/174


그러나 아무리 교육해도 개인의 태생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자주 확인한다. 착한 아이들은 늘 자신에게 엄격하기만 하다. 나쁜 아이들은 남탓만 할 뿐 자신에게 한 없이 관대하다. 아이들의 학습지를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심리학의 가장 위대한 결과는 인간의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명제가 자꾸 떠오른다.


https://brunch.co.kr/@dudnwl/158


학교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크고 작은 경험으로 민원 대응력이 길러진 경우도 있지만 운이 좋아 또는 운이 좋지 않아 (민원은 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발생한다. 즉, 내가 잘하든 못하든 생긴다. 모든 경험은 이겨만 내면 나의 강력한 무기가 된다.)  단 한 번의 민원도 경험해보지 못한 선생님들에겐 이런 사례들을 미리 알려줘야 한다.


- 그래야 충격이 덜하다.

- 그래야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위로할 수 있다.

- 그래야 아무도 뒤에서 수군거리지 않고 "결코 선생님 탓이 아닙니다"라고 한마음으로 안아줄 수 있다.




강의를 준비하면서 감정이 흔들린 날이 많다. ppt를 만들다가 눈물이 나서 한참을 울다가 다시 강의 자료를 만들기도 한다. 강의를 듣는 선생님들이 자꾸만 눈물을 훔친다. 강의 도중에는 울지 않으려 혼자 실컷 울고 왔는데 우는 선생님들을 보면 또 동요된다.


사람은 누구나 위기에 몰리면 방어기제를 발동하게 된다. 방어기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마이너스적인 방어요인은 우울-퇴행-자살이다. 한 없이 우울하고 우울해지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숨어서 울다가 자살까지 해버린다. 플러스적인 방어 요인은 타인을 향한 공격이다. 나를 강하게 무장하고 나를 공격한 사람들을 역으로 공격하거나 조금 약해 보이는 엉뚱한 상대를 지목해 공격을 한다. 또라이를 자처하는 것이다. 또라이는 혼자 탄생하지 않는다. 반드시 주변에 1차 가해자가 있다.

 

어쨌거나 잘 못 된 방어기제로 또라이로 성장?한 민원인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어렵지만 성숙한 방어기제로 대응해야 한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상대방이나 나를 함부로 대하지 말고(또라이 & 자살) 스스로를 안아줘야 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부족했던 나를 용서하고 다시 힘을 내야 한다. 그렇게 교육자로서 역량을 키워가는데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럼 그게 내 자존감이란 강력한 방어기제가 된다.




수차례의 민원을 겪으면서 민원을 일으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아픈 영혼들이란 걸 알게 되었다. 살아온 환경을 보면 누군가를 공격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유들이 있었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사랑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내 자존감이 커지고 역량이 커지면 그들을 슬기롭게 안아줄 수 있는 여력도 생긴다. 그렇게 교사들이 진심으로 존경받는 사회를 교사인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더불어 학부모님들도 아이들을 올바른 사회인으로 성장시키기 위한 교육의 가치에 한 마음으로 동참해줘야 한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미래가 암담하다. 아무리 나쁜 행동을 해도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행동의 경계가 없고 선생님들은 민원에 지쳐 아이들의 어떠한 행동에도 오냐~ 오냐~ 하며 상전처럼 모시고 있다가 땡! 하면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런 아이들이 커서 사회 구성원이 되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학교급식 #영양사 #영양교사 #자살 #민원 #총알받이 #급여 #년봉


https://brunch.co.kr/@dudnwl/439

https://brunch.co.kr/@dudnwl/635

강연문의 dudnwl@daum.net 또는 (작가에게 제안하기)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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