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

by 이곰

전에 집 주변에서 여성 전용 헬스장을 본 적 있다. ‘여성 전용’이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생겼고 걸어서 5분 정도 거리라 괜찮겠다 싶었다. 건물이 허름해 시설도 별로일 것 같아 그냥 지나쳤던 곳인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처지가 아니었다. 기억을 더듬어 찾아간 그 헬스장은 ‘여성 전용 헬스장’에서 여성 전용 ‘트레이닝 센터’로 바뀌어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는데 ‘크로스핏, 케틀벨, 역도’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헬스장 내부 모습은 내가 생각하던 일반적인 헬스장이 아니었다. 보통 웨이트 기구가 줄지어 있는데 이곳에는 덤벨, 바벨, 케틀벨, 줄넘기, 크고 작은 볼들이 많았고 처음 보는 이름 모를 기구들도 가득했다. 순간 ‘헬스장이 아닌가?’ 당황했다.


계단에 붙어진 안내판을 다시 떠올렸다. '크로스핏!!!' 여러 운동을 접해본 터라 크로스핏이 어떤 운동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TV에서 남자 연예인이 굵은 줄을 양손으로 흔들고, 근육질 사람들이 무거운 바벨을 들며 괴성을 지르고, 운동이 끝나면 모두 널브러져 숨을 고르는 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가지고 있던 크로스핏 이미지였다.


순간 ‘잘못 왔구나’ 싶었다. 뒤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며 머뭇거리는데 상담 담당자와 마주쳤다. 건강한 미소로 맞이하는 모습에 그냥 돌아가기가 애매해 상담이나 받아보기로 했다. 상담자는 사람들이 흔히 크로스핏을 과격한 운동, 젊은 남성 중심 운동으로 생각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개인 체력과 상태에 맞춰 프로그램과 무게를 조절하면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1회 체험 수업도 가능하니 참여해 보라고 권했다. 결국 체험 수업에 참여하기로 했다.


나를 제외한 거의 모든 회원이 20~30대로 보였다. 또래가 없다는 사실만으로도 어색하고 위축됐다. 나이 든 사람이 없다는 건 따라 하기 어렵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이미 운동은 시작됐다. 기본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한 뒤 ‘와드(WOD)’라고 불리는 그날 운동을 따라 하기 시작했다.


10개월 전 일이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첫 수업의 기억은 정확하지 않다. 1시간 내내 숨이 차고 몸은 무거웠고 마지막에는 정신이 몽롱했던 느낌만 남아 있다. 코치가 보여주는 동작을 어설프게 따라 하며 종이 인형처럼 흐느적거렸던 것 같다. 수업이 끝났을 때 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고, 끙끙거리며 계단을 겨우 내려갔다. 인생에서 가장 땀을 많이 흘린 시간이었다.


그런데 그 상태로 계단을 내려오면서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 2회로 등록할까, 3회로 등록할까?'

절대 못 할 것 같던 동작도 얼추 흉내는 낼 수 있었고, 나보다 훨씬 나이 어린 사람들과 운동하는 것도 생각보다 어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 상태에 맞게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상담자의 말이 실제 수업에서 가능하다는 걸 느꼈다.


‘일단 한번 해 보자’라는 마음으로 쉰을 넘긴 나이에 크로스핏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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