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핏을 하다 보면 혼자 할 수 있는 와드(Workout Of the Day)도 있지만 파트너와 짝을 이루어 2명이 함께 하는 와드도 많습니다. 혼자 하는 와드는 나의 체력과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해도 되지만 파트너가 있는 경우는 상황이 다릅니다. 요즘 MZ세대는 운동이 끝난 후, 보드 판에 적혀있는 본인 기록을 사진으로 찍어갑니다. 이유가 궁금해서 물었는데 SNS에 올리기도 하고 개인 기록 점검을 위해서라고 합니다. 저와 한 조가 되면 기록이 떨어질 거고 그런 상황을 좋아할 리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드니 MZ세대와 한 조가 되는 게 부담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저와 짝을 이루어 와드를 수행할 동년배가 없는 상황이라 처음에는 난감했습니다. 그래서 나이가 젊은 파트너가 배정되면 와드가 끝난 후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저 때문에 기록이 떨어졌을까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여러 MZ세대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나의 생각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것처럼 기록이 중요한 친구들도 물론 있었지만 '오운완' 차원으로 기록을 찍어가는 이도 있었습니다. 여기서 오운완이란 ‘오늘 운동 완료’라는 뜻으로 그날 운동 기록을 찍고 함께 운동한 이들과 사진을 찍는 겁니다. 놀이처럼 오운완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젊다고 체력이 저보다 모두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친구들은 저와 운동을 하는 걸 불편해하지 않았습니다. 나이가 많다고 무조건 주눅 들 필요는 없었던 겁니다. 그리고 제가 미안하다고 하면 도리어 아니라고 손사래를 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나이 차이 많은 MZ세대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게 편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동년배와 무언가를 할 때도 장단점이 있듯이,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이와 함께 할 때도 일장일단이 있을 뿐입니다. 이걸 인정하고 들어가야 그들과 친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무리해서 그들과 친해지려고 하면 상대방은 불편할 게 당연합니다. 예를 들면, 직장생활을 할 때 국장이 신입사원에게 편하게 점심 한 끼 하자고 제안합니다. 제안하는 국장은 편할지 몰라도 받아들이는 신입사원이 편할 리 없습니다. 저 또한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나이 차이에서 오는 간극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오운완 세리모니를 할 때 제가 있으면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같이 운동한 친구들이 여러 번 사진 찍기를 권했지만 개인적으로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그게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와드를 끝낸 후 어느 정도 쉬고 나면 가능하면 짐에서 바로 나옵니다.
나이가 들면 입을 닫고 지갑을 열어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저도 짐에 이벤트가 있을 때 이것저것 챙기곤 합니다. 그런 것에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깊게 감사함을 표하는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그동안 MZ세대에 대한 편견이 나도 모르게 꽤 깊었구나 반성했습니다.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어떤 식으로 소통해야 하는지도 배우고 있습니다. 좋은 경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