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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부코치 Nov 10. 2017

Y군 이야기_풀스토리

성적 역전 스토리

Y군이 나를 찾아온 것은 2015년 7월, 중학교 1학년 여름 때의 일이다. 아직은 초등학생 티를 벗지 못한, 앳된 얼굴의 해맑은 아이. 공부보다는 놀기를 좋아했고 학습실에서 10분을 진득하게 앉아 있기가 힘든, 개구쟁이 학생이었다. 


장난치고 어리기만 할 것 같던 Y군이 이제는 자라난 키만큼 성적도 훌쩍 높게 받아왔다. 이번 시험 주요 과목 평균이 85점. 남들이 보면 그저 평범한 점수, 수학과 과학 정도만 조금 잘해 보이는 성적표이지만, 이 성적표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2년의 기다림, 8번의 시험 끝에 평균 80점을 넘긴 Y군의 성장 스토리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Y군의 성장 스토리


Y군이 받아온 평균 85점은 그저 평범해 보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Y군의 국어는 29점에서 87점으로 상승했고, 수학은 56점에서 91점으로, 영어는 46점에서 81점으로, 과학은 48점에서 89점으로, 역사는 43점에서 89점으로 상승했다. 


중학교 1, 2학년 기간 중, 주요 과목 대부분이 40~60점 사이를 오고 갔던 Y군이 드디어 대부분 과목에서 80~90점대 점수를 받으며 평균 85점을 받았다는 사실. 과목 하나하나를 들여다보면 그 노력이 대견하고 값지다.


Y군의 중학교 1학년 2학기 중간고사 성적은 평균 49점이었다. 대부분의 과목이 50-60점대였고 국어는 29점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국어 실력은 다른 과목에 영향을 준다. 국어적 이해가 어려울 경우, 수학, 영어, 사회, 과학 등의 교과서나 참고서를 읽어도 이해의 속도가 느려지는 경향이 있는데, Y군도 글을 읽고 이해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시간을 투자해도 투자한 시간만큼 성적은 따라오지 않았다.


Y군에게는 학습실에서 앉아 있는 시간 자체가 고역이었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집중하며 공부하는 환경 자체가 낯섦이었다. 매일 플래너를 쓰면서 공부하는 연습, 한 달 계획인 텀스케줄을 작성하는 연습, 연간 계획을 그려보는 연습 등 Y군이 새롭게 익혀야 할 공부 습관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공부 습관부터 하나씩 익혀 갔다. 적어도 공부할 때는 장난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그러나 그런 기간도 잠시, 까불기를 좋아하는 Y군의 장난은 수위를 넘어설 때가 많았고 자주 원장실에서 주의를 받곤 했다.



특단의 조치


Y군의 성적은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으나, 앞으로 갈 길은 너무나 바빠 보였다.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가는 누나와 달리, Y군은 질풍노도의 중2병으로 향해 가고 있었다. 중학교 2학년을 앞둔 겨울방학, 원장은 특단의 조치를 내리게 된다. 북한군도 무서워한다는 중2 Y군의 학습 습관을 잡기 위해, 담당 선생님을 원장으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Y군, 우리에게는 오직 공부만 있을 뿐이다. 스파르타.”


학생을 담당할 때는 항상 사명감을 가지게 된다. 이 아이를 반드시 변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성장시켜야 한다는 공부코치로서 사명감.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이라면 누구나 이런 사명감으로 살아갈 것이다.


Y군의 마음을 어떻게 움직일 수 있을까. Y군을 살펴보았다. Y군의 집은 대가족이다. 공부에 관심이 많으신 할아버지의 보살핌 속에 요즘은 보기 드문 삼 남매 집. Y군은 집안의 장손으로서, 멋진 아들로서 커가기를 바라는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 Y군이 공부를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공부를 하는 이유. Y군의 마음을 움직인 건 바로 이런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이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Y군 스스로도 멋진 손자, 아들이 되겠다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가족들이 Y군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듯, 나도 항상 Y군이 할 수 있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공부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시련


성적은 마음처럼 한 번에 오르지 않는다. 한 과목이 오르면 한 과목이 내려가고, 다른 과목이 오르면 또 다른 과목의 점수가 정체된다. 공부를 시작하면 성적이 폭발적으로 오를 것 같은데, 그 마음은 굴뚝같은데, Y군의 성적은 드라마틱하게 폭발하지 않았다. 오히려 정체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학생의 의지가 꺾이지 않을까 나의 마음은 초조해져 갔다.


마음고생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은 아마 Y군의 어머니일 것이다. 나에 대한 믿음으로 삼 남매를 모두 맡기고 계셨는데, 막상  Y군의 성적이 마음처럼 오르지 않았으니, 그 안타까움과 걱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여러 시련에도 불구하고 나는 성진이가 성장할 것이라고 믿었다.  Y군의 학습 태도가 조금씩 변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부하는 절대 시간이 늘어났고, 늘어나는 양적 시간 속에서 집중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었다. 2016년 겨울과 2017년 겨울 때 공부한 과목 수, 양을 놓고 비교해 봐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이런 변화는 시나브로 서서히 찾아온다. 화려하진 않지만, 하루하루 공부에 정진한  Y군은 가랑비에 젖어들 듯 그렇게 조금씩 변화해 갔다.


 

사회 100점


장기간의 공부 여행에서 아이들을 지탱해 주는 모멘텀이 있다는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Y군을 이끌어 준 모멘텀은 바로 사회였다. 2학년 1학기, 운이 좋게도  Y군은 사회에서 100점을 받게 된다. 당시 사회 시험공부를 많이 하고 갔는데,  떡하니 사회를 100점 받게 된 것이다. 시험에서 100점이라는 것. 시험이 쉽고 어렵고를 떠나서 평소 100점과 거리가 멀었던  Y군에게는 엄청난 자극제와 촉진제가 되었다.


“나도 공부하면 100점을 받을 수 있구나.”


자신감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중요한 요소다. 하면 된다, 한만큼 결과가 나온다는 확신은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며 공부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 Y군에게도 사회 100점은 좋은 재료가 되었다. 성적이 정체되고 오르지 않더라도, 어떤 과목이든 노력을 하면 사회처럼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되었고 그럴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사회 100점은 적절한 시기에 터진 잭팟과도 같은 역할, 우리가 공부라는 긴 여행을 하면서 적절히 쉬어갈 수 있도록 오아시스와 같은 역할을 했다.


그러나, 아무리 사회를 100점 받아도  Y군의 평균은 겨우 70점을 넘겼다는 사실. 비밀 아닌 비밀이다. 그만큼 다른 과목들은 여전히 40-50점대에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과학 96점


2학년 2학기가 되자 이번에는 과학 96점을 받아오게 된다. 이때도 시험 평균은 62점을 받게 되었는데, 국어 42점, 역사 43점이 평균을 다 깎아 먹었다. 아직은  Y군에게 주요 과목 모두를 잘 본다는 것은 무리가 있는 목표였다. 다행히 과학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고 과학 공부를 어려워하지 않는 마인드가 생기게 된다. 아이러니한 것은 중간고사에서 96점을 받았던  Y군의 과학이 기말고사에서는 48점을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떻게 곤두박질을 쳐도 이렇게 곤두박질 칠 수가 있을까? 불가사의한  Y군의 성장 스토리는 계속 이어진다.



수학 85점


사회와 과학은 한 번씩 높은 점수를 받게 되자 자신감이 생겼는데, 56점을 받던 수학은 좀처럼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60-70점대에서 머무르던 수학이 드디어 80점대로 올라서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는데, 그때가 2학년 2학기 기말고사다. 공부를 제대로 하기로 마음먹고 난 후, 꼭 1년 만이었다.


수학은 저학년 때 잡아 놓지 않으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보충해야 할 개념과 공식이 많아지기 때문에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과목이다. 함수를 예로 들어보면, 초등학교 때 비례가 중1 때 순서쌍으로, 중2 때 일차함수, 중3 때 이차함수로 점점 영역을 확대해 가는데, 학년이 갈수록 기초 없이 할 수 없는 과목, 이런 과목이 수학이라는 과목 되겠다. 그러니 가급적 어릴 때 잡으면 잡을수록 좋다.

 

다행히  Y군은 중2 1학기부터 수학 공부에 적극성을 띄어주었고, 2학년이 마치기 전에 수학은 꼭 한번 80점 내지 90점을 받고 싶다는 목표를 세우게 된다. 나 또한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었는데, 그 마음을 알았는지 찰떡같이  Y군은 2학년을 마무리하면서 85점을 받아 온 것이다. 덕분에 그 기세를 몰아서 3학년 올라가기 전 겨울방학 동안 수학 공부를 신나게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3학년 1학기 수학 성적은 썩 좋지가 못했다. 원인을 분석하고 올바른 처방을 내려 학생을 이끄는 것이 공부 코치의 임무. 겉으로 멀쩡해 보이던  Y군에게 어떤 문제가 나타난 것일까?



시험 기간에 PC방을 가다


2학년을 지나오면서 어느 정도 공부 습관이 갖춰졌다고 생각했는데,  Y군은 3학년이 되자 나의 눈을 피해가며 친구들과 PC방을 다니게 된다. PC방. 학생들의 사교의 장이다. 24시간 공부만 할 수 없는 노릇이니, 때로는 운동도 하고 게임도 하며 그렇게 여가를 즐기는 것이 바람직한 학생의 모습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짓말을 했다는 데 있다.


더군다나 시험이 코앞인 상황에서도 수행 평가를 핑계로 PC방을 들렀다가 공부를 하러 오는 상황. 나는 이미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Y군 스스로 자신의 상황을 털어놓을 때까지 묵묵히 기다려 줬다.


다행스럽게도  Y군에게는 동생 Y가 있었습니다. Y는 형과 같은 중학교에 배정을 받으면서 등하교를 형과 함께 했는데,  Y군이 옆 길로 빠질 때마다 동생은 형을 위한 마음(?)으로 나에게 제보를 해주었다. 어찌 보면  Y군은 공부를 하기에 참 좋은 가족적 환경을 두고 있었던 셈이다.


다그친다고 아이들은 게임을 중단하지 않는다. 스스로 깨달을 때 원래의 궤도로 돌아온다.  Y군과 대화를 나누었다. 다시금 자신의 목표를 가다듬었다.  Y군의 방황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기다려주는 부모님, 항상 믿어주는 공부코치가  Y군 옆에 있었다.



국어 87점


 Y군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가장 난감했던 과목이 국어다. 자습서를 3번을 보고 가도, 5번을 보고 가도  Y군 점수는 항상 50점 전후에 머물렀다. 무엇이 문제일까. 3학년이 되어서도 국어 점수가 바닥을 벗어나지 않으니, 공부코치로서 참 답답한 심정이었다.


첫 번째 문제점이 밝혀졌다. 국어를 공부할 때 유독 오답정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성적이 올라가는 원리는 간단하다. 아는 것을 반복 공부할 것인가, 모르는 것을 보충 공부할 것인가. 정답은 후자, 모르는 것을 보충 공부하는 것이다. 우리가 70%를 알고 있는데 70%를 반복 공부해서 시험을 보러 간다면, 우리는 아마도 70점을 받을 것이다. 반대로 모르고 있던 30% 중 20%를 보충 공부하고 시험을 보러 간다면, 총 90%를 알게 되었으니 90점을 받게 된다. 이런 원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Y군인데, 국어에서는 실천이 되고 있지 않았다.


두 번째 문제점은 수업 시간에 있었다. Y군과 수업 시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수학 시간은 재밌게 잘 듣고 필기도 잘 하는데, 국어 시간에는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방한 것이 수업리뷰노트이다. 이것은 넛지와 같은 것이다. 수업리뷰노트를 작성하려면 수업을 일단 들어야 하고, 꼼꼼히 작성하려면 잘 들어야 하는 원리가 숨어 있다.


나는  Y군이 정말 국바(국어 바보)인가 싶어 참 많은 고민을 했다. 우리  Y군은 3학년 2학기 기말고사에서 자신이 국바가 아님을 87점으로 증명했다.



3학년 2학기 기말고사 주요 과목 평균 85점


국어까지 끌어올려놓고 나니, 드디어  Y군의 주요 과목 평균이 85점이 되었다. 참 기나긴 여행이었다. 29점을 받던 국어는 87점으로, 56점이던 수학은 91점으로, 한 때 46점까지 추락했던 영어는 81점으로, 과학은 89점, 역사는 89점을 이번 기말고사에서 받아왔다.


국어 29점 -> 87점

수학 56점 -> 91점

영어 46점 -> 81점

과학 48점 -> 89점

역사 43점 -> 89점


주요 과목 평균 85점. 누구에게는 참 평범한 점수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Y군에게 평균 85점은 얼마나 값진 것일까? 시험이 끝날 때마다 하교하기가 무섭게 나에게 전화와 문자가 왔다. 저 수학 90점 넘긴 거 같아요! 저 국어 80점 넘었어요! 저 역사 85점 넘어요!


 Y군의 성적표에 누구보다 기뻐한 사람은 어머니도 아닌, 원장도 아닌,  Y군 자신이었다. 스스로의 노력에 대한 뿌듯함, 기쁨, 자신감 이 모든 것이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Y군을 이끌고 있다.


고등학교 입학까지 4개월이 남은  Y군. 만약  Y군에게 중학교 생활이 1년 더 있었다면  Y군은 분명 평균 90점을 넘겨 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의 중학교 생활은 없고 대학 입시를 치르는 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고등학교 3년이 남아 있다.


Y군은 분명 더 발전할 것이다. 오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Y군의 모습이  Y군의 미래를 알려준다. 오늘의 성공수기가 끝이 아닌 시작임을, 내년에 또 내후년에 여러분들에게 알려드리게 될 것이다.

 

고생했다,  Y군. 장하다,  Y군.



※ Y군 이야기_목차

1화 - 2년의 기다림 그리고 결실
2화 - 특단의 조치
3화 - 시련
4화 - 사회 100점
5화 - 과학 96점 + 수학 85점
6화 - 시험 기간에 PC방을 가다
7화 - 국어 87점
8화 - 주요 과목 평균 8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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