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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하당 Nov 28. 2021

욕심 버리기

두 번째 디자인 미팅

두 번째 디자인 미팅 전, 보다 상세한 공간 디자인을 위해 가구 및 가전제품의 크기를 측정했다. 불필요한 짐은 최대한 만들지 않으며 살아왔다고 자부했었는데 웬걸, 막상 돌아보니 어찌나 불필요하게 많이 가진채 살고 있는지. 좀 더 비워야지 하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더 작고 예쁜 가전제품으로 '바꿔야지' 하는 마음이 함께 생겨나는 걸 보면, 검소와 절약의 미덕이 얼마나 이루기 어려운 것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어쩌면 애초에 이렇게 넓은 집으로의 이사를 계획하고 있으면서 검약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일지도 모르지만.


첫 번째 디자인 미팅에서는 진짜 우물마루(난방이 되지 않는)가 근사하게 깔린 공간을 가지고 싶다는 나의 욕구가 누마루라는 형태로 현실화되었었는데, 두 평 정도 되는 공간을 이렇게 써버리고 나니 남은 실내 면적이 부족하여 옷방이 마냥 좁게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이 안은 누마루 방향에 다층 건물이 한 채 있어 생각보다 전망이 좋지 않겠다는 것과, 그래도 옷은 좀 넉넉하게 수납하고 싶다는 생각에 폐기되었다.

평면대안#4, 선한공간연구소

그러한 욕구가 적나라하게 반영된 새로운 평면대안 중 하나. 미팅 당시만 해도 이 안이 '나름' 괜찮다고 생각했었는데, 같은 주 주말 고궁에 가을 나들이를 갔다가 문득 마음속에 자꾸만 남던 앙금의 정체를 깨닫게 되었다.


한옥으로의 이사라는 거대한(?) 결심을 했음에도 욕심을 버리지 못한 결과, 멀쩡하던 집이 졸지에 바닥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도, 아무 생각 없이 볕바라기 할 수 있는 대청도 없는 궁색한 공간이 되어버렸다는 걸 마음속으로는 이미 느끼고 있었기 때문. 하루 종일 옷방에 들어가는 시간이라고 해봐야 10분 남짓일 텐데 대체 그놈의 '드레스 룸'이 뭐라고.


이 날의 미팅은 1. 누마루가 없어지더라도 쪽마루는 빛을 많이, 또 가능하면 오래 받을 수 있는 곳에 설치했으면 좋겠다, 2. 옷방의 크기를 줄이더라도 바닥에 뒹굴뒹굴할 수 있는 널찍한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정도의 과제를 남긴 채 역시 매우 늦은 밤이 되어 끝이 났다. 결국 문제는 집이 좁아서도, 낭만이 부족해서도 아니다.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내 마음이지.  


2021.05.21. 삼청동 한옥 매매 계약

2021.06.07. 설계예비계약: 선한공간연구소

2021.08.07. 정든 집을 떠나 사택으로 이사

2021.08.18. 측량일, 사전 미팅(1)

2021.09.02. 사전 미팅(2)

2021.09.06. 설계계약: 선한공간연구소

2021.09.30. 삼청동 한옥 중도금 지급 완료

2021.10.08. 첫 번째 디자인 미팅

2021.10.20. 가구 가전 사이즈 조사
2021.10.22. 두 번째 디자인 미팅


예전 우리 집 거실, Olympus OM-1/Poolar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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