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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카페에서 책 읽기 Jul 22. 2016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누가 모자장수를 미치게 하는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

누가 모자장수를 미치게 하는가?

함의와 은유로 이루어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작품 자체가 영감의 순례지이다.

특히나 이 작품의 일러스트는 존 테니얼의 초판 이후 무수한 창작자들이 변주해왔다. 작품 속 언어유희는 캐럴이 살던 빅토리아 시대의 이슈나 유행과 관련된 말장난이다. 때문에 현대의 독자들은 캐럴의 의도대로 깔깔대며 웃어대기보단 모호한 인상을 받는다. 그럼에도 캐릭터마다의 기발함은 언어를 초월한 매력을 드러낸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누가 모자 장수를 미치게 하는가? https://brunch.co.kr/@flatb201/7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신경쇠약 직전의 소녀 https://brunch.co.kr/@flatb201/233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빈티지 앨리스 1 https://brunch.co.kr/@flatb201/23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빈티지 앨리스 2 https://brunch.co.kr/@flatb201/235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빈티지 앨리스 3 https://brunch.co.kr/@flatb201/236




미치광이 모자장수들

회중시계를 든 하얀 토끼, 하트의 잭과 카드의 여왕, 공작부인과 돼지, 체셔 고양이.

우위를 가릴 수 없는 매혹적인 캐릭터 중 ‘미치광이 모자장수 Mad Hatter’가 주관하는 티 파티는 특히나 인기 높다. ‘모자장수처럼 미친 Mad As Hatter’이란 관용어구는 당대의 언어유희를 역파생시켰다.

모자장수는 3월의 토끼, 산쥐와 함께 24시간 티 파티 중이다. 이들은 설거지할 틈도 없어 테이블에 세팅된 빈자리를 돌며 차를 마신다. 언제나 여섯 시의 티 파티에 갇혀있는 것은 징벌이다. 모자장수가 부른 엉망진창 박자의 노래가 시간을 죽였기 때문이다. 당시의 언어유희로 캐럴이 의도한 ‘시간을 죽이다’는 ‘박자가 엉망이다’라는 뜻의 속어라고 한다.

티 파티 멤버 ‘3월의 토끼’. 머리 위 지푸라기는 이 토끼가 미친 상태라는 걸 의미한다. 표정이 정말 심상치 않다...
존 테니얼이 그린 초판 중 ‘미치광이 티 파티’와 ‘모자장수’
티팟에 조그만 산쥐를 넣어 기르던 빅토리아 시대 풍습을 패러디한 것이다.


빅토리아 시대는 근대화로 인한 부강함만큼 어두운 사회문제에 시달렸다. 디킨스의 소설에 세밀하게 묘사된 아동 노동, 산업재해는 이 시대의 일상이었다. 공장제 기계들의 대량 도입과 함께 검증되지 않은 화학제도 무분별하게 남용되었다.

당시 대중적으로 소비된 모자의 원료는 가공 시 수은을 사용하는 펠트였다. 장기간의 수은 노출은 팔, 다리가 뒤틀리고 인지능력이 소실되며 정신이상으로 인한 사망을 초래했다. 현재까지도 대표적 산재인 수은 중독을 20세기 초의 모자장수들은 피해 가지 못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모자 장수의 광기도 여기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근대 서양 예복 속 모자

한때 젠틀맨이라는 단어에 ‘실크햇 자동 연상되던 것처럼 유럽 포멀 수트에서 모자를 빼놓을  없다.

넓고 넓은 복식사의 세계에서 남성복은 유행에 보수적이다.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며 기능성이 첨가되긴 했지만 근대 이후 포멀 수트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없었다.

그럼에도 어느 시대나  발자국 도드라진 패션 피플이 있다. 왕관 대신 심슨 부인을 선택한 그분, 세기의 로맨티시스트로 포장된 철부지 왕족 윈저 공처럼 말이다. 본인의 매력을 스스로도  알고 있던  왕자는 심미안도 뛰어났다. 가풍만큼이나 보수적 스타일을 수호한 선대에게 종종 개성을 드러낸 캐주얼로 반항하곤 했다. 졸지에 왕위를 떠맡은 동생 조지 6세가 울며불며 전시 상황을 진두지휘 하는 동안 독자적인 타이법-윈저 노트나 만들며 예쁨예쁨이나 뽐내는  편한 인생을 산다.

스타일만큼은 끝내줬던 진상커플 윈저 공과 심슨 부인
윈저 공을 대신해 왕위를 계승한 조지 6세


남성 복식의 정석을 다진 윈저 공의 패션 감각은 조부인 에드워드 7세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파격적 유행 선도를 즐겼던 에드워드 7세는 ‘세계에서 가장 큰 옷장을 가진 왕’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로 뛰어난 패션감각을 뽐냈다. 로열 패피답게 다른 사람이 따라 입으면 완전 짜증 내고 신하들 옷차림까지 매번 지적질한 피곤한 상관이었지만 스타일만큼은 독보적이었다. 스포츠 레저룩, 세일러복, 트렌치코트 등 그의 아이템은 언제나 트렌드가 되었다.

유럽 상류층의 구시대 관습 중 자리에 앉을 때 재킷의 마지막 단추를 풀었다 일어설 때 다시 잠근다. 대식가에 뚱보라 별명도 Tum Tum Edward였던 에드워드 7세는 배가 나와 답답하자 베스트의 마지막 단추를 항상 풀러 두었다. 이마저 스타일로 오해한 신하들로 인해 폭풍유행되었다고 한다.

유럽 근대 복식사에 화려한 배리에이션을 구사한   왕족포멀 수트에 있어선 정석을 따랐다. 현대에 이르러 화보 코스튬 취급을 받는 남성 모자이지만 세계대전 전후까지 각종 예복용 모자가 넓게 쓰였다.

단추 풀러야 편한 이 기분..  너무 이해하겠는.




20세기 모자, 그때그때 달라요.

서양식 포멀 웨어에는 보통 세 가지 타입의 모자를 썼다.

우선 실크햇 Silk Hat. 비단으로 만든 이 모자를 씀으로써 예복이 완성된다.

당연히 최상위 예복인 모닝코트, 연미복에 착용했으나 점차 생략되거나 중산모, 중절모로 대체된다.

정통 행사에는 반드시 실크햇을 쓴다.
모닝코트에 실크햇 착장한 왕실 3세들. 모닝코트 착장 시 베스트는 셔츠와 같은 색이어야 하지만 결혼식 참석용이라 컬러로 포인트 준 듯
실크햇 쓴 윈저 공. 아..정말이지 이 왕자님의 물샐 틈 없는 패션감각이란..
세련된 핏으로 개량되긴 했지만 전형적인 20세기 초 코스튬


중산모 Bowler Hat는 정수리가 둥글고 좁은 폭의 테가 말려 올라간 스타일이다.

중산모 역시 에드워드 7세가 유행시킨 것으로 도입기에는 함부르크 모자로도 불렸다. 중산모와 중절모 모두 둥근 테가 달린 펠트 모자이다. 둘의 차이는 챙의 폭과 정수리 모양으로 구분되는데 소재가 부드러운 펠트였기에 다양한 모양을 만들 수 있었다.

Cavalry Sunday Parade. 중산모와 우산이 이 퍼레이드의 시그니처이다.
퍼레이드에 행차하는 윌리엄, 해리 왕자. 역시 중산모를 착용하고 우산을 들고 있다.
시그니처로 중산모를 즐겨 그린 르네 마그리트 Rene Magritte


중절모 Soft Felt Hat는 가장 대중적으로 쓰던 것으로 꼭대기가 푹 파여 있고 테 역시 챙을 유지하지는 스타일이다. 페도라 역시 중절모의 일종이다.

오오..꼬꼬마 주제에 미친 포쓰. 언론플레이에 능했던 처칠은 시그니처도 적극 활용했다.


파나마모자 Panama Hat는 식물 줄기로 엮은 캐주얼한 예복용 모자이다.

주로 더비 경마장 같은 야외 행사에서 많이 썼고 여름 예복용 모자로 쓰이다 사라진다.

중절모와 같은 형태지만 식물 줄기로 엮어 만든다.
이것도 밀짚으로 엮긴 했지만 더 납작한 스타일상 보트 햇으로 불린다.





@출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Lewis Carroll, 1865)

금성 칼라명작 소년소녀 세계문학 2권 영국 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금성출판사, 1979, 번역 김재영, 일러스트 야구루마 스즈시 矢車 凉)

주석으로 읽는 앨리스 (The Annotated Alice, Martin Gardner, 북폴리오, 2000, 번역 최인자, 일러스트 존 테니얼 John Tenn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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