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시간
누군가 정신과 약의 특징을 묻는다면, 난 이렇게 답할 것이다.
모든 정신과 약이 그렇진 않겠지만, 적어도 내가 먹어본 약들은 효과를 보려면 최소 2주에서 최대 3달까지도 걸렸다고 말이다.
잘 맞는 사람은 부작용이 없는 경우도 있지만, 그때의 나에겐 부작용이 꽤나 심했다고 말이다.
(물론, 지금은 잘 맞는 약을 찾아서 졸리지도 않고 멍하지도 않다. 약을 찾는 과정에서 조금 험난했을 뿐이다.)
내가 병원을 한 달 만에 갔다는 것은, 그동안 약을 복용하지 않았다는 것과 같고.
약 효과를 보려면 또다시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남자친구와 서로 집에 가며 인사를 하고 헤어진 뒤, 집에 도착한 나는 자기 전 약을 먹었지만, 잠들지 못했다.
밤 11시, 새벽 1시... 새벽 4시.
눕기만 하면 그날의 수많은 걱정들이 우르르 내게 쏟아졌다.
다음날 있을 업무, 또다시 병원에 간다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남자친구의 굳은 표정, 내가 나 스스로를 버렸다는 자괴감 등.
부정적인 생각들이 끝없는 우주처럼 내 머릿속을 채워나갔다.
나는 약 효과가 나타나 바로 잠들 수 있을 때까지, 매일 밤을 지새우다 해가 뜰 무렵에서야 간신히 잠들었다.
약의 부작용인 오전시간대의 졸림은 약이 늘었기에 더 심해졌는데, 난 밤에 잘 수가 없었다.
항시 수면부족 상태였다.
졸리고 멍한데 업무가 잘될 리가 없었고, 밤마다 또다시 우는 일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난 약을 계속해서 챙겨 먹었다.
회사에서는 손목이 약해 챙겨 먹는 약이라고 둘러대며, 계속 약을 먹었다.
언젠간 이 모든 것이 나아지길, 꿈처럼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그렇게 약을 먹으며 버티다 보니, 절대로 오지 않기를 바라던 팀장님의 퇴사날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