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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리드리머 Jun 20. 2024

한국 vs 치앙마이, 10대의 일상

뭐가 달라졌을까


한국에서의 일상


 아이들에게 정해진 일과는 주 2회 화, 목 5시 '수영'과 금요일 방과 후인 '바이올린'이 두 가지였다. 학교에서 가장 늦게 오는 날은 바이올린을 하는 금요일로 거의 4시가 되어 끝났고, 그 외에는 6교시하는 날 2:30에 수업이 끝났다. 아이들이 원하지 않아 수학이나 영어학원은 다니지 않았다. 내가 억지로 시키는 건 수영 하나면 충분했다. 2023년 치앙마이 오기 전, 아이들의 일상을 떠올려봤다. 


1호 / 초6 (2023년 기준)

기상 7:30 / 취침 9:30

수학문제집 1시간 / 한글독서 1시간 / 영어청독 30분~1시간 / 영문법 (천일문) 30분 / 넷플릭스 시청 1시간 


2호 / 초4 (2023년 기준)

기상 7:30 / 취침 9:30

수학문제집 30분 / 한글독서 30분~1시간 / 영어청독 30분 / 영어리딩서(브릭스) 20분 / 영문법 (혼공) 30분 / 넷플릭스 시청 1시간 


 아이들이 했던 것을 적어보니 개수로는 2호가 더 많은 것 같지만, 매일 한 것은 2~3개 정도다. 영문법은 국제학교 입학을 앞두고 새로 시작했고, 2호는 영어책 대신 브릭스 지문 한 개 읽는 것을 택했다. 일상에서 할 것들을 항목만 정해주고 언제, 얼마나 할지, 말지는 아이들 스스로 정했다. 내가 강조한 것은 수영과 독서뿐. 한글이든 영어든 상관없이 독서만큼은 매일 하는지 확인했다. ISTJ인 1호는 스스로 계획한 것을 알아서 하는 전형적인 모범생 아이라 내가 개입할 필요가 없었고, ENFP인 2호는 하라고 해도 하지 않는 아이였기에 독서 외에는 괜히 힘을 빼지는 않았다. 매일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와의 관계유지라고 생각했다.


 학원을 다니지 않아 다른 아이들보다는 루즈한 일상을 보냈던 아이들이다. 스마트폰은 집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았고, 유튜브가 보고 싶을 땐 어떤 것을 볼지 확인 후 아이패드로 시청했다. 가족 모두가 거의 거실 생활을 하는 스타일이라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늘 함께 있었다. 스마트폰 게임은 하지 않았고 주말마다 1시간 정도 닌텐도 게임을 즐겼다. 아이들이 이 규칙을 지키는 게 신기하다는 지인들도 있었지만 어릴 때부터 지속했기에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일이었다. 남는 시간에는 만화책을 읽거나 보드게임을 했고, 아이 둘 다 베이킹에 빠져 유튜브를 보면서 엄마아빠 도움 없이 둘이서만 빵 만드는 시간을 좋아했다.




국제학교에서의 일상


 치앙마이에 와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기상시간이다. 한국에서는 수업시작이 9시인데, 이곳에서는 8시에 시작이다. 6:30에는 일어나야 했다. 하교시간도 한국보다 늦은 오후 3:30(프라이머리)과 4시(세컨더리). 학교에 있는 시간이 꽤 긴 편이다. 세컨더리가 4시에 끝나다 보니 2호는 늘 언니를 기다려야 했다. 초반에는 내가 일찍 가서 같이 기다렸지만, 1학기 상담 후에는 도서관에서 기다리도록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이 매일 8시간. 집에 오는 차 안에서 2호는 거의 매일 잠이 든다. 


 프라이머리 Year6의 일상을 보면 아래와 같다. (글씨가 작아서 궁금하신 분은 확대해 주세요.^^;)

프라이머리 Year6 시간표

  

 프라이머리의 수업시수를 보면 영어(5), 수학(5), IPC(3), 언어(영어 3) 과학(2), 컴퓨터(2), 체육(2), 태국어(2), 음악(1), 미술(1), 드라마(1), 도서관(1), PSHEE(1)다. 쉬는 시간은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그리고 점심시간이 전부다. 수업시간대비 쉬는 시간이 적어 힘들겠다 싶었는데 아이는 크게 힘들어하지 않았다. 3~4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을 제외하고는 쉬는 시간에 무조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 학교 내 매점에 가기도 하고 건물 밖 놀이터에서 놀며 시간을 보낸다. 시간표에 비어있는 오후 2:30부터는 방과 후 수업이다. 무료로 선택할 수 있는 수업은 미술, 프랑스어, 보드게임, 기타, 신문, 합창 등이 있고, 비용을 지불하고 하는 수업에는 남녀농구(팀), 남녀축구(팀), AI 관련 등 몇 가지가 있다. 금요일 골든타임인 15~20분가량을 제외하고는 휴대폰 사용은 불가다. 




세컨더리 Year8의 일상을 보면 아래와 같다. (글씨가 작아서 궁금하신 분은 확대해 주세요.^^;)

세컨더리 Year8 시간표


 세컨더리의 수업시수를 보면 영어(6), 수학(5), 과학(4), 프랑스어(4), 컴퓨터(3), 역사(2), 지리(2), 미술(2), 체육(2), 태국어(2), 음악(1), 드라마(1), PSHEE(1)다. 쉬는 시간은 프라이머리와 같이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그리고 점심시간이 전부다. 세컨더리의 경우 오전 쉬는 시간은 선택으로 건물 밖에 나가기도, 복도에 머물기도 하지만 오후에는 무조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 (3~4월 미세먼지 심한 기간은 제외) 복도에는 바닥에 카펫이 깔려있고 소파가 있어 안락한 느낌을 준다. 세컨더리의 장점 중 하나는 방과 후 수업이다. 종류가 30~40개나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한 텀에 5개씩 선택할 수 있다. 세컨더리의 경우 휴대폰 사용이 쉬는 시간에는 불가지만 점심시간에는 허용된다. 


치앙마이에서의 일상


1호 / 중1 (2024년 기준) 

기상 6:30 / 취침 9:30

매주 화요일 피아노 1시간 레슨

독일어 인강 20~30분 / 독일어 영상 보기 30분 / 독서 30분~ 1시간  

일본어 영상 보기 30분~1시간 / 학교과제 / 가끔 수영


2호 / 초5 (2024년 기준)

기상 6:30 / 취침 9:30

프랑스어 영상 보기 30분 / 독서 30분~ 1시간

일본어 영상 보기 30분~1시간 / 학교과제 / 가끔 수영


 학교과제는 있는 날도 없는 날도 있다. 대체로 세컨더리의 과제가 시간이 좀 더 오래 걸리는데 주로 라이팅이었고 ppt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프라이머리의 과제는 리딩지문을 읽은 뒤 문제를 풀거나 수학문제 2장 정도가 전부다. 처음에는 시간이 걸렸는데 갈수록 속도가 붙는다. 매주 금요일마다 10개의 단어 예문을 쓰는 숙제가 있고 시험을 본다. 수영장이 있는 콘도에 살고 있어 초반에는 수영(물놀이)을 주 1~2회 정도 했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줄어들고 있다. 때로는 푸시해 보지만 집순이+몸 쓰기 싫어하는 딸들이라 쉽지 않다. 여기서도 주말엔 닌텐도 게임을 1시간씩 하고, 한국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금, 토, 일 주 3일은 (아이들이 보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드라마를 보거나 가족이 다 같이 한국 예능을 본다. 


 치앙마이 오기 전에 1호는 독일어에 관심이 높았다. 듀오링고로 독일어를 꾸준히 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아이가 원해서 독일어 인강을 결제해 줬다. 국제학교를 다니며 잊고 지내다가 다시 시작해서 매일 조금씩 하고 있다. 2호는 5살 때부터 요리사가 꿈이라 나중에 프랑스에 요리를 배우러 가겠다고 한다. 언니처럼 프랑스어를 듀오링고로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고 있고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도 프랑스어를 선택했었다. Year7부터는 교과 과정에 프랑스어 수업이 있어 기대 중이다. 영어도 처음에 영상을 보면서 습득했던 아이들이라 다른 언어도 영상 보는 걸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페파피그를 독일어, 프랑스어로 시청하고 있다. 





Photo by Fuu J on Unsplash


일상의 변화


 한국이나 치앙마이 어디서든 독서는 같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달라진 건 아이들이 어떤 것에 집중하는가이다. 한국에서는 수학과 영어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1호는 독일어, 2호는 프랑스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건 아니지만 매일 꾸준히 하는 게 목표다. 올해 4월, 한국에 2주 넘게 머무는 동안 코난 만화책을 60권 정도 사줬었는데, 1호가 완전히 매료되어 지금은 일본어까지 빠져든 상태다. 스스로 유튜브로 일본어 배우는 방법들을 검색하고 히라가나를 연습장에 적어가며 공부 중이다. 2호는 언니 따라 덩달아 일본어에 노출이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6학년이다 보니 중등수학 진도를 빨리 빼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아이보단 엄마인 내게 있었다는 게 맞겠다.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하겠다는 아이라 스스로 인강을 보고 문제집을 풀었는데 학원 다니는 아이들에 비하면 속도가 늦었다. 학기당 풀어야 할 문제집이 개념서, 응용서, 심화서, 극심 화서 등 단계별로 많다 보니 아이가 하고 있음에도 더 빨리,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었다. 그런데 치앙마이에 오니 수학은 최상위권이 되었고, 평상시에는 전혀 하지 않고 방학에만 수학문제집을 푼다. 한국을 떠나니 심적으로 수학에서 해방되었다.


 치앙마이에 온 가장 큰 장점을 꼽으라면 매일 '수학처럼 꼭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 아닐까. 해도 해도 끝없는 공부 속에 갇힌 한국의 10대. 학원을 다니며 선행하느라 애쓰며 살아오지 않았음에도 이런 마음인데, 학원 다니면서 숙제하느라 고생하는 아이들은 오죽할까.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벗어나 살아보니 마음이 편안하고 여유롭다. 외국생활의 장점이 이런거구나 싶다. 물론 살면서 치열하게 공부하는 시간이 아이들에게도 꼭 필요하겠지만 내 기준에 초중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저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여유 있는 시간을 즐기며 때로는 심심하게 스스로 탐색하는 시간을 갖고 성장하기 바라는 마음이다. 

                    





대문사진 

Photo by Katarzyna Grabowsk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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