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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Aug 07. 2023

만드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월요안영회 2023

지난 글에서 세스 고딘이 말한 아티스트의 세 가지 기반 중에서 있는 그대로 보는 방법에 대한 글을 썼습니다. 이번에는 두 번째인 만들기에 대해 배운 바를 쓰기로 합니다.


기호화란 무엇인가?

세스 고딘은 만드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는 글의 시작에서 '기호화'를 말합니다.

우리는 기호화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일단 뭔가를 개발하는 방법을 깨닫고 나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기호화는 뭘까요? 네이버 한자 사전을 보니 코딩 자체가 일종의 기호화였습니다. 그렇네요.

그렇다면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어 개념 설계는 마치 터를 닦는 인프라 공사 성격의 기능을 하는군요. 그리고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지리, 미술, 철학, 무용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기호화'란 표현이 쓰이고 있었습니다. 또한, '신호화(encoding , 信號化)'라는 말과도 혼용하고 있었습니다.


굿맨의 기호화 정의에서 배우기

사전의 내용 중에서 기호 체계로서의 예술 (굿맨 『세계제작의 방법들』 (해제), 2005., 김희정)란 내용이 눈에 띄었습니다.

굿맨은 기술적인 언어뿐 아니라 다른 다양한 기호들의 기능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다양한 기호 체계들을 분석한다. 예술은 과학과 또한 우리의 지각과 더불어 기호 체계의 일종이다. 과학이라는 기호체계는 단일한 것이 아니라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의 하위 기호 체계로 되어 있다. 예술도 다른 기호를 사용하는 하위 기호 체계로 다시 나뉜다. 문학은 언어로 된 기호 체계를 사용한다. 음악은 소리로 된 기호체계이고 미술은 그림으로, 무용은 몸짓으로 된 기호 체계이다. 이런 기호 체계는 서로 상이한 기호를 가지고 있으며 그 기호가 기능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반복해서 읽으면서 느끼는 바는 비단 학문을 영역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에서 우리가 쓰는 말 자체가 기호로 쓰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그 기호를 제대로 해독해야 대화가 가능한 것이죠.


또한, 책 내용에 투영해 보면 실제로 익혀 본 후에야 자기 경험을 기호화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통용될 수 있는 기호를 체험에 입각해서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말에 힘이 실리고 전달력을 높이려면 실행 경험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 같기도 하고요.


찾아본 김에 '미술에서의 기호화의 유형'의 하위 항목도 훑어보았습니다. 재현 [representation], 예시, 표현의 3가지 유형이 있었습니다. 다음은 재현에 대한 설명의 일부입니다.

"어떤 그림이 재현하기 위해서는, 그 그림은 대상에 대한 기호이며, 그 대상을 대리하고(stand for) 지시(refer to) 해야 한다."(『현상의 구조, 5) 재현은 기호화의 유형 중 기술하고 도표화하는 것과 더불어 지시(denotation)의 일종이다. 재현은 다른 말로 회화적 지시(pictorial denotation)라고 한다.  

그간 '대변인'과 '재현'의 유사성에 대해서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습니다. 다음은 예시에 대한 설명 일부입니다.

예시는 비 지시적 지칭(non-denotational reference) 중 극히 중요한 것이며 흔히 간과된다. 이것은 견본에 의해 그것의 특질을 지시하는 것으로 지시와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즉 지시는 부호에서 그것이 지시하는 대상으로 적용된다. 반면에 예시는 그 부호가 작용되는 어떤 특질이다.  

평소 예시로 설명할 때 느끼는 효능감과 더불어 찜찜함을 담은 정의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표현에 대한 설명입니다.

굿맨은 표현을 은유적 예시라고 간주한다. 이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은유의 개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표현이 은유적 예시라니?! 밈(meme)이란 개념도 떠오르고 기호화와 삶의 깊은 연관성에 대한 생각이 막 펼쳐지고 있지만, 본래 주제와 너무 거리가 멀어 글에 담지 않기로 합니다.


구경꾼에서 살아 숨 쉬며 경기하는 선수가 되기

다시 책으로 돌아가 보면, 다음 내용은 울림이 많은 글입니다.

산업 경제에서는 소수가 만들어내고, 나머지는 그냥 구경만 한다. 반면 연결경제에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것들을 소비하고, 돌아서서는 그들이 소비할 물건들을 만든다.

소수의 크리에이터와 다수의 시청자(구독자, 독자) 구조 그리고 객관식으로 훈련받은 근대 교육 수료자들이라는 현상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뒤이어 제가 좋아하는 그림의 또 다른 의미도 깨닫습니다.


'생생하게 지금을 살기' 위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리스크를 껴안을 것인지, 실패의 중압감 때문에 안주하는 선택을 할 것인지를 드러내는 그림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해석은 2017년에 읽은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6권부터 지금까지 깨닫고 되새김질한 다양한 생각들을 하나로 버무리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필요한 건 경험이다. 자신이 직접 겪은, 반복된 실패의 경험이 중요하다.


지난 월요안영회 연재

1. 경계와 활용(Boundaries & Leverage)

2. 웹툰과 지인들의 글을 보고 '세션 관리' 벼리기

3. 내가 과학을 공부하는 진짜 이유

4. 아티스트로 살기 위해 보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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