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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28. 2024

감정과 행동 사이에는 경계가 필요하다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아침부터 마음이 급했습니다. 아마도 어제 받은 공문에 들어 있는 꺼림칙한 표현이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듯합니다.


감정과 행동 사이에는 경계가 필요하다

대표이사란 자리가 주는 어려움은 책임을 돌릴 대상을 찾기 쉽다는 점입니다. 다급해지자 해당 업무에 관련한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면 마음속 저편에서는 '했더라면' 하는 원망이 튀어나오려고 했습니다. 가까스로 이들을 막고 나서 '지금 그리고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았습니다.


<나만 잘하면 전체가 나아지는 XP>를 익히지 않았더라면 감정과 행동의 경계를 세우지 못했을 듯합니다. 이 참에 저에게는 XP와 동의어로 느껴지는 점수(漸修)의 뜻도 한번 찾아봅니다.


먼저 국어사전 풀이는 추상적인 어휘로 직접 설명을 피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불교』 차례와 위계를 거쳐 수행하고 득도함.  

그래도 차차 점(漸)과 닦을 수(修)를 씨말로 한다는 사실은 알려줍니다. 그런데, 네이버 지식백과도 대동소이한 풀이를 제시합니다.

              얕고 깊은 순서에 따라 점진적으로 수행함. 일정한 단계를 거치는 수행.          

하긴, XP를 몇 줄로 설명하라는 말은 무리이긴 하죠.


漸修와 지극한 정성

하지만, 네이버 한자사전에서 漸修 풀이를 찾아봤더니, 자연스럽게 한때 108번 아침 기도를 드렸던 영화 속의 중용 대사가 떠오릅니다. 지극한 정성만이 나와 세상을 변한다는 말이죠.

다시 조급함에 쫓겨서 치졸한 감정이 과거 기억을 뒤지며 생각을 만들던 내면을 돌아보겠습니다. 이 생각을 멈출 방법은 무언가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유익한 행동을 하는 것이죠. 여기서 '유익'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닙니다. 행동이 만드는 결과가 유익하다는 뜻도 있지만,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감정이 만들어내는 해롭거나 불필요한 생각과 싸워야 합니다. 행동을 하면 에너지를 거기에 쏟기에 감정이 만들어낸 생각과 싸우는 부담이 줄어듭니다. 감정과 내(임자)가 몸의 에너지를 나누어 쓰는 관계니까요.


어떻게 경계를 세우는가?

감정과 행동 사이의 경계가 무얼까요? 제가 '의사소통의 신호등'이란 이름을 붙인 그림을 소환합니다. <대화할 때 사실, 감정, 의미를 구분할 수 있다면>이라는 글로 박문호 박사님 강의의 일부를 포착한 내용입니다.

여기서 대화를 감정을 느끼는 나와 문제를 파악하는 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비슷하게 사유의 힘을 더 발휘하면 감정을 느끼는 나에게 공감하면서 동시에 사건을 그대로 바라보고 판단을 할 수 있는 나와 사건 자체를 떼어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 대략 이런 그림이 됩니다.

마음에 쏙 드네요.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부연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는 차림이라는 알고리듬이 조급함을 대처하는 데 어떤 기능을 했는지 설명하는 일에 초점을 맞춥니다.


달라지는 사람들 그리고 다급함이 주는 장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나서, 감정이 이제 막 스트레스로 변하던 찰나에 먼저 도움을 청할 사람들을 떠올렸습니다. 책임을 따지거나 누군가에게 의존하려는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고 말이죠.


그리고 두 번의 통화를 한 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자 조급함은 온데간데없었습니다. 그 직후 이 글을 남깁니다. 차림의 실질적인 실효성을 느끼는 순간의 기록이니, 부끄러운 내용일 수 있지만 남겨둡니다.


한편, 이렇게 감정을 내려놓고 행동을 하고 보니 어느새 감정은 사라졌습니다. 이후에 사태를 다시 돌아보며 글을 쓰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도리어 다급함이 좋았다는 점입니다. 다급해서 미루거나 불필요한 준비를 하지 않고 바로 일로 직전한 점은 한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지난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연재

1.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

2. 점으로도 또 선으로도 대할 수 있는 일상

3. 차리다에서 알고리듬으로 나아간 나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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