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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24. 2024

점으로도 또 선으로도 대할 수 있는 일상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를 쓰고 나서 몇 일 연속으로 일상에 작은 변화가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를 골라서 따로 연재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1]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

우선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를 쓰던 순간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일상이란 무엇인가?>의 결말에 매 순간 차려서 살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열흘 정도 지난 일이라 비교적 기억이 생생합니다. 당시에 자극을 준 외부요인이 많았습니다. 마주할 수 있는 모든 일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니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에서 그렸던 그림을 반추해 보면 내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내 마음에 들었던 요인들을 꼽아 보겠습니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일상이란 무엇인가?를 쓰게 한 최봉영 선생님의 글 [사람이란 무엇인가?]

<일상은 단편이 아니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시간의 연속이다>를 쓰게 한 정혜신TV에서 일상을 대하는 태도

배재윤 작가님의 <수학이 건네는 위로>의 문구: "이거 하난 확실해요. 이제부터 모든 순간을 즐기며 살 거라고."

Kent Beck의 말 "Computing came to the rescue."가 불러 일으킨 영감

시골 농부 김영식님께 배운 연기(緣起)

이순석님 댓글 속 문구: "자신이 만든 컨테이너(어쩌면 스스로 만드는 조건)"


무엇이 바뀌었나?

대략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의도적으로 '차림 기록'을 남기는 일입니다. 애초에도 세션 관리란 이름으로 일종의 자기화 메모를 하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일주일 동안 별도의 기록을 추가해 보았습니다. 

세션 기록에서 포착하지 않는 별도의 순간들인데, 대략 9번 정도 수행했습니다. 대부분 제가 무언가를 외면(外面)할 때나 의도적으로 주목하지 않던 모습을 발견할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정신을 차리면 달라지는 것들

두 번째는 그냥 지나가던 습성을 인식한 경우입니다. 기록이 남지 않는 경우죠. 예를 들면 청소가 끝난 후에 작은 레고 조각 하나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습을 봅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으니 무시하려고 합니다. '아!'하고 정신을 차리고, 이번에는 다르게 행동해 봅니다. 

손바닥 위에 올립니다. 자연스럽게 물음이 나옵니다.

이 게 왜 여기 있지?


지금과 같은 상태가 아니고 '정신이 없을 때' 아이들이 옆에 있었더라면 아이들이 어지른 것으로 단정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 나니 다른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둘째가 레고 호텔에 가서 저에게 맡아 달라고 했던 남은 레고 조각이 생각났습니다. 가방을 뒤져서 그걸들을 꺼낸 후에 바닥에 떨어진 조각과 함께 아이들의 레고 정리함에 모두 넣었습니다.


차림은 스스로의 능력으로 점을 만드는 순간

'차림'은 바로 이와 같이 스스로의 능력으로 점을 만드는 순간입니다. 

이런 순간을 만드는 방법은 <감사 목록 쓰기>를 행하면서 익혔습니다. 2012년 불행을 심하게 느낄 때 발견한 하버드대 행복학 강의 책에서 1강에 나오는 내용을 꾸준히 실천했습니다. 2013년부터는 아내와 3년 간 같이 쓰기도 했습니다. 감사한 일을 5개 이상 쓰는 간단한 일인데, 불행에 빠졌던 시기에는 잘 찾아지지 않았지만, 시간과 제 노력은 저의 상태를 변화시켰습니다. 


감사목록 쓰기는 이내 '화 내는 순간'을 감지하는 기능으로도 쓰였습니다. 부부 생활 초기에 화를 내지 않고 부부싸움을 피하는 데 굉장한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용도를 변경해서 지속하던 감사목록은 2106년까지 쓰다가 이후에는 일종의 '선분'으로 관리 단위가 바뀌는데, 그게 지금의 세션 관리가 되었다는 사실은 저도 잊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감사목록 흔적을 찾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점으로도, 선분으로도 만날 수 있는 인생길

글을 쓰며 '선분'을 키워드로 제 글 검색을 하다가 작년 8월에 쓴 <점에서 선분 그리고 꾸불꾸불한 인생의 길(道)로 바꾸기>를 만났습니다. 앞서 다른 글에서 소개한 인생길의 개념이 그대로 나오네요. 그리고, 제가 쓴 글을 다른 바탕(현재)에서 다시 보면서 이번에는 관리는 점으로도 또 선분으로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웁니다.


주석

[1] 지식 덕후질로 바라보면 아래와 같은 양상입니다.



지난 말이 말을 걸어 글로 쓰는 이야기 연재

1. 질문이 우선하고, 실행이 질문을 만든다

2. 스피노자 대신에 김성근 감독님

3. 야구라는 것으로 인생을 전하기

4. 야신이 말해 주는 자신만의 길

5. 새로운 운칠기삼(運七技三) 활용법

6. 인간에겐 한계가 없다는 걸 모르고 산다

7. 말이 말을 걸어 나의 차림을 돕는다

8. 우울증이란 진단명은 나의 개별성을 뭉갠다

9. 야신이 거북이에게 배운 자신의 프로세스를 만드는 법

10. 속말하지 않고 드러내 기록하고 다듬는 일의 힘

11.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12. 일상에서 만난 낱말 바탕 풀이의 즐거움

13. 바탕이 되는 기본, 바탕을 닦는 기초 그 위에 첨단

14. 다양한 뜻의 그릇 역할을 하는 한국말의 유연성

15. AI 시대에는 수능보다 덕후

16. 일단 공개적으로 시작하면 만나게 되는 것들

17. 괴짜(Geek, Nerd), 해커 그리고 덕후

18. 인공지능을 Linguistic Self 동료로 활용하기

19. Realization(실체화)와 나의 지난 24년

20. 내 일상을 차릴 알고리듬을 상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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