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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11. 2024

사람이란 무엇인가? 일상이란 무엇인가?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최봉영 선생님이 페북에 쓰신 [사람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묻고 따져 풀어 보는 글입니다. 먼저 글은 페북에 올라온 체코 등산가 아담 온드라가 요세미티 국립공원 엘 캐피탄을 자유등반으로 정복한 소식과 그 사진을 첨부하고 있습니다.


사람은 얄궂고 야릇하다

다음 다발말[1]을 먼저 보겠습니다.

5. 사람은 참으로 얄궂고 야릇한 것. 사진은 사람이 무엇인지 묻게 만든다. 사람은 참으로 얄궂고 야릇하다.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있지만, 사전 풀이를 찾아봅니다. '얄궂다'는 다시 '야릇하다'를 찾아가도록 합니다.

야릇하고 짓궂다.

'야릇하다'의 풀이를 봅니다.

무엇이라 표현할 수 없이 묘하고 이상하다.

야릇하다의 풀이는 한자를 불러옵니다. 묘하다는 妙(묘할 묘)를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잠시 단어에서 벗어나 다음 포기말을 봅니다.

사진은 사람이 무엇인지 묻게 만든다.

새로운 생각이 샘솟습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개성을 가진 존재다

그랬더니 차에서 엄마와 동생이 기다리고 있는데, 모래사장에 머물러 있던 큰 아이를 기다리던 제 마음 상태의 변화가 떠오릅니다. '또 안 오네'라고 불편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내 '그래, 큰 애는 저런 면이 있지'하면서 애정 어린 마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걸 인정하는 마음을 담아 '개성'이라는 단어를 쓰고, <우리는 처음부터 개성을 가진 존재다>라는 글을 썼던 기억이 더불어 소환됩니다.


사람을 묘하게 만드는 일상의 다이내믹

개성이란 사람마다 다른 욕망이 있음을 드러내는 말입니다. 그런데, 사람은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과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런 야릇함을 다룬 글을 지난주에 썼죠. 바로 <일상은 단편이 아니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시간의 연속이다>입니다.

다발말 제목을 '다이내믹'으로 붙이니, 한국말이 일 중심으로 풀어내는 이유도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듭니다.[3]


감정을 지켜보며 순간을 운전하기

다시 선생님의 포기말을 보겠습니다.

4. 사람은 알 수 없이 이리저리 제멋대로 튈 수 있는 것.

대번에 <일상은 단편이 아니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시간의 연속이다>에서 '감정을 지켜보며 순간을 운전하기'라고 이름 붙인 다발말이 생각납니다. 제멋대로 튈 수 있기 때문에 운전을 해야 합니다.

전제가 있습니다. 이때, 감정을 지켜볼 수 있어야 운전이 가능합니다. 내 감정은 분명 소중하지만, 그렇다고 감정에 다음 행동을 맡겨 버리면 나도 모르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다양한 얽힘에 따른 욕망의 표출

다른 포기말을 봅니다. 사진과 바로 이어지는 말입니다.

3. 사람은 욕망을 이루는 일에서 비롯하는 짜릿함에 이끌려 목숨까지 아까워하지 않을 수 있는 것.

또한, <길위의 김대중>에서 죽을 고비를 넘기며 민주주의라는 신념에 생애를 바친 故김대중 대통령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존경스럽기도 하지만, 저로써는 이해할 수 없기도 합니다. 이를 표현한 포기말이 다음 글입니다.

2. 사람은 생각으로 빚은 갖가지 욕망을 채워보려고 끊임없이 온갖 일을 벌여나가는 것.

욕망의 펼쳐짐을 표현할 때, 수도 없이 인용한 최봉영 선생님 그림이 있습니다.


알아차림과 의도적 차림

역순으로 읽었더니 마지막으로 다룬 포기말은 저에게 다짐을 하게 합니다.

1. 사람은 말로 무엇을 어떤 것으로 여겨서 온갖 생각을 끝없이 펼쳐낼 수 있는 것.

알아차림의 필요성을 말하는 듯한 포기말입니다. 최근 동료와 '알아차림'이란 개념을 두고 대화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가 '무질서 상태를 방치하거나 방조함'에서 돌릴 기회라는 점을 알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음 다발말을 만났을 때 다짐한 것을 다시 떠오르게 했습니다.

이거 하난 확실해요. 이제부터 모든 순간을 즐기며 살 거라고.


배재윤 작가님의 <수학이 건네는 위로> 137쪽에서 일상의 순간을 하나의 점으로 묘사하며 사용한 글입니다. 이 부분을 읽으며 알아차릴 수 있다면 알아차리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충분히 느낀 후에 생각을 말로 잘 차려서 임자로서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이죠.


주석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더불어 현상을 모델링할 때 이벤트 단위로 다루는 <이벤트는 변경을 알리는 표준 프로그래밍 단위>도 떠오르는데 주제와 너무 멀리 나가는 듯해 쓰지 않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31회 이후 링크만 표시합니다.)

31.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굳게 믿기

32. 새롭게 꾀할 수 있는 힘 vs. 공명정대한 중도

33. 얽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그리고 대화

34.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안과 밖이 맺는 관계

35. 분별은 다각도의 분석으로 볼 수 없던 얽힘을 보는 일

36. 새로운 차원을 공감하고, 얽힘을 풀어내고 얼개를 만들기

37. 소통의 가장 기본은 한쪽의 소리에 경청하는 마음가짐

38. 한국말 포기말의 5가지 바탕 얼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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