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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Mar 04. 2024

오락가락하는 마음의 안과 밖이 맺는 관계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얽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그리고 대화>를 쓰고 생각의 소재를 던져 주신 이순석 님께 페북 멘션을 통해 알렸더니 다시 댓글을 주셨습니다. 이 글을 먼저 풀어 봅니다.


마음의 안과 밖이 맺는 관계

먼저 댓글을 보자 반가운 마음이 앞서지만, 나중에 다시 보고 풀어 보려고 하니 숙제 같은 부담감도 듭니다. 두 가지 상반된 감정이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부분부터 따져 보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직전에 <한국말 말차림법> 책에서 풀이말의 바탕 얼개를 읽으며 인상 깊게 사무친 포기말[1]이 있어서입니다. 책을 펼쳐서 찾아보았습니다.

한국말에서 ~는 마음의 밖에서 벌어지고 있는 어떤 일과 마음의 안에서 어떤 일을 가리키는 말이 바르게 만날 수 없어서, 어떤 말이 마음의 안에만 머물러 있는 것을 나타내는 말이다.

새삼 <말의 탄생: 녀겨서 니르기>를 복습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찾아보았습니다. 최고의 복습 방법은 최근에 습관이 된 손때[2] 묻히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묻고 따지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써 온 새삼이란 단어 풀이도 찾아봅니다.

「1」 이전의 느낌이나 감정이 다시금 새롭게. ≒새삼스레.

찾아보기를 잘했네요. 전혀 다른 갈래의 뜻도 있었습니다.

「2」 하지 않던 일을 새로 하여 갑작스러운 느낌이 들게. ≒새삼스레.

이런 표현도 자주 쓰는 뜻이네요.


오락가락하는 나의 마음

손때를 묻혀 추상적으로 묘사한 나의 마음과 마음 밖에 있는 글과의 관계에 대해 묘사해 보겠습니다. 먼저 반가운 마음이 들은 이유를 추정해 봅니다. 마음 안에서 느끼는 부분을 꼴, 까닭, 흐름의 순서로 풀어 봅니다.

페북 알림을 보고 '이순석 님이 글을 쓰셨구나' 정도만 파악합니다. 일상의 자투리 시간 중에 살펴보는 저도 잘 모르는 습관이죠. 바로 (글말로 대화하는) 상대가 호응을 해 주는 까닭에 기분이 좋습니다. 흐름이 그대로 까닭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서 글로 옮길 생각을 하고 페북 댓글을 열었더니, 이번에는 느낌이 굉장히 다릅니다. 꼴을 유심히 봅니다. 아까는 반가운 글 뭉치였는데, 이제는 풀어야 할 숙제로 다가오는 듯도 합니다. 바로 마음의 '조화'입니다.


인수분해: 들여온 말은 그들의 단어 그대로 풀어 봐야 한다

잠시 '조화(造化)'도 풀이를 찾아보았습니다. 두 갈래 중에 두 번째 뜻이네요.

「2」 어떻게 이루어진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신통하게 된 일. 또는 일을 꾸미는 재간.

지을 조(造)와 될 화(化), 두 한자어 조합이라는 사실만 알아도 언어의 바탕이 분명해진다는 사실을 체험[3]하니 기억이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을 바로 꺼냅니다. 더불어 <말의 바탕치와 짜임새를 살펴보는 일>을 쓰면서 '인수분해'를 떠올랐던 순간도 떠오릅니다.


일상의 다이내믹한 얽힘

여기서 한번 끊는 게 좋겠네요. 원래는 이순석 님 댓글의 다발말[4]을 풀려고 했으나 직전에 읽은 책 내용이 말을 걸었습니다. 그래서, 댓글 자체와 저의 마음이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그리고 이를 차려 가는 과정에 대해 손때를 묻혀 가며 풀었습니다. 다음 글에서 댓글의 다발말을 다룹니다.


주석

[1]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3] 한번 체험은 아니고, 묻따풀 연재를 하면서 사전 찾기 과정에서 반복 체험한 결과를 말합니다.

[4]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4.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

5. 임자인 사람은 살리고 그 결과는 크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7. 개념의 구성 요소: 원칙, 생각, 믿음

8.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9. 아직 잔재가 남았지만 곧 사라질 형식적 권위주의

10. 아이와 영어책을 읽다가 영어 문장의 차림을 짚어 봄

11.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야 할까?

12. 말의 바탕치와 짜임새를 살펴보는 일

13. 말의 쓰임새와 펼침새를 살펴보는 일

14. 논쟁 승리와 진리 추구 그리고 권위주의 청산

15.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의 유기체스러움

16. 낱말은 덩어리가 아니라 인수분해 하면 또렷해진다

17. 한국말 낱말 다시 분류하기: refactoring

18. 자기 잣대에 따라 말을 골라 쓰는 바탕

19. 한국인에게 지식인(知識人)은 누구인가?

20.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21.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일

22. 마음에 들어있는 온갖 것들의 바탕을 알아가는 일

23. 나의 마음에 들어있는 것

24. 알아보기는 머리가 마음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일

25. 객체의 속성 대응 그리고 내가 나의 바탕을 알아보는 일

26. 알음알이:늧으로 느끼거나 말로 녀겨서 갖가지로 아는 일

27. 머리로 알고 마음으로 믿고 용기를 내어 몸으로 행한다

28. 선과 악은 해로운 경우가 많은 개념이다

29. 불안을 피하려는 일이 만드는 삶의 굴레

30. 믿음의 바탕이 되는 알음알이와 속이는 일

31.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굳게 믿기

32. 새롭게 꾀할 수 있는 힘 vs. 공명정대한 중도

33. 얽힘 상태와 의미를 두루 따지는 분별 그리고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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