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영회 습작 Feb 21. 2024

불안을 피하려는 일이 만드는 삶의 굴레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서 최봉영 선생님의 《나도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묻고 따져 풀어보는 글입니다.


믿음과 용기의 교류 혹은 상호 작용

10번 다발말[1] 차례입니다.

10.
사람이 무엇을 좋은 쪽으로 믿으면 좋은 쪽에 대한 용기가 늘어나면서 좋지 않은 쪽에 대한 불안이 줄어든다. 반면에 사람이 무엇을 좋지 않은 쪽으로 믿으면 좋은 쪽에 대한 용기가 줄어들면서 좋지 않은 쪽에 대한 불안이 늘어난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은 좋은 쪽에 대한 용기가 늘어나고 좋지 않은 쪽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게 하려고 무엇이든 좋은 쪽으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특히 문제를 되는대로 쉽게 처리하려고 하는 이들은 좋은 쪽으로 믿어서 당장의 불안을 벗어나려고 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곧바로 큰 어려움을 맞게 된다.

바로 연상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무엇을 좋은 쪽으로 믿으면 좋은 쪽에 대한 용기가 늘어나면서'를 읽을 때는 소프트웨어 공학 원서에 나온 이야기들을 믿었던 90년대 후반에서 밀레니엄을 넘을 때, 제 안의 열기가 떠오릅니다. 비교적 젊었던 나이 탓도 있겠지만, 당시는 모두가 현실적이 아니라고 말하던 내용을 믿고 열정을 불사르던 때였죠.


'무엇을 좋지 않은 쪽으로 믿으면 좋은 쪽에 대한 용기가 줄어들면서'를 읽을 때는 최근에 어린 아들과 스키장에 갔던 때 경험이 떠오릅니다. 한 차례 넘어져서 곤욕을 치른 후에는 나도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들이 찾아와 용기를 잠식했습니다.


낙관과 낙천

이어서 다음 포기말로 좁혀 보겠습니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은 좋은 쪽에 대한 용기가 늘어나고 좋지 않은 쪽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게 하려고 무엇이든 좋은 쪽으로 믿으려는 경향이 있다.

낙관주의라고 불러야 할까요? 이 말이 명확하지 않아 풀어 보기로 마음먹습니다. 같은 말인지 다른 말인지 혼란스러운 두 표현에 대해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를 찾아 비교했습니다.

미묘한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저는 스스로 낙천적이라고 생각하는데, 살면서 제가 다루는 특정 사안을 낙관하며 보지는 않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낙관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낙관에 빠져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일을 게을리할 수 있어서 문제가 될 뿐이죠.


사실에 입각해서 사안을 바라볼 힘

<팩트풀니스>를 읽은 후로는 도리어 근거 없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언론이 만들어 놓은 환경을 떠올리게 합니다. 사실 충실성을 따를 수 있는 다시 말해 '사실에 입각해서 사안을 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것이겠죠.


비슷한 글을 썼던 듯하여 찾아보니 <줏대와 잣대로 삶의 순간들을 차려 보자>에서 '잣대를 흐리게 하는 두 가지 우물'에 대해 쓴 일이 있습니다. 하나는 미디어가 만든 환상이고요. 두 번째는 스스로가 쌓인 고집 혹은 허상에 가까운 편향입니다.


불안에 이끌려 문제를 되는대로 처리하는 일상

다시 선생님의 글로 돌아가 다음 포기말을 보면 조금 더 세밀한 행위의 순간이 떠오릅니다.

특히 문제를 되는대로 쉽게 처리하려고 하는 이들은 좋은 쪽으로 믿어서 당장의 불안을 벗어나려고 한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단지 '불안 해소'를 위해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는 모습을 수도 없이 관찰할 수 있습니다.[3] 포기말을 푸는 제 다발말의 제목을 '~일'로 하려다가 저도 모르게 '일상'으로 바꿨습니다. 그랬더니 의미가 확 달라진 듯합니다.


분명, 최근 구독 중인 <정혜신TV>에서 본 영상들에서 '일상'을 굉장히 복합적인 것으로 보고 소중히 다루는 모습을 본 탓입니다. 그 여파는 다음 포기말을 볼 때도 이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게 되면 곧바로 큰 어려움을 맞게 된다.

처음 이 포기말을 봤을 때는, 베터코드의 역직구 서비스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던 일을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일상이란 표현을 붙인 후에는 달랐습니다. 크고 작은 거의 모든 일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주석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그리고 제대로 관찰하지 못할 뿐, 저도 그런 행위를 반복적으로 하고 있을 것으로 의심합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4.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

5. 임자인 사람은 살리고 그 결과는 크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7. 개념의 구성 요소: 원칙, 생각, 믿음

8.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9. 아직 잔재가 남았지만 곧 사라질 형식적 권위주의

10. 아이와 영어책을 읽다가 영어 문장의 차림을 짚어 봄

11.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야 할까?

12. 말의 바탕치와 짜임새를 살펴보는 일

13. 말의 쓰임새와 펼침새를 살펴보는 일

14. 논쟁 승리와 진리 추구 그리고 권위주의 청산

15.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의 유기체스러움

16. 낱말은 덩어리가 아니라 인수분해 하면 또렷해진다

17. 한국말 낱말 다시 분류하기: refactoring

18. 자기 잣대에 따라 말을 골라 쓰는 바탕

19. 한국인에게 지식인(知識人)은 누구인가?

20.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21.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일

22. 마음에 들어있는 온갖 것들의 바탕을 알아가는 일

23. 나의 마음에 들어있는 것

24. 알아보기는 머리가 마음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일

25. 객체의 속성 대응 그리고 내가 나의 바탕을 알아보는 일

26. 알음알이:늧으로 느끼거나 말로 녀겨서 갖가지로 아는 일

27. 머리로 알고 마음으로 믿고 용기를 내어 몸으로 행한다

28. 선과 악은 해로운 경우가 많은 개념이다

작가의 이전글 <Tidy First?> 번역이 옵션 개념을 가르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