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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Feb 14. 2024

나의 마음에 들어있는 것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 최봉영 선생님이 쓰신 《“너 자신을 알라”》에 대해 묻고 따져 풀어 보는 두 번째 글입니다.


나의 마음에 들어있는 것

선생님의 다발말[1] 구분 '4. 나의 마음에 들어있는 것'으로 이어갑니다.

01.
나의 마음에는 온갖 것에 대한 여러 가지 알음알이가 들어있다. 그런데 이러한 알음알이는 모두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에서 얻어진 ‘그것’으로 되어 있다. 나는 이러한 ‘그것’을 바탕으로 삼아서,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일을 한다.

무려 2년 전에 알음기분에 대해 선생님과 통화한 일이 있습니다. 신기한 마음에 이를 기록으로 남긴 <알음기분, 정성 그리고 15분의 소통>이란 글도 있습니다. 알음기분과 달리 '알음알이'는 직관적으로 풀리지 않습니다. 바탕을 풀고 싶은데 이후로 미룹니다.[2]


지난 글을 쓸 때는 의구심을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마치 아직 보류했던 믿음이 생기는 순간이라고 느낍니다.

02.
나는 사람으로 태어나서 말을 배우고 쓸 수 있게 되면서, 마음에서 일어나는 온갖 것들이 언제나 늘 말과 함께 하게 된다. 나는 말과 함께 하는 온갖 것들을 가지고, 갖가지로 생각을 펼쳐서 느끼고, 알고, 바라고, 이루는 일을 끝없이 열어나갈 수 있다.

믿음이 생기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말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존재한다고 느끼게 하는 바로 그 '생각' 혹은 '정신'은 다름 아닌 말로 구성합니다. 아무리 의심을 해 보아도 전혀 대안은 떠오르지 않습니다.


말과 함께 하는 알음알이

다음 다발말은 앞선 제 표현의 정교하지 못한 점을 찾아 줍니다.

03.
나는 마음에 들어있는 온갖 알음알이를 ‘그것’을 ‘記憶’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記憶’은 모두 이미 지나간 ‘그것’에 대한 알음알이이다.  

말은 프로그래밍 언어에서 실체가 빠진 인터페이스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말과 연결되는 기억 속의 이미지나 현상이 실제 프로그래밍 구현체와 같이 실체를 이뤄 말이 진짜 의미를 지니게 하는구나 하는 점을 처음으로 깨닫습니다. 그렇다면 프로그래밍 언어의 구현체에 대응하는 개념이 '알음알이'네요.


교양이 부족한 저에게 기억에 대한 지식 대부분은 박문호 박사님의 콘텐츠로 채워져 있습니다. 여기에 기억에 대한 흥미로운 사실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됩니다.

한국사람은 옛날에 ‘記憶’을 ‘긔디’라고 말했다. 그듸는 ‘그+읻+이’로서 ‘그것으로 읻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그것으로 읻는 것'이라니. 표현이 멋지네요.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과 녀김

04.
나의 마음에는 풀, 나무, 비둘기, 코끼리, 노래와 같이 눈이나 귀와 같은 것으로 마주하여 느낄 수 있는 그것은 물론이고 도깨비, 귀신, 천국, 영원과 같이 눈이나 귀와 같은 것으로 마주하여 느낄 수 없는 그것까지 들어있다.

두 가지 갈래가 눈에 익네요. 바로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일>에서 인용한 8가지 몸통것 앛씨말 중에서 앞의 두 개네요.

사람들은 이러한 그것을 바탕으로 마음이 생기고, 일어나는 것을 좇아서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일”을 하게 된다.

이어지는 포기말[3]은 이전에 손때[4]를 묻혔던 그림과 상당히 닮은 필기 내용입니다.

더불어 지난 글에서 사로잡혔던, 머리가 마음의 안과 밖을 이어준다는 말의 연유를 알 듯합니다. 더불어 박문호 박사님이 강조한 <현상적 세계와 물리적 세계를 구분하기>도 연결하게 됩니다. 나의 머리가 만들어 낸 세상과 바깥세상에 대한 혼선은 혼돈을 낳으니까요.


다음 다발말인 '나의 마음에 들어있는 것'까지 풀면 글이 너무 길듯 하여 여기서 끊고, 다음 글에 임무를 넘깁니다.


주석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검색해 보니 역시 선생님의 글 《여섯가지 알음알이 병과 고치는 법》이 있는데, 일단 《“너 자신을 알라”》을 마치고 알아보기로 합니다.

[3]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4]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4.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

5. 임자인 사람은 살리고 그 결과는 크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7. 개념의 구성 요소: 원칙, 생각, 믿음

8.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9. 아직 잔재가 남았지만 곧 사라질 형식적 권위주의

10. 아이와 영어책을 읽다가 영어 문장의 차림을 짚어 봄

11.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야 할까?

12. 말의 바탕치와 짜임새를 살펴보는 일

13. 말의 쓰임새와 펼침새를 살펴보는 일

14. 논쟁 승리와 진리 추구 그리고 권위주의 청산

15.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의 유기체스러움

16. 낱말은 덩어리가 아니라 인수분해 하면 또렷해진다

17. 한국말 낱말 다시 분류하기: refactoring

18. 자기 잣대에 따라 말을 골라 쓰는 바탕

19. 한국인에게 지식인(知識人)은 누구인가?

20.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21.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일

22. 마음에 들어있는 온갖 것들의 바탕을 알아가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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