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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영회 습작 Feb 26. 2024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굳게 믿기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서 최봉영 선생님의 《나도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묻고 따져 풀어보는 글입니다.


내가 풀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자

13번 다발말[1] 차례입니다.

13.
사람들은 밑바탕 마음을 굳세게 만들어서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살고자 한다. 이렇게 되면 마음에서 용기가 솟아나고 불안이 사라지면서 즐겁고 힘찬 나날을 맞이할 수 있다. 그런데 사람들이 밑바탕 마음을 굳세게 하려면 밑바탕 마음에 굳은 믿음이 자라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포기말[2] 단위로 나눠서 의미를 묻고 따져야겠습니다.

사람들은 밑바탕 마음을 굳세게 만들어서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살고자 한다.

과연 저도 그럴까요? '마음을 굳세게 만든다'에 강하게 집착할 때는 청소년기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중학교 때는 서시[3]를 읊으면 눈물이 나려고 했다는 사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도 그러한지 확실치 않습니다.

지금은 흔들림 없이 살려 한다기보다는 <내가 풀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분명히 하자> 정도가 제 마음에 와닿는 표현입니다.


벽 뚫는 일은 자신 있다

다음 포기말입니다.

이렇게 되면 마음에서 용기가 솟아나고 불안이 사라지면서 즐겁고 힘찬 나날을 맞이할 수 있다.

저도 모르게 최근 경험을 쭉 훑게 됩니다. '그랬나?' 혹은 '그랬던 적이 있나?'하고 물으면서 말이죠. 제가 독립운동을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기거나 <저는 의지를 믿지 않습니다>라고 묻지도 않은 말을 자주 하는 경향을 보면 '굳세다'는 저의 기질과는 맞지 않는 표현인 듯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꿈 말고) 구체적인 일을 실현해야 하는 국면에서는 농구 경기에서 골밑 돌파를 하는 듯한 느낌으로 강한 몰입을 합니다. 이때는 앞선 포기말의 심상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어쩌면 잘 드러나지 않는 다시 말해 스스로 잘 모르는 강한 줏대(혹은 자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믿음이 자라날 여건 만들기

세 번째 포기말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밑바탕 마음을 굳세게 하려면 밑바탕 마음에 굳은 믿음이 자라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여건'이란 단어를 보니 가장 먼저 불행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던 10여 년 전 기억이 떠오릅니다. 그때 그 여건이 혼자만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지금은 제 가정이 되었지만요. 갑자기 제가 '여건'이란 말을 제대로 알고 있나 의심이 되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찾아보니 '주어진 조건'을 말했습니다.

'주어진 조건'이라는 표현은 외우고 있지 못했지만, 늧으로는 제대로 알고 있었네요. 마침 직전에 노트북 바탕화면 사진을 보고 '여건이 여건을 만드는 연쇄 현상'을 느꼈는데, 바로 이런 글을 쓰니 신기합니다. 제 느낌을 저장하기 위해 사진을 삽입하지만, 그에 대한 글은 곁다리로 흘러가는 격이라 나중에 다루기로 합니다.


꾸역꾸역과 선언하기

마지막 포기말에 '믿음이 자라날 여건 만들기'라고 제목을 붙였더니 또 다른 생각이 만들어집니다. 제가 어떤 일을 꾸준히 해내지 못하기 때문에 만들어 낸 방법이 '꾸역꾸역'인데, 그와 함께 잘 사용하는 방법이 '선언하기'입니다.


브런치에 쓰고 있는 <한국의 마틴 파울러가 되기>연재는 사실 2022년 썼던 <도메인 모델링 활용의 기본 아이디어> 글의 배경이 된 만남에서 내가 구두로 한 말을 페북에 박제하고, 다시 브런치 글로 바꾼 약속의 실행 결과입니다.

이런 습성은 다양한 형태로 자라나서(?) 습관화된 제 행동이 지인들에게 낯설게 비칠 수도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며 '선언'과 '선포'가 동시에 떠올라서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리고, 일단 선언을 쓰기로 하고, 선언만 기록을 남깁니다.


세 갈래의 이 있는데, 제 경우는 첫 번째 뜻이네요.

「1」 널리 펴서 말함. 또는 그런 내용.


굳은 믿음의 네 가지 갈래

13번 다발말은 굉징히 깁니다. 두 번째 다발말입니다.

밑바탕 마음에서 굳은 믿음이 자라는 것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사람이 무엇을 겪는 가운데 그냥 절로 일어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이 무엇을 스스로 힘써 이룸으로써 일어나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기들의 마음에 엄마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자라는 것은 엄마의 지극한 돌봄을 통해서 그냥 절로 일어나는 일이고, 농구선수의 마음에 슛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자라는 것은 스스로 수많은 연습을 거듭함으로써 일어나는 일이다.

타고난 것과 살면서 얻는 것의 차이를 말하는 것일까요? 굳은 믿음에 네 가지 갈래가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무엇을 굳게 믿어서 밑바탕 마음에 굳은 믿음이 생기는 것은 크게 네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지각 수준의 믿음인 듯합니다.

첫째로 사람이 무엇을 그냥 그렇게 느껴서 알게 된 것을 굳게 믿어서 굳은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노랗게 익은 모과를 먹어보고서 맛이 매우 신 것을 세게 느껴서 모과의 맛이 시다는 것을 굳게 믿는 경우이다. 이런 이들은 모과라는 말만 들어도 입에 신맛이 돌면서 침이 나게 된다. 그런데 사람이 입에 신맛이 돌 때, 곧바로 침이 나는 것은 침으로 신맛을 묽게 만들어서 살갗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냥 그렇게 절로 일어나는 일이다. 이런 까닭으로 사람이 사물이 가진 성질을 느껴서 얻게 된 굳은 믿음은 그냥 그대로 쭉 이어지게 된다.  

몸이 있어, 다시 말해 몸을 구성하는 감각 기관에 있으니 당연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두 번째는 무얼까요?

둘째로 사람이 무엇을 그냥 그렇게 녀겨서 알게 된 것을 굳게 믿어서 굳은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바다에서 사는 모든 동물을 물고기라고 부른다고 잘못 알게 됨으로써, 고래나 거북이도 물고기라고 굳게 믿는 경우이다. 이런 이들은 고래나 거북이는 물론이고 물개나 바다사자와 같은 것까지 모두 물고기라고 굳게 믿게 된다. 그들은 고래나 거북이처럼 코로 숨을 쉬는 것을 물고기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곧바로 잘못된 믿음을 저버린다.

저에게는 '단편적 배움'이라는 매듭말[4]로 읽고 난 느낌이 요약됩니다. 다음을 봅니다.

셋째로 사람이 누군가의 가르침을 좇아서 그렇게 알게 된 것을 굳게 믿어서 굳은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종교에서 가르치는 것을 좇아서 지옥이나 천당과 같은 것이 있다고 알게 된 것을 굳게 믿는 경우이다. 이런 이들은 남이 가르치는 것을 그대로 따르기 때문에 묻고 따져서는 받아들이기 어렵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것까지 굳게 믿게 된다. 그들은 가르침을 좇아서 한번 굳은 믿음을 갖게 되면 스스로 그것을 바꾸는 것이 매우 어렵다.

경험을 통해 대번에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회에 다닌 적이 있는데 제가 본 기독교 신자들 절대다수가 성경 구절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이해한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최근에 기득권을 지키는 정치 세력의 선전 도구로 기독교인들이 이용되는 이유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탕을 묻고 따져서 깨우쳐야 하는 이유

그래도 꾸준히 묻따풀을 해 온 터라 '바로 이거다'라고 외치게 되는 다발말입니다.

넷째로 사람이 무엇을 묻고 따져서 까닭까지 알게 된 것을 굳게 믿어서 굳은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람이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것은 사과와 지구 사이에 중력이 작용해서 그렇게 된다는 것을 듣고서 이리저리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까지 알고서 사과가 땅에 떨어지는 것을 굳게 믿는 경우이다. 이런 이들은 사과가 중력으로 땅에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비, 우박, 포탄 따위도 중력으로 땅에 떨어진다는 것을 굳게 믿게 된다. 그들은 새로운 성질이나 작용이 발견되면 그것을 묻고 따져서 그러한 까닭에 맞는 것을 찾아서 굳게 믿게 된다.  

말차림을 해서 제가 얻으려는 것이 위 다발말에 담겨 있습니다.


주석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왜 포기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3] 이미지 출처: https://www.archivecenter.net/members/archive/collection/ArchiveCollectionView.do?con_id=1404

[4] <한국말 말차림법>에서 제안한 어구에 대한 토박이 말입니다. 왜 매듭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지난 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연재

1. 마주해야 보인다, 본 것에 마음이 가면 녀긴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4. 속말과 말차림: 대화에서 얻은 보물

5. 임자인 사람은 살리고 그 결과는 크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7. 개념의 구성 요소: 원칙, 생각, 믿음

8. 생각을 또렷하게 펼치려고 힘을 쏟기

9. 아직 잔재가 남았지만 곧 사라질 형식적 권위주의

10. 아이와 영어책을 읽다가 영어 문장의 차림을 짚어 봄

11. 낱말의 뜻을 또렷하게 알아야 할까?

12. 말의 바탕치와 짜임새를 살펴보는 일

13. 말의 쓰임새와 펼침새를 살펴보는 일

14. 논쟁 승리와 진리 추구 그리고 권위주의 청산

15. 사람들이 배우고 쓰는 낱말의 유기체스러움

16. 낱말은 덩어리가 아니라 인수분해 하면 또렷해진다

17. 한국말 낱말 다시 분류하기: refactoring

18. 자기 잣대에 따라 말을 골라 쓰는 바탕

19. 한국인에게 지식인(知識人)은 누구인가?

20.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21.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일

22. 마음에 들어있는 온갖 것들의 바탕을 알아가는 일

23. 나의 마음에 들어있는 것

24. 알아보기는 머리가 마음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일

25. 객체의 속성 대응 그리고 내가 나의 바탕을 알아보는 일

26. 알음알이:늧으로 느끼거나 말로 녀겨서 갖가지로 아는 일

27. 머리로 알고 마음으로 믿고 용기를 내어 몸으로 행한다

28. 선과 악은 해로운 경우가 많은 개념이다

29. 불안을 피하려는 일이 만드는 삶의 굴레

30. 믿음의 바탕이 되는 알음알이와 속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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