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따풀 2024: 함께 말 차리기
지난 글에 이어서 최봉영 선생님의 《나도 알 수 없는 내 마음》을 묻고 따져 풀어보는 글입니다.
11번 다발말[1]은 내용이 길어서 셋으로 나눕니다. 첫 부분입니다.
11.
사람들이 무엇을 좋은 쪽으로 또는 좋지 않은 쪽으로 믿게 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의 바탕이 되는 알음알이, 곧 지식이나 정보가 얼마나 올바른가 하는 것이다. 지식이나 정보가 올바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 따라서 무엇을 믿는 일의 과정과 결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믿음의 바탕이 되는 알음알이라고 하는데, 이는 결국 지식이나 정보의 형태입니다. 최근 번역하는 글에서 만난 Empirical이란 단어가 떠오릅니다.
based on, concerned with, or verifiable by observation or experience rather than theory or pure logic.
구글링을 해 보니 검색 요약으로 '경험적 증거'란 개념이 등장해서 따라가 보았더니 이런 정의가 등장합니다.
경험적 증거 (經驗的證據) 또는 감각 경험 (感覺經驗)이란, 특히 관찰 및 실험으로 감각을 통해 얻은 지식 또는 그 원천을 일컫는 개념이다. 임마누엘 칸트 이래로, 철학에서는 대개 아 프리오리 지식과 대비되는 개념으로서 '아 포스테리오리 지식'이라고 일컫는다.
하지만, 모든 경우를 경험으로 확인할 수 없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 다발말은 과거에 썼던 <정보홍수시대에 문해력은 어떻게 갖출 수 있는가?>를 소환합니다.
먼저 사람이 올바른 지식이나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좋은 쪽으로 믿음으로써 용기가 늘어나고 불안이 줄어들게 되어서 일을 이루는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를테면 사람이 수술로 고쳐야 하는 병에 걸렸을 때, 수술을 하면 좋아질 것이라고 믿음으로써 수술에 대한 용기가 늘어나고 불안이 줄어들게 된다면, 수술을 받고 병을 치료하는 일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
인용한 다발말에 수긍하고 나면, '올바름'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의 문제가 남는데요. 사실에 입각한 혹은 객관적인 정보가 필요합니다. 또한, 그것이 나의 상황이나 문제와 부합하는지 판단하는 역량도 필요합니다.
다음은 그렇지 못할 경우 벌어지는 일을 설명한 다발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사람이 그릇된 지식이나 정보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좋은 쪽으로 믿음으로써 용기가 늘어나고 불안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 도리어 재난을 부를 수 있다. 이를테면 사람이 수술로 고쳐야 하는 병에 걸렸을 때, 수술을 하지 않아도 좋아질 것이라고 믿음으로써 수술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용기가 늘어나고 불안이 줄어들어서 수술을 하지 않게 된다면 병을 치료하는 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은 병을 치료하는 일에서 큰 어려움을 맞을 것이다.
다음 다발말은 내용이 쉬워서인지 도리어 낱말 풀이로 마음이 가게 합니다.
12.
사람에게 그릇된 지식이나 정보를 주어서 잘못된 믿음을 갖도록 이끄는 것을 속임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서 갖가지로 속이는 일을 한다. 남의 것을 빼앗으려고 나쁜 뜻을 가지고서 일부러 속이는 것을 사기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사기꾼이 제공하는 잘못된 지식이나 정보를 잘못 믿어서 크게 낭패를 보는 일이 많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사기꾼의 보이스피싱에 걸려서 돈을 빼앗기는 것을 볼 수 있다.
'속임'을 풀어 보기 위해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속이다'를 찾아봅니다.
거짓이나 꾀에 넘어가게 하다. ‘속다’의 사동사.
'속다'도 찾아봅니다.
「1」 【…에/에게】 남의 거짓이나 꾀에 넘어가다.
「2」 【…으로】 어떤 것을 다른 것으로 잘못 알다.
어원에 등장하는 '속다<석상>'은 구글링 해도 결과를 찾을 수 없어 궁금증만 더합니다.
이번에는 '사기(詐欺)'도 찾아봅니다.
나쁜 꾀로 남을 속임.
표준국어대사전 풀이만 보면 '속이다'와 같습니다. 더군다나 사기를 구성하는 두 개의 한자어의 뜻도 모두 '속이다'입니다.
이제는 습관이 된 제 손때[2]의 결과물을 소환합니다. 앞서 뜻풀이 과정에서 '꾀'를 본 순간, <머리로 알고 마음으로 믿고 용기를 내어 몸으로 행한다>를 쓰며 그린 그림이 절로 떠올랐습니다.
꾀하다의 두 가지 뜻을 모두 활용하여 속이다에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일을 '거짓으로' 꾸며 낸 후에 해결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해결로 얻는 일은 '양치기 소년'처럼 그저 흥미를 얻을 수도 있고, 그 이상의 이득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하얀 거짓만 혹은 선의의 거짓말이라 부르면 난감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행하는 속임에 대해서는 관대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보다 더 정교한 사고로 유시민 작가는 (출처 미상의) 유튜브에서 인간관계에서 약간의 위선은 필요하기도 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 상황 설명이 꽤 공감했던 경우가 있습니다.
여기서 그만 두려니 중간에 무 자르듯 끊는 느낌이지만, 13번 다발말이 워낙에 길어 여기서 멈춥니다.
[1] 왜 다발말인지는 <언어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일부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2] <학습법과 창의성 모두 기억이 핵심이다>에서 인용한 박문호 박사님의 말, '내 감정의 손때를 묻히라는 겁니다'에서 유래합니다.
2. 정신을 차리고 터박이 바탕 낱말을 또렷하게 따져 묻기
3. 말의 바탕치, 짜임새, 쓰임새, 펼침새 따위를 살피다
6. 말과 마디말에 대하여
10. 아이와 영어책을 읽다가 영어 문장의 차림을 짚어 봄
16. 낱말은 덩어리가 아니라 인수분해 하면 또렷해진다
17. 한국말 낱말 다시 분류하기: refactoring
20. 낱말의 뜻을 깊고 넓게 묻고 따지는 일의 소중함
21. 사람들이 한국말로써 무엇을 어떤 것으로 알아보는 일
22. 마음에 들어있는 온갖 것들의 바탕을 알아가는 일
23. 나의 마음에 들어있는 것
24. 알아보기는 머리가 마음의 안과 밖을 연결하는 일
25. 객체의 속성 대응 그리고 내가 나의 바탕을 알아보는 일
26. 알음알이:늧으로 느끼거나 말로 녀겨서 갖가지로 아는 일